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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에디터 Dec 13. 2022

2022 미술 트렌드로 보는 2023 미술시장 전망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2022년 가장 뜨겁게 다뤄진 미술시장 키워드 TOP 3를 통해 내년 미술시장을 전망해봅니다. 이 글에 대한 저작권은 Bid Piece 빋피에 있습니다. 


❶ 트렌드: 흑인, 여성, 신진작가의 부상

시몬 리 / 소니아 보이스  © ArtReview
Johnson Eziefula ,  © Christie's

2022년에는 이전에 주목받지 못하던 작가들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흑인 작가, 여성 작가, 신진 작가의 부상이 있었죠. 2022년 4월, 미술계 가장 큰 행사인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렸는데요. 국가별, 작가별로 한 명을 뽑아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합니다. 그리고 올해는 두 개의 황금사자상 모두 흑인 작가가 가져갔죠. 미국관 대표였던 시몬 리 Simone Leigh, 영국관 대표 소니아 보이스 Sonia Boyce였습니다. 


흑인 작가들의 수상 직후, 미술계는 흑인 예술가들을 조명하는 행사를 선보입니다. 크리스티 Christie's에서는 흑인 작가의 작품만 판매하는 경매를 기획해 진행하기도 했죠. 크리스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 ArtReview의 2022년도 POWER 100

흑인 작가들의 저력은 올 한 해 내내 이어졌습니다. 매년 연말마다 '미술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기관, 운동 등을 선정하는 POWER 100 (Artreview)'에 시몬 리는 7위, 소니아 보이스는 33위에 올랐죠. 이 순위에는 이들뿐만이 아닌 다양한 흑인 작가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흑인 예술가의 영향력이 올 한 해 반짝 그칠 것이 아닌, 내년까지 쭉 이어질 것을 예상할 수 있는 이유죠.


베니스 비엔날레 수상자인 소니아 보이스, 시몬 리는 모두 여성 작가입니다. 최근 흑인 작가와 더불어 여성작가에 대한 소구도 많아진 모습인데요. 이런 흐름을 잘 볼 수 있었던 것이 소더비의 The Now Evening Auction 부문입니다. 소더비는 작년 10월부터 '2000년 이후 만들어진 작품들만' 판매하는 The Now 경매를 신설했는데요. 이 경매에서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습니다.


경매사에서 이처럼 흑인 작가 작품,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작품을 따로 판매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경매회사에서는 작품을 철저히  데이터 중심으로 선정하고, 판매하기 때문이죠. 해당 작품을 원하는 사람이 시장에 얼마나 있는지, 작품이 가진 예술적 가치는 어떻게 수치화되는지, 작가의 향후 작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등을 고려합니다. 하지만 최근 부상한 흑인, 신진 작가의 작품은 데이터가 많지 않아 불확실성이 크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매회사가 적극적으로 경매를 신설하고 판매를 진행하는 것은, 그만큼 작품에 대한 소구가 확실하고 탄탄한 시장이 마련될 걸 예상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안나 웨얀트의 <추락하는 여자> / 크리스티나 콸레스의   © Sotheby's

27살 젊은 작가인 안나 웨얀트 Anna Weyant의 <추락하는 여자 Falling Woman> 작품은 추정가 1억 9천만 원으로 시작해, 20억 원 대에 판매됐습니다. 또 38세의 신진 작가인 크리스티나 콸레스 Christina Quarles의 그림 <Night Fell Upon Us On Us>는 예상가 7억 8천만 원에서 시작해, 57억 6천만 원에 판매되었고요. 예상가의 8배-10배 높은 금액에 낙찰된 대부분의 작품은 모두 여성 작가의 작품이었습니다. 


소더비의 The Now 경매처럼, 2000년대 이후 만들어진 작품들을 이른바 '초현대미술'이라 부릅니다. Artprice에 따르면 초현대미술 시장 중에서도 40세 이하 작가들, 젊은 신진작가들의 경매 판매액은 2020년 대비 177% 증가했다고 해요. 이들의 작품은 2차 시장인 경매에서도 자주 거래되곤 하지만, 1차 시장인 갤러리에서도 상당한 거래량을 보입니다. 유명 작가의 경우엔 대기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매우 많고요. 


2022 트렌드였던 흑인, 여성, 신진작가들의 작품 특징은 대부분 화려하고 컬러풀한 색감, 일러스트를 보는 듯한 그림체를 사용한다는 점이에요. 기존의 전통적인 작품처럼 아카데믹한 느낌과는 상반되죠. 다가올 2023년에도 이런 흐름은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요. 대신, 이 흐름과 함께 새로운 것을 찾는 시도 또한 이어질 것으로 보여요. 현재는 '초현실주의'가 다시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메트로폴리탄의 전시 <경계를 넘어선 초현실주의> 포스터  © The Metmuseum

정리: 2021년도 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는 <경계를 넘어선 초현실주의 Surrealism Beyond Borders>라는 제목의 전시가 진행되었는데요. 이를 계기로, 올해 4월 베니스 비엔날레 등 미술계 큰 행사에서 초현실주의 작품들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흑인, 여성, 신진작가에 대한 관심이 작년에 잔잔하게 이어지다 올해 열광적 반응을 이끌어낸 것처럼, 초현실주의에 대한 관심도 내년에는 보다 크게 이어질 것으로 보여요.



