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한 데이터 농업 구현
2017년 11월, IBM 아태 및 중국 사회공헌 총괄 임원인 데이비드 래퍼는 4차 산업혁명과 노동자에 대해 이야기하며 새로운 단어를 언급했습니다. “새로운 교육방식으로 양성된 ‘뉴칼라(new collar)’ 인재가 앞으로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움직일 것”이라고 말이지요. ‘뉴칼라(new collar)’란, 학력과 노동 분야의 경계를 허물고 앞으로 다가올 산업혁명, 디지털 혁명 시대에 적응해 살아가는 새로운 계급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인공지능과 IT 기술을 전 산업에 적극적으로 접목하는 새로운 청년 인재들인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농업 분야의 블루 칼라와 화이트 칼라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농업 벤처기업 ㈜그린랩스(Green Labs)의 신상훈, 안동현, 최성우 대표입니다. 이들은 21세기 메가트렌드(MegaTrend)인 4차산업혁명의 중심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농업이 육체 노동이었다면,
앞으로는 지식 노동자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농업 데이터 유통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고 싶습니다.
- 신상훈 대표 -
온라인 쇼핑몰 ‘쿠차’와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피키캐스트’를 창업한 안동현 대표는 평소 농업 부문 창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2014년 쿠차를 매각한 안동현 대표는 딸기를 재배하며 농업에 대한 기초 지식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3년뒤, 안동현 대표는 디지털화가 가장 느린 산업인 농업에 IT기술을 접목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2017년 그린랩스(GreenLabs)를 창업하게 됩니다.
그린랩스는 IT 기술과 플랫폼 서비스 경험이 풍부한 3명의 전문가가 함께하며 본격적인 농업 벤처로서 자리잡은 기업입니다. 2020년 5월, 그린랩스는 서비스 및 마케팅을 총괄하는 ‘넥스트 매치’ 창업가 신상훈 대표, 경영전략 전문가 최성우 대표까지 영입하며 [안동현 대표(국내사업) – 신상훈 대표(서비스&마케팅) – 최성우 대표(해외사업)] 3인 공동경영 체제가 완성됩니다.
가장 최근에 합류한 신상훈 대표는 데이팅 서비스 ‘아만다’를 운영하는 넥스트매치의 창업가 출신으로,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 메릴린치의 펀드매니저로 활동했습니다. 2011년에는 학교 동아리 선배가 창업한 ‘리디북스’에 합류해 본부장으로 근무하며 투자자 겸 경영진으로 활동했습니다. 이후 2013년, 넥스트매치를 창업한 신상훈 대표는 ‘아만다’ 서비스를 출시하며 IT 연쇄창업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린랩스는 디지털 기술과 농업의 융합을 구현해내기 위해 젊고 유능한 전문가들을 영입해왔습니다. 유통본부장으로 라이프스타일 컨텐츠 플랫폼 ‘집꾸미기’ 출신의 인재를, 마케팅본부장으로는 ‘삼분의일 매트리스’의 마케팅 인재, 그리고 신사업 개발 및 서비스 운영관리 담당으로는 소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 ‘아만다’ 최고운영책임자까지 영입하면서 디지털 농업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준비했습니다.
농업은 여전히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위주의 산업입니다.
우리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안동현 대표 -
내로라하는 IT 전문가들이 모인 그린랩스였지만, 2018년 그린랩스가 출시한 스마트 팜 솔루션 ‘팜모닝’의 초기 버전은 경쟁 업체에 비하면 부족한 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린랩스의 직원들은 1세대 스마트 팜 솔루션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고, 농민들의 편의성 향상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농민들이 느끼던 기존 1세대 스마트 팜의 문제점은 바로 ‘빈약한 사후지원’ 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에 착안한 그린랩스는 단순 하드웨어 설치와 소프트웨어 제공에 그치지 않고, 시설 유지보수에 집중하면서 농부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기존 농가에도 정부 지원으로 스마트팜을 조성했지만,
나중에 설비만 두고 떠나서 고장 나면 고물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첨단 기술에 친숙하지 않은 농민들에게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제공한 그린랩스는 농민들과 예비 귀농인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출시 후 현재까지 누적 3,200여개 농가에 스마트 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올해 연말까지 10,000개 농가에 스마트팜 솔루션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고 있습니다.
