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마무리되는 12월이 되면, 팬톤에서는 올해의 컬러를 발표합니다. 다가올 내년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컬러를 선정하고, 그 이유를 제시하죠. 올해에는 아트 바젤 마이애미(12월 7일 - 9일)에서 올해의 컬러를 발표했는데요.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컬러는 바로 비바 마젠타 Viva Magenta였습니다. 비바 마젠타는 핑크빛이 감도는 자주색 컬러예요. 한 때 영국에서는 가장 인기 없는 색 top 3에 들기도 했지만, 올해 팬톤은 이 컬러에 주목했습니다. 컬러가 가진 의미 때문이죠.
팬톤 색채연구소 상무인 리트리스 아이스먼 Leatrice Eiseman에 따르면, 비바 마젠타는 “천연 염료 계열에 속하는 가장 귀중한 염료 중 하나”입니다. 이 컬러는 실제로 벌레, 꽃에서 만들어진 염료인 ‘코치닐’과 ‘마젠타’를 베이스로 하고 있기 때문이죠. 팬톤은 자연이 만든 이 컬러를 통해 우리 삶에 더 큰 활력과 단단함이 만들어질 거라 봤어요.
이번 비바 마젠타에 가장 큰 영감을 준 컬러는 코치닐입니다. 코치닐은 우리에게 익숙한 ‘연지벌레’의 영어 이름입니다. 연지벌레가 주 원료이기 때문에 색깔 이름도 코치닐이라 붙었죠. 1 파운드(약 450g)의 염료를 만드는 데 7만 마리가 필요할 정도로 많은 양이 필요하지만, 벌레의 색이 옷감에 잘 스며들게 돕는 매염제만 있으면 쉽게 염색할 수 있어 기원전 2세기부터 사랑받았습니다.
오늘날에도 연지벌레는 염료로 사용되는데, 벌레가 주는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E120이라는 이름으로 표기됩니다. M&M 초콜릿, 소시지, 레드벨벳 케이크, 체리코크 등에 꾸준히 사용됩니다. 스타벅스의 딸기 프라푸치노에도 사용되었지만, 벌레가 원료라는 이유 때문에 채식주의자와 무슬림의 항의로 2012년부터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요.
한편 마젠타 컬러는 우리에게 CMYK 색상환표로 익숙한 컬러입니다. 빨간색과 파란색 중간에 위치한 강렬한 핑크빛 컬러죠. 디지털 인쇄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컬러이지만, 그 시작은 꽃이었습니다. 마젠타는 ‘푸시아 Fuchsia’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요. 동명의 꽃에서 그 이름을 따왔습니다.
꽃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의 핵심은 ‘식물을 향한 사랑’. 1500년대, 식물학자인 레온하르트 푹스는 그의 책 <식물학의 주목할 만한 주장>에서 400종의 야생식물과 100종의 재배 식물의 뿌리, 줄기, 이파리, 꽃, 씨, 열매 등을 연구했는데요. 당시엔 기술이 좋지 않아 오직 꽃에 대한 사랑으로 연구를 이어갔다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그의 사망 137년 후, 카리브해에서 한 야생식물이 발견되었습니다. 처음 보는 종류의 식물이었지만, 푹스의 책에 담긴 내용으로 식물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죠. 이 꽃을 발견한 식물학자는 꽃에 푹스의 이름을 딴 ‘푸시아’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마젠타의 모태가 된 푸시아, 비바 마젠타의 영감이 된 코치닐은 모두 자연에서 온 꽃과 벌레를 원료로 하는 색깔입니다. 올 한 해 유독 잦았던 환경운동가들이 작품 테러 소식은 우리에게 환경 보호에 대한 거부감을 유발할 정도였는데요. 팬톤은 올해의 컬러가 자연의 산물임을 언급하며, 우리가 환경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❶ 2022 미술 트렌드로 보는, 2023 미술시장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