❷ 소비자: 밀레니얼 컬렉터의 저력

아트바젤 공식후원사인 UBS의 The Art Market Report (2021)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2021년에 밀레니얼 컬렉터가 대거 유입되었습니다. 아트 바젤 후원사인 스위스 금융그룹 UBS의 2021 아트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미술품을 구입하는 고액 자산가 HNW(High Net Worth)의 52%가 밀레니얼이고, 4%가 Z세대였다고 해요.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죠. 전통적인 미술품 컬렉터로 여겨지는 X세대는 32%에 그쳤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컬렉터는 돈도 많이 씁니다. '2020년 가장 돈을 많이 쓴 컬렉터는 밀레니얼 세대이며, 평균 2억 9천만 원을 썼다. 기존 컬렉터인 X세대나 베이비 부머 세대보다 두 배 이상 많다'라고 언급했죠. 밀레니얼이 미술시장을 주도하면서, 이 과정에서 그간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던 판화, 굿즈, 피규어 등 2차 작품 시장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예산이 적은 밀레니얼이 유명 작가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이기 때문이죠.


자신의 판화에 서명하는 우고 론디노네  © Artnet

판화 시장의 시작은 2000년 즈음으로 여겨집니다. 시장은 조금씩 그 규모를 키우다가, 2020년 코로나 19로 밀레니얼 컬렉터가 시장에 유입되며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죠. 현재는 유명 작가를 중심으로 판화 시장이 활발하게 거래 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린트 베이커리가 대표적인 판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죠. 


이와 더불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로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피규어, 굿즈, 리미티드 에디션 등의 시장도 형성되었습니다. 이미 국내외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피규어, 굿즈 등의 제작을 진행하고 있죠. 팬덤과 가격 유지를 위해 대부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제작해 판매하고요. 국내에서는 서울옥션 산하의 블랙랏이 관련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조각투자 시장에서 -8%에 매각된 쿠사마 야요이의 붉은 호박  © Yayoi Kusama Museum

반면, 밀레니얼 컬렉터의 덕을 봤던 조각 투자 시장은 올해 초와는 상반된 시장 분위기를 보이고 있습니다. 조각 투자는 천 원이라는 적은 금액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는 점, 작품 판매시 수수료나 세금에서 자유롭다는 점, 쉽고 편하게 미술품 투자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 덕분에 밀레니얼 컬렉터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어왔는데요. 올해 4월, 금융감독위원회가 '조각투자 소비자 경보 발령'을 내렸습니다. 금융당국이 소비자를 보호해줄 장치가 없으니 유의하라는 내용이었죠.

이와 더불어 하반기에 접어들며 경매시장이 위축되었습니다. 경제 상황 악화의 여파였는데요. 경매시장이 위축되면 전반적인 시장 거래량이 줄어듭니다. 미술시장에서 가장 투명한 지표이기 때문이죠. 작품 거래량이 줄어드니, 미술품 판매가 어려워지고, 작품을 팔아 수익을 내는 조각투자 시장이 위축된 것입니다. 

정리: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고용불안, 경제불안,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꺾이는 추세입니다. 때문에 그간 밀레니얼 컬렉터를 중심으로 주목받던 2차 작품 시장, 즉, 판화나 피규어, 굿즈 같은 작품들보다 '똘똘한 한 점'을 찾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요. 유명 작가의 2차 작품을 구매하기보다, 신진작가의 원화를 하나 구매하는 등의 흐름을 예상해볼 수 있겠죠. 



❸ 시장: 미술시장 3막이 열렸다, 온라인의 모든 것

이제는 보편화된 온라인 뷰잉룸 서비스  © Artlogic

마찬가지로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2020년부터 온라인 미술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었습니다. UBS의 2022년 Art Market Report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했어요. "아무 일이 없었다면 10년은 족히 걸렸을 미술시장과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융합이 팬데믹을 계기로 2년 내 완성되었다."


그동안에는 눈으로 직접 보고 작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았습니다. 때문에 미술시장에서 온라인은 그저 아카이빙 정도의 역할로만 남아있었는데요. 코로나를 계기로 각종 아트페어, 경매회사, 전시 기획사에서는 온라인 뷰잉룸을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는 밀레니얼 컬렉터들의 입맛에 꼭 맞았죠.


