한국 중소 게임은 어떻게 "갓겜"이 되었는가

게임 『림버스 컴퍼니(Limbus Company)』

by 천비단




여기 귀여운 버튜버가 있습니다. 자극적인 귀여움을 발산하는 이 버튜버가 사실 한국의 게임회사 대표 중년 남성이라고 한다면 믿을 수 있겠습니까?


tempImagei4ODxO.heic 이렇게 자극적이고 귀여운 버튜버가 탈모 걸린 아저씨일 리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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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버스 컴퍼니(Limbus Company)>는 한국의 게임사 ‘프로젝트 문(Project Moon)’에서 2023년 2월에 출시한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이다. 패키지 게임만 제작하던 프로젝트 문이 처음으로 내놓은 모바일 게임이어서, 많은 팬들의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했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게임이 망할 뻔한 적이 몇 번 있긴 했지만, 지금은 잘 자리 잡았다. 출시일부터 시작한 나로서는 참 얼떨떨하다. 길어봤자 세 달 안에 망할 것 같았던 게임이 이렇게 크다니.


프로젝트 문의 전작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를 통해 쌓은 팬층을 기반으로 출시한 <림버스 컴퍼니>는 이제 스팀 인기 게임, 매출 상위 게임을 찍을 정도로 성장했다. <림버스 컴퍼니>에 어떤 매력이 있기에 이런 인기를 구사하는 걸까?





1.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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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버스 컴퍼니>의 가장 큰 매력은 스토리다. 고전 문학을 재해석한 독창적이고 수려한 스토리가 이 게임의 무기다. 우스갯소리로 스토리 발사대라고 불리기도 할 정도다.


이 게임은 12명의 수감자가 있다. 각 수감자는 고전 문학과 그 작가에게서 모티브를 따왔다. 예를 들면 시인 이상과 그의 작품 <오감도>, <날개> 등을 모티브로 한 ‘이상’,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모티브로 한 ‘돈키호테’. 이 12명의 수감자를 관리하는 관리자 ‘단테’가 되어 황금가지를 찾아 도시를 돌아다니는 이야기다. 각 장마다 한 수감자를 주역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림버스 컴퍼니>의 높은 인기의 공로는 스토리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만 자에 육박하는 텍스트, 점점 밝혀지는 진실, 사람을 감동시키는 연출. 스토리 아니었으면 이 게임은 진작에 망했다고 진지하게 말하는 유저도 많다. 서브컬처 게임 중에서도 특출난 스토리를 자랑하므로, 스토리 좋은 게임을 찾는다면 꼭 추천한다.





2. 12명으로 고정된 플레이어블 캐릭터


tempImage6EvKeo.heic 12명의 개성적인 플레이어블 캐릭터


이 게임은 여타 서브컬처 게임과 다르게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12명으로 고정된다. 새로운 스토리가 나올 때마다 신 캐릭터가 등장하고, 그에 따라 예전 캐릭터는 분량이 적어지거나 아예 등장하지 않는 기존의 서브컬처와 다르다. 플블캐가 12명으로 고정되어 있고, 각 장마다 주역만 바뀌는 식이다.


그러면 이 게임은 신캐는 어떻게 내냐? 평행세계의 수감자를 불러온다. 스토리에서 만났던 매력적인 조연, 적, 보스를 ‘인격’으로 추출하여 수감자에 덧씌운다. 다른 게임에서 이격 캐릭터가 출시되는 개념으로 이해해도 좋다.


이 방식 덕분에 스토리의 밀도가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12명의 수감자가 스토리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다. 버려지는 캐릭터 없이 모두가 분량을 가져가고, 긴 템포로 떡밥을 던지고 회수한다. 긴 호흡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는데 강한 프로젝트 문의 전략적인 선택이다.


처음에 서로 싸우며 사이가 나빴던 수감자들은 여러 사건을 겪으며 친해져간다. 플레이어 또한 수감자 12명과 깊은 유대를 쌓는다. 수감자가 고통받고, 극복하여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플레이어는 카타르시스를 얻는다. 이 게임을 하면 캐릭터에게 느끼는 애정이 다른 게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3. 디스토피아 세계관


tempImageJEe6qF.heic 사람 갈아서 버스 연료로 쓰는 일상적인 장면


<림버스 컴퍼니>는 ‘도시’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다. 도시 세계관은 프로젝트 문의 전작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에서 이어지는 세계관이다.