빠르게 성장한 그린랩스는 2019년 ‘팜모닝 3.0’을 출시하게 됩니다. 새로운 버전의 팜모닝은 국내 최초의 클라우드 기반 농장경영시스템으로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농장 원격 제어관리를 통해 농업 시장 정보와 유통 정보까지 제공하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활용하는 스마트팜 기술은 작물 성장 데이터를 축적, 관리하는 과학적 생산방식을 도입해 기존 관행 농사 대비 생산성을 수십 배 향상시켰습니다. 더불어 회원 농가의 생산물을 네이버쇼핑이나 카카오 이커머스 등에 판매할 수 있는 판매채널까지 제공함으로써 농민들의 수익성 증대에 기여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린랩스는 농장경영 컨설팅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업계획 – 농장 신축 – 농장 운영 – 유통관리] 4단계로 나뉘어진 프로그램은 토지 컨설팅, 작물 선정과 자금확보부터 생산, 유통 컨설팅까지 제공하며 디지털 농업을 꿈꾸는 농민들과 초보 귀농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최근 출시한 ‘모닝 노트’ 애플리케이션은 자동화된 생산과정을 분석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한편 자기 농장의 정보만 확인하는게 아닌, 농업 시장 전체에 대한 정보를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제공하고, 농사 일정 알리미 기능까지 보유해, 농민들의 원격 관리 편의성을 높여줍니다. 이에 더해 농산물 시세 정보와 유통 정보까지 제공해 농민들은 손쉽게 농가 수입 변동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린랩스의 안동현 대표는 딸기를 재배하며 농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그린랩스의 회원 농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작물도 딸기입니다. 딸기와 스마트 팜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요? 정답은 바로 수익성입니다. 딸기는 다른 과일들과 비교해서 높은 수익성을 보장하며, 특히 아시아 국가중 한국의 딸기가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국산 딸기는 높은 상품성을 자랑하며 어떤 나라에서든 높은 수요를 자랑하고 있지요.
최근 그린랩스는 동남아시아 국가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을 그리고 있습니다. 국산 작물에 대한 수요가 높은 지역에 우선적으로 팜모닝 솔루션을 수출한다면, 국내 농지와 동일한 재배 환경을 가진 생산 시설에서 작물을 재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베트남에 진출하기 시작한 팜모닝은 딸기에 이어 천혜향, 샤인머스캣 등의 노지 과일 재배에도 성공하며, 해외 어디에서든 한국산 작물과 동일한 품질로 농산물을 재배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린랩스의 빠른 성장과 동남아시아 진출 배경에는 미래 기술 농업의 가치를 알아본 전문가들의 투자가 바탕이 되었습니다. 그린랩스는 창업 후 마그나 인베스트먼트(Magna Investment)를 필두로 한 프리 시리즈 A 투자금액 40억원을, 2020년 5월에는 마그나 인베스트먼트(Magna Investment), 메인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Mainstreet Investment), 화이 인베스트먼트(Huayi Investent)등의 공동투자로 65억원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해냈습니다. 거기에 더해 신용보증기금에서 선정하는 ‘우수 중견기업’으로 발탁되며 스케일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70억원 지원 보증까지 받는 데 성공합니다. 그린랩스는 2019년 매출 93억원을 기록하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 2020년 7월 국가브랜드 대상과 스마트팜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스스로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설립 3년만에 스마트 팜 대표기업으로 자리잡은 그린랩스는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농업 R&D 연구개발에도 매진하고 있습니다. 2020년 9월 그린랩스는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병해충 예찰 연구사업’ 수행 기관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컴퓨터 하드웨어 & 데이터 솔루션 기업인 엔비디아(NVIDIA)와 연계하여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머신러닝, 딥러닝 기반 병해충 예방용 차세대 스마트 농업 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나아가 그린랩스는 가정용 스마트팜 재배기, 멧돼지 퇴치기, 교육용 스마트팜 프로젝트 등까지 개발하며 농업과 연계된 모든 분야에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파이오니어(Pioneer)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해외 스타트업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 청년들의 창업 아이템은 ICT부문 편중율이 매우 높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ICT 분야 성공 스토리를 가진 디지털 인재들이 의기투합해 농업벤처에 도전하는 것은 흔치 않지만 매우 의미있는 시도라고 생각되고, 필자는 강한 성공 예감도 느낍니다. 그린랩스의 사례는 플랫폼 서비스 창업 경험을 보유한 청년들이 모여 불모지나 다름없는 농업벤처분야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장기적 청사진(Blueprint)를 그린 뒤 기획 창업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시장과 산업의 현황을 명확하게 진단하고, 자신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과 기술을 투입하면서 단기간에 양과 질이 보장된 성공을 확보할것으로 예상됩니다.
여러분은 본 브런치 연재글 중에서 6월8일에 발행한 '농업계의 구글' FBN(Farmers Business Network) 사례를 기억할 거예요. 구글의 프로그램 개발 리더였던 찰스배런(Charles Baron)이 농장을 운영하는 친척의 애로사항을 보면서 각종변수를 데이터화하여 첨단 농업 플랫폼을 구축한 사례 말입니다. 필자는 평소 FBN처럼 디지털 기술과 경험, 그리고 안목으로 무장한 ‘뉴칼라(new collar)’ 인재들이 디지털 전환에서 소외된 농업부문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 넣을 스타트업을 고대했는데, 그린랩스 사례를 연구하면서 유사한 지향점을 발견하게되어 반가웠답니다. 직관과 관행에서 벗어나 작물별 생육환경 변수들을 데이터화 하여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가 유무선 통신망을 통해 스마트 설비를 통제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상상력을 발휘하면 사업기회들이 보일거예요.
