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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비단 Jul 27. 2021

애플까의 아이패드 충동구매기

중고인 건 안 비밀

나는 애플까다. 핸드폰은 평생 갤럭시만 썼고, 애플 제품은 단 한 번도 써본 적 없다. 그런데 내가 중고 아이패드를 충동구매 했다.


으 앱등이;;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저저번주에 본가에 다녀왔다. 그런데 돌아오면서 노트북 전원을 놓고 왔다. 노트북이 강제로 봉인 당했다. 덕분에 게임도 못 하고 있다(이건 좋은... 건가?). 어쩔 수 없이 태블릿으로 공부와 문서작업을 해야 했다. 그런데 내 태블릿이 상태가 영 이상하다. 처음 살 때부터 이상했는데, 교환하기도 귀찮고 크게 불편한 것도 아니고 어차피 태블릿은 보조용이고 노트북을 주로 쓸 거니까 그냥 넘어갔다. 이렇게 노트북이 봉인 당하는 상황이 올 줄은 몰랐다.


반응은 느리고, 키보드 씹히는 건 일상다반사, 게다가 오디오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지 갑자기 볼륨이 최대가 되어서 고막테러를 가한다. 이놈의 태블릿, 유튜브가 안 끊기기라도 했다면 그나마 용서했을 텐데. 유튜브도 버벅댄다. 이걸로 문서작업을 하자니 내 인내심이 바닥을 보였다.


나는 화가 나거나 기분이 엄청 나쁠 때, 주변에 아무도 없으면 물건을 집어 던진다. 주타겟은 휴대폰이다. 내 휴대폰은 여태껏 바닥에 떨어뜨려서 액정이 깨진 적이 없다. 다 내가 집어 던져서 깨졌다.


휴대폰은 강하게 키워야지


어제 태블릿으로 공부를 하던 도중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태블릿을 던졌다. ‘빠각’ 하는 소리가 났다. 어디 부러졌나 했는데 다행히 별 문제없었다. 하지만 더는 이 태블릿을 쓰기가 싫었다. 정말 10분 뒤면 태블릿을 풀파워로 바닥에 내려칠 것만 같았다. 새 태블릿을 사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그래서 인터넷을 조금 뒤지다가, 당근마켓을 설치하고,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싼 매물이 있길래 바로 판매자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오늘 오전에 판매자와 만나서 거래했다.


나는 여전히 애플이 맘에 들지 않는다. 아이폰이나 맥북이 허세의 상징이 된 것도, 애플의 불친절함과 높은 가격, 거지 같은 호환성, 막돼먹은 폐쇄성 모두 싫다. 그야말로 궁극의 애플까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갤럭시탭이 아니라 아이패드를 고른 이유는... 기억 안 난다. 아마 필기감이 더 좋다고 그랬던가? 근데 어차피 태블릿으로 필기를 많이 하지도 않을 것 같은데. 진짜 왜 아이패드 샀지.


(방긋)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한 건 둘째치고, 스크리브너를 못 쓰는 게 빡친다. 윈도우용을 결제해서 당연히 아이패드로도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이패드 스크리브너를 쓰려면 또 결제하라고 한다. 정말 아이패드를 구매한 메리트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뭔가 글을 후회한다는 뉘앙스로 썼는데, 후회하지는 않는다. 말도 안 되게 싼 가격으로 샀고, 무엇보다 키보드 누르는 느낌이 너무 좋다. 아마 이 아이패드가 내 노트북보다 사양이 좋을 텐데, 여러모로 유용하게 쓸 듯싶다.


그래서 이 글의 결론은 뭐, 딱히 없다. 그냥 내 충동구매를 합리화하고 싶었다. 너무 화가 나서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였으니. 치료비 정도로 생각하고 싶다. 치료비치고는 너무 비싸긴 하지만. 이걸로 내 삶의 질이 한층 더 높아지지 않을까. 역시 금융치료가 최고다.


이건 다시 생각해도 빡치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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