도시 세계관은 디스토피아다. 사람의 목숨이 벌레만도 못하고, 허구언날 수많은 생명이 사라진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 직원의 목숨이 갈려나간다. 거리에서 사람이 죽어도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비극이 일상화된 곳이다.


이런 독특한 세계관 덕분에 <림버스 컴퍼니>는 서브컬처 게임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행보를 보인다. 잔인하고 고어한 스토리와 연출, 소모적으로 죽는 캐릭터, 파격적이고 과감한 아트디자인. 잔인한 것을 못 보는 사람이라면 이 게임은 시작도 못 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 점을 비판한다. 너무 잔인하고 자극적인 것에 몰두한 게임이라고. 어그로를 끌려고 폭력을 강조한다고. 그러나 <림버스 컴퍼니>는 그저 단순하게 잔인하기만 한 게임이 아니다.


암울하고 절망적인 세계관. 그곳에서 피어오르는 인간찬가 스토리는 대조를 이룬다. 역설적이게도 절망적인 세계이기에 희망적인 스토리가 빛을 발한다. 잔인하고 어두운 세계관을 전략적으로 잘 이용했다. 덕분에 서브컬처 게임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포지션을 잡는 데 성공했다.






4. 독특한 전투 시스템



tempImageaKi8Kb.heic 복잡해 보이지만 막상 하면 쉽다. 그리고 5%가 생각보다 큰 확률이란 걸 알게 된다.


공식 소개에 따르면 이 게임의 장르는 ‘죄악 공명 잔혹 RPG’이다. 이게 대체 무슨 장르인가 싶지만,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이 게임은 다른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전투 시스템을 가진다. 전작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의 전투 시스템을 라이트하게 만든 시스템이다. 나와 적의 스킬 위력을 비교하여 더 높은 쪽의 공격만 들어가는 합 시스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전투, 죽어도 부활하는 설정을 이용한 연속 전투 시스템까지. 다른 게임에서 맛 볼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한다.


언뜻 보기에는 어려워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쉽다. 내 스킬을 상대 스킬에 끌어 지정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어려운 적이 나오고, 복잡한 전투 시스템을 이해할수록 전략의 깊이에 놀라게 된다. 전형적인 이지 투 런, 하드 투 마스터 시스템이다.


tempImagejZlMGN.heic 1.단 합을 이겨


초기에는 전투 시스템이 운에 의존한다는 점에 크게 비판받았다. 출시하고 3년이 흐른 지금도 운에 의존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러 개선을 거친 끝에 이 확률의존적 전투는 불쾌감보다 통제 불가능한 변수에서 오는 재미가 더 커졌다.





5. 가챠 안 하는 가챠 게임?


tempImage0KkCO8.heic (존재하지 않는 기억)


이 게임의 특이한 특징 하나로 ‘가챠를 하면 손해인 가챠 게임’이라는 점이다. 아니, 가챠 게임이 가챠를 하면 손해라니 대체 무슨 소리인가? 근데 틀린 말이 아니다. 한정 가챠를 제외하면 이 게임은 사실상 가챠를 할 필요가 없다.


이 게임의 반복 파밍 컨텐츠로 ‘거울던전’이 있다. 이 거울던전을 클리어하면 수감자의 ‘자아 파편’을 얻을 수 있고, 이 ‘자아 파편’을 모으면 캐릭터를 교환할 수 있다.


‘소비자 친화’를 넘어선 파격적인 BM 구조 덕분에 <림버스 컴퍼니>는 과금 필요 없는 서브컬처 게임으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사실상 15000원 배틀패스 하나 사면 반년 동안은 돈 쓸 일이 없다. 캐릭터 하나 뽑는 데 몇십만 원 필요한 서브컬처 게임판에서 상당한 강점이다.






직접 적을 짓이기는 듯한 타격감, 수려한 음악 등 림버스 컴퍼니의 매력은 더 많다. 하루에도 몇 개씩 게임이 쏟아져나오는 서브컬처 게임판에서 유니크한 스타일로 살아남은 림버스 컴퍼니는 곧 3주년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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