코로나 이후 급격히 커진 온라인 미술시장 규모  © UBS

밀레니얼 컬렉터의 온라인 구매율은 46% 라고 합니다. 심지어 PC도 아닌 모바일, 즉 핸드폰으로 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죠. 앞서 밀레니얼은 시장 점유율도 높지만, 구매력도 크다고 언급했는데요. 이 덕분에 온라인 미술시장 규모는 2019년에 6.9조 원 규모 (전체 시장 대비 9%)에서 2021년 15.2조 원(전체 시장 대비 28%)으로 올라왔습니다. 우리나라 미술시장 전체 규모가 1조 원 정도이니, 상당히 큰 규모인 셈이죠.


미술시장 온라인 플랫폼의 대표주자인 아트시 Artsy는 2020년에 전년대비 매출이 270% 증가했고, 2021년에는 전년대비 479% 증가했습니다. 온라인 시장이 커짐에 따라, 매출도 덩달아 증가한 것이죠. 그리고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런던의 고액자산가 보험회사인 히스콕스 Hiscox는 매년 미술시장분석을 내놓는데요. 2021년 내놓은 Online Art Market Report에서는 "56%의 컬렉터와 65%의 미술시장 관계자들은 온라인 시장이 영구적으로 지속될 거라 본다"라고 언급하기도 했어요.


에드몽 드 벨라미 / 'Théâtre D'opéra Spatial’ © NewYorkTimes

한편,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군 또 다른 키워드도 있습니다. 바로, AI 예술가죠. 불과 1-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AI가 그림도 그린다!' 정도의 신기한 소식이었다면, 이제는 AI 예술가가 인간 예술가의 자리를 위협하는 사례들이 늘어났습니다. 시작은 2019년, AI 화가인 오비어스의 <에드몽 드 벨라미>였습니다. 뉴욕 크리스티에서 5억 원에 낙찰되며 이목을 집중시켰죠. 당시 AI 작품이 고가에 낙찰된 건 놀라운 이슈였지만, 인간의 자리를 위협한다 여겨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올해, 콜로라도 박람회에서 AI 작품이 사람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며 논란이 되었습니다. AI 작품은 기존 작품을 딥러닝 해 결과물을 내놓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드는데요. 딥러닝에 활용된 기존 작품들에 대한 저작권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게 이슈였죠. 하지만 아직은 이를 명확히 규정하는 법안이 없습니다. 그나마 비슷한 관련 법안은 데이터 공정이용법인데요. 이 법에서는 연구 등 특정 상황에서 저작권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사용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관련 법안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아요. 


하지만, '도구로서 AI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미술계에서 긍정적 전망을 보냅니다. 과거 '사진'이라는 매체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도 예술 작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예술가의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며 50여 년 만에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은 덕분이죠. AI 예술 역시 예술가의 다양한 시도가 이어진다면, 더 다양한 작품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긍정적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Lava Labs / Yugs Labs © Artsy

반면, NFT는 점차 쇠퇴하는 추세입니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NFT는 엄청나게 각광받던 시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5월 들어 가상화폐 시장이 위축되며 함께 규모가 작아졌죠. NFT 작품은 크게 실물 작품이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나뉘는데요. 실물이 있는 경우에는 대개 미술관에서 추가 수입을 얻기 위해 명작의 NFT를 발행하는 식으로 제작했습니다. 기념주화 같은 개념이죠. 


최근에는 이 기념주화 개념의 NFT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원작을 아예 없애버리는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데미안 허스트는 본인 작품 159억 원어치를 불태웠고, 멕시코의 사업가는 140억 원의 가치를 지닌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불태웠죠. 미술계에서는 이를 매우 부정적으로 보았습니다. 미술사에 따르면, 미술품의 가치 중 하나는 '원본성에서 오는 아우라'이기 때문이죠. 복제품인 NFT를 위해 원본을 불태우는 행위는 미술사에 역행하는 행동이었습니다. 


지난 10월, 자신의 작품을 불태운 데미안 허스트 © The Telegraph

대신, 미술계에서는 NFT의 블록체인 기술에선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작품의 원본성을 입증해주는 보증서로서 NFT가 기능할 거라 본 것이죠. 위, 변조가 매우 까다롭기 대문입니다. 때문에 미술계에서는 NFT가 (가상화폐 시장이 다시 부흥하지 않는 한) 보증서로 기능할 것으로 보여요. 

정리: 2022년 완연한 안정기에 접어든 온라인 미술시장. 이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전 세계 미술시장이 온라인을 통해 고르게 판매 증진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죠. AI 예술가의 경우엔 최근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되며, 그 확장성이 커지고 있지만 관련 법안이 어떻게 마련되느냐에 따라 흐름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NFT는 가상화폐 시장의 상황을 따라갈 것으로 보이고요. 온라인 미술시장의 흐름은 변수가 많은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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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일본 현대미술가들의 고공행진: 쿠사마 야요이, 아야코 록카쿠, 요시모토 나라

❷ 미술관 전시 서문이 어려운 이유

❸ 기안84와 사치갤러리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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