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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에디터 Oct 23. 2022

세계 아트페어 지각변동, 이제는 2 TOP 체제로 간다

© Bid Piece

불과 한 달 전, 한국미술시장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아트페어. 세계 3대 아트페어라 손꼽히는 프리즈가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와 손잡고 진행하며, 많은 관심 끌었죠. 약 일주일 간 진행된 행사는 약 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6,700억 원의 수익을 냈을 거라 추정됩니다. ‘세계 3대 아트페어’의 힘이 막강함을 국내에서 체감할 수 있었던 이슈였는데요. 최근, 아트페어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어요.



01 그동안의 세계 3대 아트페어는

© Art Basel
RM도 다녀온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rkive

그간 3대 아트페어라 하면, 아트바젤, 프리즈, 피악이 손꼽혔습니다. 하나씩 살펴보면, 아트바젤은 매년 6월, 스위스에서 열려요. 1970년에 시작해 3대 페어 중 가장 오래됐고,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때문에 이미 자리 잡은 중견 예술가 급의 작품을 주로 소개하죠. 아트페어 중에서도 최고급, 최고가 작품이 모이는 페어인 셈이에요. 실제로 아트바젤이 진행되는 며칠 동안의 판매 수익이 대형 경매 회사의 1년 매출과 맞먹는다고 하죠.



그리고 아트바젤은 프랜차이즈화에 성공한 아트페어이기도 해요. 미국 마이애미비치에서 매년 12월, 홍콩에서 매년 3월에 열립니다. 마이애미비치는 전통적 미술시장과 거리가 있지만, 백만장자들의 휴양지로 알려져있죠. 이를 고려해 12월에 맞춰 아트페어를 엽니다. 홍콩은 아시아 미술을 다루기 위해 전략적으로 진출했고요.


© Frieze

프리즈는 2003년 시작한 막내 아트페어에요. 가장 최근 시작되었지만 젊은 감성으로 빠르게 떠올랐죠. 시작은 1991년부터 발행한 영국 현대미술 월간지인 <프리즈 매거진>이었습니다. 현재까지도 프리즈 매거진은 현대미술 매체 중 아주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데요. 프리즈 아트페어가 시작되며 행사를 소개하는 <프리즈 위크>, 대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프리즈의 시그니처 코너인 <프리즈 마스터스>도 잡지로 발간하기 시작했어요.



프리즈는 아트페어뿐만 아니라 함께 즐길 행사가 많다는 점, 그리고 젊은 감성의 예술가 작품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급성장했고, 아트바젤과 마찬가지로 프랜차이즈에 성공했습니다. 10월 런던 프리즈가 메인이고, 5월엔 뉴욕, 2월엔 LA에서 진행합니다. 올해 9월엔 한국에까지 진출하며 몸집 키우는 중이고요.


© FG Art & Life Style

그리고 마지막으로 3대 아트페어에 꼽혔던 것이 바로 ‘피악’입니다. 피악은 1974년 시작된 아트페어로, 47년의 긴 역사를 자랑해요. 매년 10월에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하고요. 피악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파리의 명물이라 불리는 ‘그랑 팔레(Grand Palais)’에서 진행한다는 점입니다.

그랑팔레는 유리천장으로 만들어진 건축양식이 인상적인 건물로, 1900년에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기념비적인 공간이에요. (현재 2024년 파리올림픽 경기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보수공사 중입니다.) 또 인근에는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이 위치해있어 프랑스 예술의 중심지처럼 여겨지죠. 실제로 피악이 진행될 때 파리 전체가 미술 행사로 가득하다고 해요.



