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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에디터 Jun 18. 2022

모나리자 케이크 테러 사건

그가 겪은 500년 간의 테러에 대하여



지난 29일, <모나리자>가 케이크 테러를 당했습니다. 사건은 관객이 많이 몰리는 일요일에 일어났는데요. 여느 때 처럼 사람이 많이 몰리는 모나리자에, 한 할머니 분장을 한 남자가 휠체어를 타고 다가갔다고 해요. 보통 사람이 많이 몰려있어도 휠체어 탄 노부인이면 비켜주기 마련. 덕분에 그는 빠르게 그림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모나리자> 앞에는 두 개의 펜스가 있습니다. 우리가 줄 설 때 보는 보조 펜스와, 루브르 측에서 모나리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나무로 된 펜스. 이 남성은 보조펜스까지 충분히 다가간 후에, 휠체어에서 뛰어내려 가발을 벗어던집니다. 그리고 나무 펜스를 넘어, 작품이 담긴 방탄유리를 마구 두드렸죠. 그리고 케이크를 유리에 바른 후, 장미꽃을 사방으로 던졌습니다.


<모나리자> 앞에는 항상 가드가 서 있습니다. 남성이 케이크를 바르고 10초 만에 가드가 그를 제압했고, 남성은 끌려나가면서 이렇게 외칩니다. "지구를 파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일에 대해 생각하라! 예술가들이 여러분에게 지구를 생각하라고 말하고 있다. 이 일을 하기 위해 이 행동을 한 거다!"



이 상황은 현장에 있던 관객들의 스마트폰에 모두 담겼고, 빠르게 인터넷을 타고 퍼져나갔습니다. 남성은 바로 경찰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게 되었고요. 모나리자 앞에는 방탄유리에 묻은 케이크를 닦는 루브르 측 관계자들의 모습이 남았습니다.


루브르 측에서는 어떤 코멘트도 거부했지만, 작품은 안전하다고 합니다. 다만 이 남성은 문화재 훼손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받게 될 거라고 해요.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남성은 36세, 기후 운동가로 추정됩니다. 이 범행을 저지를 이유는 그가 직접 밝혔듯, '사람들이 지구에 충분히 집중하지 않는 것에 항의하기 위함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이처럼 모나리자에 훼손을 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낸 사람들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2009년에는 한 여성이 뜨거운 차가 담긴 찻잔을 작품에 던졌습니다. 그는 프랑스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해 분풀이를 했다고 밝혔는데요. <모나리자>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품이 된 만큼, 많은 관심이 쏠릴 걸 알고 벌인 행동이었습니다. 미술품 훼손의 경우, 법적인 절차를 밟아 처벌을 하기 보다, 복원 비용을 청구하는 정도로 그칠 때가 많은데요. 이를 알고, 더 쉽게 작품을 훼손하는 일이 많습니다.


특히나 모나리자는 이런 수난을 많이 겪은 작품입니다. 1956년엔 염산 테러를 당해 그림 아래 부분이 훼손되었고, 같은 해 12월에는 돌을 맞는 일이 생기기도 했죠. 이 사건으로 그림 속 여인의 왼쪽 팔꿈치가 망가졌습니다. 이 이후에 복원 작업을 진행하고, <모나리자>는 유리에 덮인 채 전시되었는데요.


(좌) 이전에 모나리자가 전시되던 모습 (우) 도난 후 비어버린 모나리자의 공간


더 과거로 넘어가 보면, 도난 사건도 있었습니다. 모나리자를 지금 만큼 유명하게 만든 사건이었죠. 1911년 6월 21일, 모나리자가 루브르에서 사라집니다. 당시의 모나리7자는 그냥 루브르의 많고 많은 작품 중 하나였는데요. 때문에 루브르 박물관 측에서는 24시간 동안 작품이 사라진 줄도 몰랐다고 해요.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프랑스 정부는 박물관을 폐관하고, 국경을 봉쇄하며 대대적으로 작품의 행방을 찾는 기사를 내놓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모나리자는 유명세를 얻게 돼요. 당시에는 신문이 새로운 매체로 떠오르고 있었는데요. 프랑스 주요 신문사들이 3주 내내 <모나리자>의 행방을 찾는 기사를 대대적으로 냈습니다. 모나리자 사진과 함께요. 덕분에 모나리자의 행방을 찾는 소식은 프랑스에서 유럽, 유럽에서 미국까지 흘러가며 엄청난 홍보효과를 얻게 됩니다.


또 당시 용의자를 찾는 움직임도 있었는데요. 많은 용의자가 거론되었고 그 중에는 파블로 피카소도 있었습니다. 덕분에 모나리자는 '다 빈치가 그리고 피카소가 훔친 작품'이라는 타이틀로 더 유명해지게 되었죠. 물론, 피카소는 경찰조사를 받고 혐의가 없다는 걸 입증받아 금세 풀려났습니다.


모나리자 도난 당시, 프랑스의 신문 1면


보통 작품 도난 사건이 발생하면, 범인을 잡기는 정말 힘든데요. 사건 발생 2년 만에 진범이 잡히면서 모나리자가 루브르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범인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일하던 이탈리아 남성이었어요. <모나리자> 작품 속 여인도 이탈리아인이고, 그림을 그린 다 빈치도 이탈리아인이니, 이 작품을 조국으로 가져오겠다는 명분이었다고 밝혔는데요. 덕분에 이탈리아에서는 영웅이 되었지만, 진실은 달랐습니다.


사실은 작품을 훔친 후에 위작을 비싸게 팔고자 벌인 사기극이었죠. 이렇게 작품이 사라지게 되면, 암시장에서는 위작, 복제품이 나돌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매우 비싼 금액에 작품을 팔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작품을 사려던 사람이 신고를 하면서 덜미를 잡히게 된 것이었죠.


현재 모나리자의 작품 가치는 대략 2조 3천억 원~40조 원의 가치를 가졌을 거라 평가받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술품이라고 볼 수 있죠. 물론, <모나리자>는 프랑스의 국보이기 때문에 판매될 일은 없을 텐데요. 이처럼 높은 가치를 지닌 작품이 누군가의 메시지와 철학을 설파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된 것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동시에, 만들어진 지 5백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영향력에 미칠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인상적으로 와닿고요.  




� 뉴스 요약

      한 남성이 모나리자에 케이크를 던진 사건이 발생했다.    

      남성은 기후운동가로 추정되며, 연행 되는 중 '지구에 대해 생각하라'고 소리쳤다.    

      모나리자는 이전에도 여러 테러를 겪었다. 뜨거운 차가 담긴 유리잔에 맞거나, 염산 테러를 당하거나, 돌에 맞는 등 다양했다.    

      100여 년 전에는 도난을 당하기도 했었다. 진범은 2년 만에 잡혔고, 이 사건으로 모나리자는 더욱 유명해졌다.    

      미술품 훼손에 대해 처벌하는 법안이 충분치 않고, 미술품에 테러를 가하며 얻게 되는 파급력 때문에 이를 노린 범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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