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비단 Jul 30. 2021

초등학교 선생님이 중학생도 가르친다고요?

교원양성체제 개편안의 문제점

2021년 7월, 교육부가 교원양성체체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이 개편안에는 교육대학의 기본 이수 과목을 8개로 줄이고, 사범대/교육대의 학부 과정과 대학원 과정을 연계하고, 일반대학의 교직과정과 교육대학원 축소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이 중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융합전공 신설’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학부양성 석사연수 체제 모형도 (출처 : 에듀프레스)


융합전공이란 타교과 과목에 대해서 학부과정 30학점과 대학원 2학기 과정을 이수하면 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방법이다. 융합전공 신설의 목적은 다양한 교과를 지도하고, 여러 과목을 응용한 교육을 수행하는 능력을 갖춘 교사를 양성하는 데 있다. 창의 융합적 사고가 강조되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교사를 체계적으로 기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있다. ‘융합전공을 통한 석사학위 취득이 복수자격 인정과 연계될 수 있고, 초중학교 통합학교에서는 초등교사가 중학생도 교과 지도를 할 수 있다.’ 현행법 상으로는 초등교사는 중학생을 지도할 수 없고, 중등교사는 초등학생을 지도할 수 없다. 그런데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함께 있는 통합학교에 한해서, 융합전공을 이수한 초등교사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동시에 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게 대체 왜 문제인 걸까?




초등교사와 중등교사 양성의 차이점


우선 초등교사와 중등교사의 차이점이 뭔지 알아야 한다.


아래는 한국교원대학교 2019학년도 초등교육과 과학심화와 생물교육과의 교육과정이다. 열심히 볼 필요는 없고 수업 이름을 중심으로 대충 읽어보라.


한국교원대학교 2019학년도 초등교육과 교육과정


한국교원대학교 2019학년도 초등교육과 과학심화 교육과정


한국교원대학교 2019학년도 생물교육과 교육과정


둘의 차이가 느껴지는가? 초등은 과목 이름이 쉽게 읽히는데, 생물은 과목 이름부터 읽기 싫다. 초등교육과는 전 교과의 교육론, 교육방법을 배운다. 반면 생물교육과는 학부 수준의 생물 전공 지식을 배운다. 교직과목을 필수로 들어야 한다는 점만 빼면 사실상 일반 대학교의 생명과학전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초등교사 양성은 교과지식보다는 교육론, 교육방법과 더불어 생활지도를 중심으로 짜여 있다. 반대로 중등교사 양성은 교과 전문지식 습득과 그 지식을 가르치기 위한 교육론이 중심이다. 초등교사와 중등교사 양성은 완전히 다른 체계를 가진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초등교사와 중등교사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초등교사는 초등학생을 가르치고, 중등교사는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가르친다. 이 차이로 인해 초등교사와 중등교사에게 요구되는 자질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아니, 중학생이나 초등학생이나 가르치는 건 비슷하지 않나? 비슷하지 않다. 그 이유는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은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이란 게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인지 기능이 어떤 단계로 발달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초등학생은 구체적 조작기, 중고등학생은 형식적 조작기에 속한다. 여기서 ‘조작’은 생각과 비슷한 말이다. ‘구체적 조작’은 구체적인 형태가 존재하는 사물, 개념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형식적 조작’은 형체가 없는 추상적인 사물, 개념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초등학생이 구체적 조작기라는 소리는, 초등학생은 추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0-4세는 감각운동기, 4-6세는 전조작기, 6-12세는 구체적 조작기, 12세 이상은 형식적 조작기로 구분된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을 위한 교육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다. 애초에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을 나눈 게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을 비롯한 여러 이론을 토대로 나눴을 것이다. 인지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가르치는 법 또한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이 따로 있고,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교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고, 거기에 몇 년을 또 노력해 임용고시를 통과해야만 초등교사, 중등교사가 될 수 있다.





융합전공의 문제점


융합전공의 첫 번째 문제점은 융합전공을 통해 취득한 석사학위를 복수자격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4년 간의 학부과정을 이수하고, 임용고시라는 시험을 치러서 통과해야 한다. 그래야 학교에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융합전공을 이수하면 이 과정을 패스하고 복수자격을 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30학점과 1년의 대학원 과정만으로 교사가 되는 데 필요한 능력과 자질을 모두 갖출 수 있을까? 아직 세부적인 커리큘럼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힘들지 않을까 싶다. 1년 정도로 한 과목을 지도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교과를 지도하는 능력을 기르는 건 좋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에 그 능력이 생기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두 번째는 지금 가장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초등교사의 중학생 지도 가능 문제이다. 앞서 말했듯 초등교사와 중등교사는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 한 사람이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모두 가르친다? 그 자격을 얻기 위한 조건이 30학점과 대학원 1년뿐이다?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 정책이 왜 나왔는지는 이해한다. 현행법 상 한 교사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모두 가르칠 수 없다. 그렇기에 초중 통합학교를 운영하는 데 한 과목 당 교사가 최소 2명 필요하다. 교사를 2명씩 채용할 바에는 그냥 같은 사람이 초등학생 중학생 모두 가르치면 인력적으로나 교육과정 측면에서나 더 나을 것이다. 그래서 초중 통합학교에 한해서 초등교사가 중학생도 가르칠 수 있도록 개편안을 내놓은 것이다.


교육내용만 걸림돌이 아니라 교육과정, 교육방법, 생활지도, 진로상담 등 죄다 배우고 익혀야 한다. 이게 1년 안에 가능하다고?


의도는 좋다. 하지만 의도가 좋다고 모두 좋은 정책이 되는 건 아니다. 융합전공의 30학점과 대학원 1년은 턱없이 부족하다. 저 30학점은 교직 연수가 대부분이다. 사실상 30학점은 교직에 관한 시간이다. 따라서 전공지식을 공부하는 시간은 대학원 1년뿐일 것이다. 1년 동안 중등교사가 되기 위한 모든 전문지식을 배울 수 있다고? 고작 1년 안에?




교육 트렌드가 다양한 교과의 연계와 창의적 사고를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는 중이다. 융합전공은 이것을 위한 방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융합전공으로 복수자격을 인정해주는 건 지금 상태로는 너무 급하다고 생각한다. 각 과목 교사의 전문성, 초등교사와 중등교사의 전문성과 그 전문성을 얻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너무 무시했다. 교원양성체제 개편안은 수정을 거쳐 올해 10월에 확정된다고 한다. 그때까지 융합전공이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가의 이전글 애플까의 아이패드 충동구매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