02 권좌를 빼앗긴 피악

Fiac 2013 전경 © Reuters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피악이 3대 아트페어 자리에 있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피악이 매년 10월에 아트페어를 진행했던 장소인 그랑팔레가, 10월 사용권을 피악이 아닌 아트바젤에 넘겨준 거예요.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랑팔레의 올해 10월 사용권’을 두고 피악과 아트바젤이 입찰 경쟁을 벌였는데요. 아트바젤에서 엄청난 계약 조건을 제시합니다. 아트페어가 진행될 일주일 사용료로 1060만 유로(당시 환율 기준 약 140억 원)이라는 거액, 7년 계약이었죠.



피악 측에서는 ‘설마 그랑팔레가 스위스 아트페어의 손을 들어주겠어?’라 생각했지만, 그랑팔레는 아트바젤과 손을 잡았어요. 올해 그랑팔레는 아트바젤이 차지하며, 피악은 결국 30년 넘게 사용해온 공간을 빼앗기고, 새로운 공간을 물색해야 했죠.


아트바젤 파리 + 티켓 예매는 이미 오픈했다. © Paris + Par Art Basel
2019 아트바젤 스위스에서 206억 원에 팔린 제프 쿤스의 작품  © Getty Images

빼앗긴 건 공간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페어로 꼽히는 아트바젤이 파리에 들어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 주요 갤러리는 피악을 버리고 바젤로 모두 돌아섰어요. 매년 10월 피악에 참여했던 갤러리는 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페이스, 화이트큐브, 타데우스 로팍 등 쟁쟁한 갤러리가 많았는데, 이들이 모두 피악을 버리고 바젤을 선택했어요. 최근 들어 고유가, 고금리 등 경제 위기 여파로 기회비용을 고려했을 때, 바젤과 함께하는 것이 이득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올해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그랑팔레에서는 피악이 아닌, 아트바젤 파리+ (Paris+ Par Art Basel)가 개최돼요. 피악은 47년간 10월에 진행해오던 역사를 뒤로하고, 11월 10일-13일에 그랑팔레를 이용하게 되었죠. 피악이 아닌, <파리 포토>라는 이름으로 사진 작품 아트페어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피악은 우선 막을 내리기로 했고요.



03 아트페어의 지각변동은 늘 활발했다

2022 아트바젤 홍콩 전경 © Art Basel

아트바젤이 이처럼 기존 시장을 점령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아트바젤은 이전에 홍콩에 진출했을 2013년, 홍콩의 토종 아트페어인 ‘아트홍콩 (Art HK)’을 흡수합병하며 ‘아트바젤 홍콩'으로 출범했습니다. 그렇게 아트홍콩은 세상에서 사라졌고, 아트바젤 홍콩만이 남게 되었죠. 이번 프랑스 피악도 흡수합병할 수 있었지만, 아트바젤은 공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피악은 흡수합병하기엔 바젤과 성격이 많이 달랐기 때문이에요. 바젤은 고가의 퀄리티 있는 작품을 ‘팔기 위해' 선보인다면, 피악은 예술 애호가들이 두루두루 즐길 수 있는 행사를 지향합니다. 성격이 다른 두 아트페어가 함께 진행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겠지만, 바젤은 피악이 몰락할 수밖에 없도록 판을 짰고, 결국 피악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죠.



올해로 첫 선을 보이는 아트바젤 파리+에는 30개국, 156개 갤러리가 참여합니다. 한국에서는 국제갤러리가 유일하게 참여하고요. 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 캔버스 뒷면에서 앞으로 물감을 밀어내는 배압법 방식으로 작업하는 하종현 화백의 회화가 출품될 예정이라고 해요.


2022 아트바젤 스위스 전경 © Art Basel

세계 아트페어의 지각변동이 일어난 이번 이슈는, 대형 아트페어가 다른 나라에 진출할 때의 가장 극단적 사례를 보여준 것 같습니다. 키아프X프리즈처럼 공동 개최, 아트바젤 홍콩처럼 흡수합병이 아닌, 말 그대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모습을 만들었으니까요. 예술의 도시 파리를 수놓을 새로운 아트페어, 아트바젤 파리+의 모습이 이목을 끄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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