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두 청년의 감자 창업 도전기
뉴질랜드에는 제스프리(Zespri) 라는 키위 전문 기업이 있습니다. 제스프리는 키위 단일 품목으로 식품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성장한 글로벌 기업입니다. 품종 개량과 과학적인 재배 기술을 밑바탕 삼아 뉴질랜드 모든 키위 농가의 유통기능까지 흡수한 제스프리, 흥미롭게도 제스프리와 유사한 농업 벤처기업이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태동하고 있습니다.
강원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출신의 박영민, 권민수 공동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친구 사이입니다. 이들은 앞으로 젊은 청년들이 농업 분야에서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오래된 한국의 농업 시장에서 젊은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두 사람은 농업의 오랜 문제점인 농산물 유통 프로세스의 문제점을 공략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2011년 1월, 오래된 농산물 판로의 문제점을 개선해보자는 일념으로 1억원의 자본금으로 푸른 들판이라는 의미를 가진 ‘록야’를 창업하게 됩니다.
향후 10~20년 안에 젊은이들이 가장 빠르게 성공할 수 있는 분야는 농업입니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취업에 쏟는 열정의 일부만
농업을 이해하는데 할애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러나 처음에 그들이 가진 것이라고는 자신감이 전부였습니다. 자동차 매매상사에서 청소를 해주는 대가로 가게 한구석에 책상 두 개와 노트북 두 개를 놓고 사무실을 차렸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곧 사업을 접을 모습이 눈에 선했습니다. 2011년, 두 청년은 자신들이 시작한 도전이 이대로 끝나기에는 너무 아쉽다고 생각했습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두 대표는 전국의 감자 농가를 찾아다니며 “우리가 판로를 해결할 테니 감자를 외상으로 달라”며 자신감 넘치는 포부를 보였습니다. 사실 수많은 농민들로부터 감자를 매수해야 하는 식품기업과 적은 양의 감자를 수요기업에게 팔기 힘든 농민 모두 록야 같은 집하 중개 기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두 대표는 간파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농산물 생산업체, 농장주들은 아무런 배경이 없는 젊은이들을 말 한마디에 쉽게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수십년 동안 유지해온 판로를 젊은이들의 말만 듣고 새롭게 바꾸는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두 대표는 농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농사를 도우며 그들의 마음을 조금씩 얻어갔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사업은 첫 1년 동안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는가 싶었습니다.
2012년 중순, 절망에 빠진 그들에게 “한번 만나보자”라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그토록 계약하고 싶었던 해태제과였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열심히 자신감 하나로 돌아다니던 1년전, 두 대표가 방문했던 강원도 양구의 한 감자 농가 주인이 해태와 계약을 맺을 때 “나는 비즈니스를 잘 모르니 나를 찾아왔던 두 청년에게 모든 것을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벼랑 끝에 몰렸던 두 청년은 이를 시작으로 농심, 신세계 등 유통 공룡들에게 감자를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
록야는 파종부터 수확단계까지 전문적인 감자 구매 통합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제주도부터 대관령까지 전국 농가와 계약 재배를 통해 연간 4000톤 규모의 감자 구매 경쟁력을 확보하였습니다.
여기에 더불어 기존 농가들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해결법을 제시했습니다. 박영민 대표의 말에 의하면, 만 평, 2만 평을 가진 대형 농가들은 수익이 보장되지만 우리나라 농가들은 대개 천 평, 2천 평 정도 농사를 짓습니다. 이 소형 농가들이 유통 업체에게 수수료를 지불하며 모든 물건을 넘기면 수익이 줄어들게 되겠지요. 록야의 성공 비결은 여기에 있습니다. 바로 농가 재배 면적의 70%만 계약합니다. 록야는 시장에서 가격이 낮은 작은 사이즈만 골라서 계약재배 물량으로 가져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전체 수확량의 30%를 차지하는 왕특 감자는 농민들이 직접 판매하고, 수익성이 낮은 감자는 록야가 유통해주는 것이지요.
우리는 당장의 수익보다는 농가들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감자만 팔겠다고 한다면 기존의 중간상인들과 같은 방식으로 했겠지만,
우리에겐 더 큰 꿈이 있습니다.
그렇게 전국의 농가를 매료시킨 록야는 공급사슬 전방에서는 대량 생산 인프라를 기반으로 농심, GS리테일, 아워홈, 해태 가루비, 신세계푸드 등의 대형 유통기업과 계약하여 안정적이고 직접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콩 등 다수의 생산자로부터 집하가 필요한 작물의 생산자와 수요자간 중개플랫폼을 구축해 가고 있습니다.
