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들을 위한, 농부들에 의한 안전한 신용 거래 플랫폼
우스갯소리로 ‘먹튀’라는 말이 생겨났을 만큼, 상거래에 있어 정당한 대가를 지불 하지 않은 채 잠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로 인해 거래가 복잡해지고 불신이라는 소모적 비용을 초래하게 되는데, 유독 이런 위험과 비용에 노출된 분야가 바로 농산물 거래 부문입니다.
현재 농산물 시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상품/서비스 거래방식은 다른 분야에서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자신이 재배한 농작물에 대해 즉시 대금을 받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농민들은 수일에서 많게는 수십일 동안 구매자가 돈을 지불하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고, 설상가상 농부들이 구매자의 재정 정보도 투명하게 알 수 없었기 때문에 항상 금융 피해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농부 모두가 결제를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저희의 기술 개발의 동기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여기에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농업에 블록체인기술을 결합한 애그리디지털(Agridigital) 입니다. 애그리디지털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농부들의 판매 결제 보안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애그리디지털(AgriDigital)의 CEO 엠마 웨스턴(Emma Weston) 은 처음부터 농업이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호주 멜버른 대학교(University of Melbourne)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변호사로서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법률 회사에서 일하던 중, 그녀의 인생을 바꿔 놓을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바로 AWB(Australian Wheat Board)라는 무역회사의 사내 변호인으로 활동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농업 시장에 처음으로 뛰어들게 됩니다.
그녀의 업무는 농민들이 판매한 밀에 대하여 공정한 가격을 제공받았는지, 그리고 그들이 구매자로부터 구매 대금에 대해 제대로 보증을 받았는지 법률 전문가로서 확인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업무에 매료되었습니다. AWB에서 근무하며, 그녀는 농부들이 원하는 것과 걱정거리에 대해 더 자세히 공부했습니다.
농부들은 자신들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런 농부들을 ‘환상적인 사람들’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호감을 느끼고 진심으로 돕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농민들과 가까워질수록 그들이 입는 피해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농민들은 일한 만큼의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었고 지불 보증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지요. 엠마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서를 옮겨가며 최대한 노력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실패와 반대에 부딪혔고, 회사 내에서는 농업 전체에 만연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농부들의 상품이 공정한 가격에 지불 받도록 돕는다는 임무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임무에 매우 흥미를 느꼈고 그 이후로 농업을 떠나본 적이 없습니다.
그녀는 회사에서의 경험을 밑천 삼아 보다 공정한 거래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는 그녀를 애그팜(Agfarm)이라는 곡물 판매 대행사의 합류로 이끌었고, 여기서 그녀의 남편 밥 맥케이(Bob McKay)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직접 농사를 지으며 농부들을 알아갔고, 곡물들이 거래되는 과정을 현장에서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곡물 농업 전반의 시스템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난 뒤, 그녀와 맥케이는 사업체를 매각하고 완전히 새로운 시도에 착수합니다.
2015년, 그녀는 농부 출신의 벤 레이드(Ben Reid)와 함께 풀프로파일(Full Profile)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애그리디지털(AgriDigital) 서비스를 만들게 됩니다. 애그리디지털(AgriDigital)은 각종 상을 휩쓸며 화려하게 그 시작을 알렸습니다. 2016년 5월 웨스트팩(Westpac)의 블록체인 해커톤대회에서 우승함으로써 그들의 아이디어와 기술도 대외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각각의 블록에 거래 정보를 저장합니다. 그리고 모든 블록을 체인처럼 연결하여 블록들 간의 연속적인 신뢰를 보장하는 기술이지요. 즉 모든 거래 참여자가 체인처럼 연속적이고 동일한 장부를 가지게 되며, 거래되는 모든 내역은 기록으로 남습니다. 이렇게 하면 하나의 거래 장부가 찢어지거나 없어져도(위조 및 손실) 다른 동일한 거래 장부가 존재하기 때문에 손실되지 않은 장부를 복제하기만 하면 그 부분을 복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장부를 실시간으로 비교해서 조작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변경된 내용도 실시간으로 기록하게 됩니다. 이렇게 블록 체인 기술은 거래의 투명성과 즉시성, 신뢰도를 보장하는 기술로 자리잡았습니다.
애그리디지털이 도입한 블록체인 기술은 몇 년 전 국내에서도 이슈가 된 ‘비트코인 대란’을 기점으로 일반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진 기술입니다. 애그리디지털은 블록체인 기술을 농업 분야에 최초로 적용한 기업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이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농부가 농산물을 판매할 때 판매 계약을 공개적으로 기록함으로써 판매 대금 지불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하고, 토큰(Token) 거래 방식을 활용하여 마치 가상화폐처럼 즉시 지불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애그리디지털의 블록체인 기술은 크게 3가지 이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1. 물건을 판매하거나 유통하는 과정이 모두 기록되며 이 정보들은 모두 연결되어 공개됩니다.
2. 모든 정보들이 교차 검증을 실행하기 때문에 위조가 불가능하고 중개자 없이 스마트 계약 거래 실행이 가능합니다.
