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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에디터 Dec 07. 2022

일본 현대미술가들의 고공행진

쿠사마 야요이, 아야코 록카쿠, 요시모토 나라

쿠사마 야요이와 루이 비통이 다시 만났다 © Louis Vuitton

최근, 쿠사마 야요이와 루이비통의 콜라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야요이와 루이비통의 협업 10주년을 기념해 다시 만난 것이죠. 10년 전, 루이비통의 수장이었던 마크 제이콥스는 야요이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많은 인터뷰에서 야요이의 작품세계에 대해 예찬하고 다녔죠. 이들은 2006년 처음 만나 협업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고, 2012년에 첫 콜라보를 진행합니다.


첫 콜라보 당시 마크 제이콥스와 쿠사마 야요이 / 이들의 협업으로 내놓은 네버풀 야요이 에디션 © Louis Vuitton

가장 인기를 끌었던 네버풀 Neverfull 모델은 당시 120만 원에 출시되었는데요. 현재까지 활발하게 리셀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가격은 4백만 원에서 6백만 원대. 10년 전 출시된 모델임에도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모습이죠. 그들의 협업은 성과도 엄청났습니다. 루이비통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수익을 냈죠. 쿠사마 야요이라는 브랜드와 루이비통이라는 브랜드가 만들어낸 시너지는 엄청났습니다.

그리고 올해, 이들은 다시 콜라보를 진행하기로 합니다. 10년 전의 영광을 다시 재현하기 위해서요. 여전히 쿠사마 야요이는 미술 씬의 막강한 브랜드고, 루이비통 역시 마찬가지이니까요. 이들의 협업은 이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화적 기축통화'라 불리는 쿠사마 야요이

본인 작품 안의 쿠사마 야요이 © Artuyt

쿠사마 야요이는 오늘날 현대미술 시장에서 '문화적 기축통화'라 불립니다. 문화적 기축통화란,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경제 상황에서도 기축통화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 시장이 탄탄한 작품이나 작가를 부르는 말인데요. 1988년 외환 위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후, 무너지는 경제상황에서 굳건하게 작품 가격을 유지한 작품들이 문화적 기축통화라 여겨졌습니다. 오늘날에는 쿠사마 야요이 외에도 앤디 워홀 등 작가가 기축통화로 여겨지죠. 이들은 단순 컬렉팅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도 자주 거래됩니다. 


단순히 유명한 작가와 문화적 기축통화가 된 작가는 조금 다릅니다. 시장이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어야, 기축통화로 기능할 수 있죠. 때문에 여러가지 수치를 아울러 살펴보아야 합니다. 작품 거래량이나 경매 시장에서의 낙찰률, 시장 점유율, 작품 회전율 등 다양하죠.


작업 중인 쿠사마 야요이의 모습 © The Guardian

쿠사마 야요이는 매년 경매에서 약 71점의 작품이 거래됩니다. 작품 평균 가격은 30억 원대 이고요. 낙찰률도 96%로 매우 높은 편입니다. (평균적으로 경매에서 작품 낙찰률은 80% 정도이며, 최근엔 경제상황 악화로 60%대까지 내려갔습니다.) 경매 외에 갤러리 등 1차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액까지 모두 합치면 연간 총거래액은 2천3백억 원. 작품 회전율을 고려한 야요이의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2,578억 원에 달합니다. 

쿠사마 야요이 시장은 규모가 크기도 하지만, 전 세계에 고루 형성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합니다. 미국 13%, 홍콩 37%, 일본 18%, 한국 18% 등 다양한 국가에서 거래가 이뤄지죠. 전 세계에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덕분에 환금성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한국에서 사서 미국에 팔 수도 있고, 홍콩에서 사서 일본에 팔 수도 있죠. 시장이 넓고 크게 형성된 만큼, 오리지널 페인팅 작업뿐만이 아닌 판화나 굿즈, 루이비통 콜라보 가방 등 2차 창작물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고요. 



'넥스트' 쿠사마 야요이를 노리는 일본 작가들

왼쪽부터 무라카미 다카시, 아야코 록카쿠, 요시모토 나라 © New York Times

아시아와 영미권 미술시장을 아우르는 거대한 문화적 기축통화, 쿠사마 야요이. 오늘날에는 야요이의 뒤를 이을 아시아 시장의 현대미술작가가 여럿 언급되곤 합니다. 모두 시장에서 이미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 작가들이며, 쿠사마 야요이의 시장성과 예술성을 넘볼 수 있는 탄탄한 실력의 작가들이죠. 


01 무라카미 다카시 Takashi Murakami

일본의 오타쿠 문화와 미국의 팝아트 문화를 녹여낸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입니다.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작가죠. 다카시는 이전에 루이비통과 협업을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야요이만큼이나 전세계적 사랑받고 있어, 문화적 기축통화로 어느 정도 입지를 가지고 있는 작가인데요. 단, 오리지널 페인팅 작품뿐만 아니라 판화나 굿즈 등 부대 작업물이 많아 화폐로서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평도 있습니다. 또 지나친 공장식 작품 제작도 염려가 나오는 부분이고요.


02 아야코 록카쿠 Ayako Rokkaku

최근 몇년 간 가장 뜨겁게 떠오른 일본 작가입니다. 붓이 아닌 손으로 페인팅한 작품을 주로 선보이죠. 만화 캐릭터 같은 인물의 화풍이 인상적이면서도 회화적 요소를 녹여내 독특한 매력을 가졌다 평가받습니다. 또 젊은 작가이니만큼 밝고 트렌디한 컬러감으로 인기를 끌고 있죠. 현재 아시아를 중심으로 탄탄하게 시장 형성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아직 작품 한 점당 가격이 3억 원 정도로 낮은 편이어서, 젊은 컬렉터를 중심으로 작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03 요시모토 나라 Nara Yoshitomo

마찬가지로 귀여운 캐릭터같은 모습의 인물 작업을 주로 선보이는 작가입니다. 귀엽고 평온해 보이는 캐릭터들이 인상적이지만, 그 안에는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있거나, 깊은 성찰이 담겨있죠. 요시모토 나라는 이전에 소더비 경매에서 320억 원에 작품이 낙찰된 바 있습니다. 이례적인 경매 기록은 언제나 작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마련이죠. 요시모토 나라는 2021년 기준 연간 1800억 원의 거래량을 보이며, 시장에서 꾸준히 거래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작가들의 연간 작품 판매량, 평균 낙찰률, 작품 평균 가격, 최고 낙찰 가격 등 정보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미술시장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글을 확인해보세요.

❶ 미술품 조각 투자 시장에 냉각기가 찾아온 이유

❷ 쿠사마 야요이 작품으로 보는 투자로서의 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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