록야는 농민들과 식자재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B2B 서비스뿐만 아니라 B2C 서비스에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I Am Ground’ 라는 브랜드를 출시하여 누구나 꼬마 감자와 고구마 등을 쉽게 요리할 수 있는 제품을 2018년 10월에 완공한 아산 가공 공장에서 생산하여 판매하고 있는 것이지요. 록야는 이를 기반으로 사이즈가 작아 먹기 편한 베트남산 휴게소 감자를 모두 국산화하겠다는 계획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록야는 감자에서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아이엠그라운드 캔나물’을 출시했습니다. 1~2인 가구는 나물 반찬을 먹고 싶지만 만들기 쉽지 않다는 점에 착안하여 나물반찬을 캔에 담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캔나물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부 마트에도 납품 계약을 확정 지었고, 호주와 캐나다에까지 판로를 넓힐 계획입니다.
자사의 농산물을 소비자들에게 최대한 신선하게 판매하기 원했던 록야는, 신선식품의 큰 손 마켓컬리와 손을 잡았습니다. 마켓컬리를 통해 계약 농가의 감자, 고구마, 당근 등 토지 작물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2020년 현재 ‘농업회사법인 록야’의 제품은 마켓컬리 야채 채소 카테고리의 1페이지에 자리하고 있을 만큼 그 반응이 뜨겁습니다.
록야는 감자 재배에서 가장 중요한 씨감자부터 식용 감자까지 아우르는 감자 생산 전반에 대한 자체 생산, 제조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농업 벤처 기업이 되었습니다. 생산과정은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립식량과학원 고랭지 농업 연구센터에서 건강한 배양 묘를 분양 받아, 한국 최대 씨감자 전용 유리온실에서 생육 과정의 덩이 줄기인 소괴경을 생산합니다. 이를 위해 생산 경력 10년 이상의 전문가들이 병에 감염되는 정도를 최소화하여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전문 종자관리사의 엄격한 테스트 과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현재 록야가 계약재배를 통해 유통하는 작물 종류는 감자 단일품종에서 27개로 늘어났으며, 농민들의 수입을 증진시키기 위해 산지 생산 농가에게 컨설팅까지 진행하며 낙후된 농가의 재배기술 향상부터 판로의 확보까지 종합 유통의 혁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록야는 이제 주먹구구식 재배가 아닌 전문적인 기술력과 더불어 농업 전문가의 체계적인 생산관리를 통해 농업인들이 항상 합리적인 가격으로 품질 좋은 식용 감자를 공급할 수 있도록 돕고있습니다.
두 대표는 언제나 자신들의 창업 동기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바로 농산업에도 청년들에게 기회가 무궁무진함을 보여주고 싶었던 그 동기말이지요. 그리고 이제 자신들의 기반을 갖춘 그들은 본격적으로 청년들의 참여를 유도하기로 합니다. 박영민 대표는 그로어스(Grower’s)라는 모임을 공식적으로 주최하여 농민들과 농업 벤처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 사이의 소통 공간을 만든 것이지요. 이를 통해 청년들에게는 농산업에 대한 현장중심의 실질적인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농민들과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영민 대표와 권민수 대표는 주저했던 농민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갔고, 그들의 마음을 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록야의 이익만을 생각하지 않고, 농민들의 이익도 우선시하는 상생 유통 플랫폼을 만들었지요. 그 결과 2019년 기준 연 매출 120억원의 알짜 스타트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제 록야는 농민들과 소비자를 위한 또다른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바로 실시간 농산물 정보 플랫폼인 ‘테란’입니다. 록야는 ‘팜에어’라는 자회사를 설립하여 실시간으로 오르내리는 농산물 가격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비효율적이고 주먹구구식 이었던 기존의 농산물 유통업자 위주의 가격 체제에서 벗어나, 믿을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테란은 공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여 농산물 표준 가격은 물론, 실시간 날씨, 환율, 재배면적, 작물 간 상관관계까지 수집하여 특정 농작물의 가격 예측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박영민 대표와 권민수 대표는 명확한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고 있습니다. 바로 록야를 시작으로 농업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록야를 유니콘기업으로 키워내는 것이지요.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농업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청년들을 위한 ‘엑셀러레이터’로 활동하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오늘도 두 대표는 자신 있게 소리칩니다.
제발 농업벤처 창업 좀 하세요!
대학시절부터 창업을 하기로 한 두 대표들의 결심은 어디에서 기인하였고, 또 실현의 동력이 되었으며, 어떻게 지금까지 지속해올 수 있었을까요?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들이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만을 가지고 있었다면, 또는 실패를 두려워 했다면 오늘날의 록야는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아이디어를 실현하겠다는 의지에 더해 그들은 매 순간 고민을 거듭하며 전략적 결정을 내리고 실행해 왔습니다.