3. 계약이 성사되면 거래 당사자들이 지불 조건에 충족되는지 확인하고, 지불 능력에 따라 자동으로 프로그램이 돈을 지불/구매 취소를 수행합니다.
Agridigital 서비스를 이용한 거래는 단 몇 번의 클릭만으로
생산자와 구매자 간의 계약 및 배달을 원활하게 만듭니다.
애그리디지털은 현재까지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1800만 톤의 작물, 30억 달러(한화 3조 5300억원)규모의 거래를 수행했고, 5590여 명의 농업인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2017년 호주에 첫 서비스를 개시하고, 2019년 캐나다와 북미지역에도 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 이 거대한 실적을 3년만에 달성해낸 애그리디지털은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게 됩니다.
그 이름하여 웨이패스(Waypayth) 입니다. 웨이패스는 수집된 곡물 거래 데이터를 바탕으로, 곡물을 추적하기 위해 만들어진 데이터 플랫폼입니다. 앞서 소개한 서비스에서 농산물 거래의 신뢰성과 즉시성을 확보했다면, 웨이패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모든 유통 단계를 추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덕분에 단일 블록 체인 플랫폼 위에서 거래 계약사항, 배송, 저장, 결제와 송장까지 모든 단계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농민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합니다. 지불에 대한 걱정은 농민들의 큰 불안 요소입니다.
최근 몇 년간 신드롬 현상으로 주목받았던 블록체인은 금융과 통화를 분산시키는 혁신적 기술로 등장해, 오늘날 전 산업계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활동을 이어 나가려는 신생기업(start-up)들에는 투명성을 담보로 한 거래 및 검증 프로세스로 인기가 많은 편이지요.
이번에 살펴본 애그리디지털과 같은 농업 벤처의 기술부터 식품 공급망, 의료에 이르기까지, 블록 체인은 신뢰 기반의 거래 관계를 중시하는 산업에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산업 현장과 학계에서는 그야말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준하는 기술 진화 이자(Saadatmand & Daim, 2019), 혁신 이론의 새 지평을 연 신 데이터 저장 기술이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는 블록체인 고유의 기술적 특성이 크게 작용하는 데 기인할 것입니다. 이에 비추어 적어도 앞으로의 파괴적 기술 특징은 블록체인 보다 더 간명하고 저렴하지 않으면, 또 보다 더 신뢰롭고 편리하지 않으면 쉬이 명명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파괴적 기술 특징을 십분 활용한 블록체인 기반의 스타트업은 현재 미국의 실리콘벨리, 뉴욕, 유럽의 런던, 싱가폴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서비스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 등 다른 기술과 결합해 위조 제품들을 분류하거나, 블록체인으로 지불해 학업증명서를 발급하는 등 블록체인의 유용성은 다양하게 날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농민들의 거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방도에서 벗어나, 다른 신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그 유용성이 배가 되고 있는 것이지요.
아직 글로벌 수준의 열의만큼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몇몇 블록체인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신기술과의 융합을 바탕으로 신동력의 창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관련 제도와 규제의 미비와 대중화 부진 등 많은 과제들에 직면해 있지만, 초창기 애그리디지털이 그러하였듯, 스타트업 기술 개발의 동기를 끝까지 잊지 않고 혁신의 여정을 계속해 나간다면, 또 다른 애그리디지털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Where? 호주, 시드니
When? 2015 년
What? 최초의 농업 블록체인 회사
Who? Emma Weston
Why? 농산물 판매대금의 체납 및 미납 문제 해결을 위해
How?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거래 기록을 확실하게 남김으로써 판매 대금 결제 안정성 확보
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의 전략적 가치, 퓨처타임즈, 2019/10/10
블록체인(Blockchain)기술 동향 및 보건복지 정보통계 분야 활용 방향,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8/04
콘텐츠 산업 지형 바꿀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투데이, 2018/02/10
AgriDigital pioneers blockchain use with first farmer-buyer agriculture settlement, CTRM Center, 2017/02/02
AgriDigital Case Study-Fletcher International Exports, Agridigital, 2017/04/24
AgriDigital Case Study-Itochu Australia, Agridigital, 2018/05/11
Agridigital Case Study-Sullivan Family Ag, Agridigital, 2020/08/14
AgriDigital Case Study-Tremlett Storage, Agridigital, 2018/06/08
Blockchain Is Seeding Agriculture Revolution, CDOTrends, 2019/01/14
Emma Weston, Agridigital blockchain, Australia Unlimited, 2017/05/04
From farm to plate via blockchain, Solving agriculture supply chain problems one grain at a time, ZDNet, 2018/06/28
Full Profile's AgriDigital successfully executes world's first settlement of an agricultural commodity on a blockchain, FinTech Australia, 2016/12/09
GRAIN GAIN: GROUNDBREAKING TECHNOLOGY HELPS FARMERS, australiaunlimited, 2017/05/04
Australian Blockchain Startups Series, EVERTHOUGHT EDUCATION, 2017/05/14
Saadatmand, M., & Daim, T. (2019, June). Blockchain technology through the lens of disruptive innovation theory. In 2019 IEEE Technology & Engineering Management Conference (TEMSCON) (pp. 1-6). IE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