FBN은 농가들 토지의 성분분석 데이터를 분석,축적하여 해당토지의 최적의 작물을 추천하고(FBN Analytics), 해당 작물의 씨앗과 자재를 판매하며(FBN Seed Finder), 각 농부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종류와 수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사의 플랫폼에서 판매하고(FBN Direct), 나아가 농가들의 수요 데이터 추정을 통해 보험,자금융자까지 알선하는 올인원 플랫폼을 구축했지요.
기업가정신으로 똘똘 뭉친 그린랩스의 3인 군단은 농업이라는 산업 기반의 지식과 경험이 전무하였지만, 기술 혁신을 매개로 기존 산업을 농업으로 끌어들여와, 이른바 플랫폼 앙트러프레뉴얼십(platform entrepreneurship)을 유감없이 펼치고 있습니다. 이들의 혁신은 플랫폼이라는 개방형 공간을 통해 참여자의 정보 공유는 물론,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외부 환경의 비즈니스 데이터가 다시 참여자로 하여금 파생될 수 있게 설계된 궤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플랫폼 BM은 사람, 비즈니스, 사물들의 전례 없는 통합을 일궈내어, 새로운 비즈니스를 끊임없이 창조해 냅니다(Yablonsky, 2016, 2018).
더욱이 오늘날과 같은 COVID-19의 출현 속에서 디지털 소통을 통한 데이터 가치가 강조되고 있는 만큼, 향후 글로벌 스마트팜 시장은 클라우드 기반의 소프트웨어, PasS(Platform as a Service) 유형의 솔루션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실제로 코로나발 경제 침체를 대비하듯, 오히려 2020년 글로벌 벤처 시장의 2/4분기 동안, 클라우드 및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Crunchbase News Venture Report: 2020). 그 전환태세에 맞춰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20년 1분기와 3분기에는 온라인 기반의 상업, 쇼핑, 농업 부문에 대한 스타트업 펀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안고 과연 그린랩스는 어떻게 기술의 비약을 이루어낼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재택 근무 및 원격 근무와 같은 일상 생활의 변화도 소비자로 하여금 클라우드/플랫폼 기반의 서비스 이용을 더욱 수월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텐데 말이지요. 이제는 기술 구현의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기술플랫폼 BM관리에 참여하는 모든 이해당사자들을 대상으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지 고민해야 되는 시점인 것입니다. 즉, 그린랩스가 어떤 리더십에 기반한 이해관계자 경영을 꾸려나갈지에 따라 농민들을 위한 플랫폼이라는 하드웨어는 천차만별의 기능을 띠고 또 그 임팩트 역시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파트너와 고객, 근로자와 기술 자체의 통합과 균형 속에서 그린랩스는 어떤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으며, 또 어느 위치로 비상할까요? 그린랩스의 기술혁신이 플랫폼 이해관계자 리더십으로 더욱 빛이 나기를 바랍니다.
Where? 서울, 송파구
When? 2017 년
What? 클라우드 기술 기반 스마트팜 솔루션
Who? 안동현, 신상훈, 최성우
Why?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생산과 판매를 지원하기 위해
How? 작물 생육 환경 변수 등 데이터 축적과 분석을 통한 AI기반 디지털 농업 실현
175억 실탄 그린랩스, 데이터농업 초격차 벌린다, 더벨, 2020/05/22
AI가 농사 짓고 농부는 경영… 데이터 농업 시대 열릴 것, 동아닷컴, 2020/06/18
그린랩스, 병해출 예찰 연구사업 과제 선정, 탑데일리, 2020/09/11
넥스트매치 창업자 신상훈씨, 농업 스타트업 그린랩스 대표로 선임, Startup's Story Platform, 2020/05/11
농사짓는 노하우 솔루션···농업 벤처기업 ‘그린랩스’의 도전, 농축유통신문, 2020/07/24
농촌으로 간 IT 기업가 농업이 블루오션, 조선비즈, 2019/10/29
데이팅앱 창업자가 스마트팜 사업에 뛰어든 사연, ZDNet korea, 2020/06/10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 농업 육성하려면…청년 유입정책 늘려 창업군으로 키워야, 서울경제, 2020/09/08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 태풍 와도 미리 감지해 대비…AI 스마트팜 선도, 서울경제, 2020/09/08
신상훈·안동현 대표 빅데이터 잘쓰면 화이트칼라 농민시대, 매일경제, 2020/07/12
아마존, 구글 눈독 들인다... 돈 버는 농사꾼 만드는 '애그테크', 중앙일보, 2020/08/29
Q3 2020 Global Venture Report_ Funding Holds Up And The Exit Markets Open,2020/10/12, Crunchbase News
Sergey Yablonsky, 2018. A Multidimensional Framework for Digital Platform Innovation and Management From Business to Technological Platforms, Systems Research and Behavioral Science, Wiley Blackwell, vol. 35(4), pages 485-501, Ju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