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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창완 Nov 13. 2020

Tule: 센서기반 관개 관리 시스템

간편한 기술로 농민들의 불편함을 해결한 스마트한 관개 기술

관개(Irrigation),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해마다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산업은 바로 농업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캘리포니아의 주요 재해가 바로 가뭄 이기도 합니다. 농업종사자들은 적정량의 물 공급 여부에 따라 상품가치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물관리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 사항이었습니다. 물은 적은 양이라도 적절히 분배하기만 하면 생산성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효율적인 농업용 관개 기술 발전은 대형 농업 기업들과 농장주들에게 필수적인 사항이었습니다. 


 오래전부터 농부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바로 관개였습니다. 이는 현장에서 땅을 직접 만지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물을 사용하고 언제 관개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체계적인 관개 농업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늘 있었지만 그런 시스템을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과 기술적 한계가 늘 농민들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농업 벤처 툴리(Tule)는 농민들의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고자 탄생했습니다. 관개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정확하게 수치화, 자동화하여 농민들, 특히 대형 농가의 불안함을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농업 과학 전문가의 탄생


툴리(Tule)의 CEO, Tom Shapland / 사진: UC Davis Office


 툴리(Tule)의 창업자 톰 샵랜드(Tom Shapland)는 농업과학기술 1위 교육기관으로 유명한 미국의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U.C. Davis)에서 포도 재배학, 포도주학(Viticulture and Enology)를 전공했습니다. 톰은 농민들이 끊임없이 발전하는 첨단 센서들을 농사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렇게 농업에 대한 관심과 배움은 자연스레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하는 창업가 정신으로 발전했습니다. 


 톰은 자신이 배운 농업 지식과 기술을 결합해 간단하고 명확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농민들이 물을 낭비하지 않고 관개 데이터를 받아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원예학, 농업학 박사과정 후 연구원(Post-doc)단계를 거친 톰은 2013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제프 라바지(Jeff LaBarge)와 툴리(Tule)를 창업했습니다.


The bottom line is Water.

가장 중요한 것은 물입니다.
농작물의 수확량, 생산물 가격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Tom Shapland-


 물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하면 생산물과 농경지가 망가지고, 그 해의 농산물 가격은 상승하기 마련입니다. 가격은 상승해도 농부들의 생산량 자체가 타격을 입기때문에 농부들의 수입은 결국 추락하기 때문이지요. 툴리의 CEO 톰 샤프랜드(Tom Shapland)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작물을 한번 수확하기 위해 얼만큼의 물이 필요하고, 손실되는 물까지 고려하면 대체 얼만큼의 물을 관개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툴리의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가뭄이 닥친 캘리포니아의 농장 / 사진: California Department of Water Resources


 다행히도 물 사용량을 예측하는 센서 기술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기술의 지적재산권이 모두 U.C Davis 대학의 소유였다는 점입니다. 설상가상으로 그 기술을 상용화하기에는 너무 비싼 비용이 예상되었습니다. 시장의 요구가 있음에도 이 기술이 연구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연구원 시절부터 물 사용량 예측 기술을 상업화하기 위해 톰은 열정적으로 연구에 매진합니다. 


 오랜 연구 결과, 톰은 독창적인 방법과 저렴한 비용으로 증발 수증기량(Evaportranspiration)을 측정해 물 사용량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그러나 대학 연구실에서 개발된 기술은 대학이 소유하게 된다는 걸림돌이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졸업 직전, 툴리 창업을 준비하고 있던 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 벤처 육성 기관(Venture Catalyst)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기관의 체계적인 도움을 받은 툴리는 U.C Davis와 센서 기술 독점 사용권 라이센스를 체결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증발하는 수증기를 측정하다, Tule Sense


툴리 센서 설치 모습 / 사진: Tule Technologies


 툴리가 개발한 센싱 서비스는 ‘Tule Sense’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센서의 기능은 정확한 관개량을 측정해 농작물 상태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것이었지만, 툴리는 자사만의 독창적인 접근법으로 이를 합리적인 가격에 개발해냈습니다. 