기업가에게 있어 그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다름 아닌, 기업가적 판단(Entrepreneurial Judgment) 또는 기업가적 의사결정(Entrepreneurial Decision Making)의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급변하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매 순간 판단과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에 준하는 책임을 지는 일은 기업가의 숙명이자 또 그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경영학을 비롯, 기업가에 관한 연구에서는 기업가의 판단과 의사결정을 주제로 한 연구 분야가 오랫동안 많은 학자들의 관심을 받아왔습니다(Shepherd, Williams & Patzelt, 2015).
이러한 기업가의 의사결정을 록야의 두 대표에게 적용하여 생각해 보겠습니다. 여러 기준으로 그들의 의사결정 유형과 특징을 나눌 수 있을테지만, 우선 여러분이 보시기에 그들의 의사결정에는 어떠한 특징이 엿보이는지 생각해 볼 수 있나요? 또는 그들의 의사결정의 배경 뒤에는 무엇이 주요 동인이 되어 어떤 목표를 실현하고자 하였을까요? Shepherd, Williams & Patzelt(2015)는 기업가적 의사결정에 관한 기존의 문헌 600여개를 분석, 이에는 크게 (1) 기회 평가의 결정, (2) 기업가적 진입 결정, (3) 기회 활용에 관한 결정, (4) 기업가적 엑시트 결정, (5) 의사결정 과정의 경험적 접근과 편향 등으로 분류하여 볼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업가적 의사결정 활동에 미치는 영향에는 기업가의 그 자체적 특성 및 성향, 그리고 환경적 요인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그 둘을 일단을 제쳐 두고 생각해 봅시다. 기업가적 의사결정은 우선 비즈니스 혁신의 기회를 인식하고 그것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부터 시작될 것입니다(기회 평가의 결정). 그 다음 기업가들은 기회 실현으로 인한 궁극적 성취와 목표를 그리며 기업가가 되기로 결심할 수 있습니다(기업가적 진입 결정). 기업가가 되기로 한 측면에서 분명 기회를 평가하고 결정하는 앞 단계보다는 한 단계 더 나아간 상태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기업가는 기업가적 기회를 지속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그에 미치는 다양한 재정적, 사회적 환경을 활용하고 그 개인의 지식과 경험, 신념 등을 통합하고자 합니다(기회 활용에 관한 결정). 또 기회의 실현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시점에서는, 비록 성공 또는 실패 어떠한 면으로 불리어지는 것과 상관없이, 기업가는 기업을 매각하거나 폐업할 수 있습니다(기업가적 엑시트 결정). 물론 이러한 일련의 결정 과정은 비선형적이며, 기업가 자신의 편향에 기반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각 기업가적 의사 결정의 단계는 기업가들마다 다른 성장의 변곡점과 의미로 다가갈 것입니다.
록야의 두 대표에게는 어떤 기업가적 의사결정이 성장의 변곡점이며 또는 위기의 국면이 될 수 있을까요? 그들을 둘러싼 모든 환경적 요소와 그들 개인의 누적적인 지식과 경험과 신념들이 가장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현 단계에서 말입니다. 그 무엇도 확실치 않지만, 기회 활용에 관한 결정이 잘 이루어질수록 그들만의 성장 노하우의 위기 대처는 혁신 비즈니스의 든든한 전략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내일도 성장할 지금의 록야가 기대가 됩니다.
Where? 강원도 원주시
When? 2011 년
What? 감자 등 농산물 생산 및 유통 전문 기업
Who? 박영민, 권민수
Why? 농산물 유통 프로세스, 농산물 판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How? 생산자와 수요기업간 농산물 중개 및 실시간 농산물 정보 플랫폼 구축
‘감자' 하나만을 보고 달려온 7년, 록야 박영민 대표, IT동아, 2018/10/03
감자로 60억 매출 올린 두 청년, 오마이뉴스, 2016/08/14
감자로 스타트업 만든 청년들 “농업도 하나의 산업, 세계일보, 2019/09/27
감자로 한해 63억 벌어들인 두 청년, 매일경제, 2016/08/31
구시대적 유통구조 탓 알음알음 물어 거래… 공공데이터 긁어모아 표준가격표 만들었죠, 서울신문, 2020/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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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뙈기 하나 없이 감자 시장 1위된 농테크 스타트업 '록야', Byline Network, 2020/07/06
Shepherd, D. A., Williams, T. A., & Patzelt, H. (2015). Thinking about entrepreneurial decision making: Review and research agenda. Journal of management, 41(1), 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