 툴리 센서는 증발 가스량 (Evapotranspiration, ET)을 측정하는 센서를 개발해 농작물의 수분 스트레스(Water Stress)를 측정합니다. ‘수분 스트레스’란 식물이 성장 과정에서 흡수하는 물(Input), 공기나 땅으로 배출하는 물(Output)의 양을 의미합니다. 증발 가스량을 측정하는 개념은 다음과 같습니다. 


잎에서 발생하는 수증기(Transpiration) + 토양에서 증발하는 수증기(Evaporation)  = 증발 수증기량(Evapotranspiration)    /자료: SERC


 얼핏 보면 간단한 개념이지만, 톰은 이를 측정하기 위해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그는 물이 수증기 형태로 증발하면, 수증기로 채워진 대기의 온도가 미세하게 변한다는 점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센서로 감지해 식물과 땅에서 증발하는 수증기 양을 측정하는 방식을 개발한 것입니다. 툴리 센서는 개당 최소 1에이커~최대 10에이커 (약 12,000평 규모, 가로 200m x 세로 200m)의 증발하는 수증기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넓은 농지에서 동일한 작물이 일제히 수증기를 내뿜을 때 변화하는 대기 온도를 감지하는 것이지요. 측정 결과, 식물의 기공(잎의 미세한 구멍)에서 발생하는 수증기가 전체 수증기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땅에서 배출되는 수증기는 작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센서는 별도의 모듈과 함께 설치됩니다. 센서와 함께 설치된 소형 컴퓨팅 모듈은 센서가 측정한 데이터를 분석한 뒤, 셀룰러 네트워크를 통해 농장주에게 전송합니다. 이를 통해 툴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농장주는 밭에서 증발한 물의 양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 웹, 이메일, 알람, 스마트폰 앱 등 다양한 방법으로 농부의 생산 목표량에 따른 실제 관개량과 예상 기후, 그리고 어느 정도인지 알려줍니다.


앱과 웹으로 제공되는 툴리 서비스 제공 정보 / 자료: Tule Technologies


 대형 농가가 대부분인 캘리포니아에서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농토에서 작물이 재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툴리는 이 대형 농가에게 적합한 수익 모델을 고안해냈습니다. 바로 ‘센서 당 과금 체계 방식’입니다. 농가 입장에서 넓은 농지의 모든 구역에 센서를 설치하기에는 비용 문제가 수반됩니다. 센서가 최대 10에이커의 수증기 변화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툴리는 고객 농지를 구역으로 나누고 센서를 말그대로 ‘띄엄띄엄’ 설치합니다. 그리고 한번의 수확 기간을 기준으로 센서 한 대당 1,500달러(한화 약 167만원)의 이용료가 부과됩니다.



사진 한장으로 더 쉽게, Tule Vision


사진으로 포도나무 상태를 분석하는 툴리 비전(Tule Vision) 서비스 / 자료: Tule Technologies


 센서 기술을 통해 합리적이고 정확한 관개 정보를 제공하던 툴리는 최근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바로 사진 한 장으로 식물의 현재 수분 스트레스(Water Stress)를 진단해주는 툴리 비전(Tule Vision) 서비스입니다. 


 툴리 비전은 농장의 규모에 따라 요금을 구별한 서비스입니다. 이로써 100에이커(약 12만 2400평) 미만의 농가는 에이커당 연 100달러(한화 약 11만원) 요금제부터 5,000에이커(약 612만 평)이상의 농장은 에이커당 연 6달러(한화 약 6,700원) 요금제까지 다양한 요금제로 편리한 작물 분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AI 이미지 인식을 기반으로 한 툴리 비전 서비스는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머신러닝(Machine-Learning) 기술 덕에 신뢰도 높은 즉각적인 작물 분석 서비스로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더불어 툴리 비전은 향후 스마트폰에 그치지 않고 트랙터 등의 농기계에 카메라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농업 기술, 엔젤들을 사로 잡다


 2013년 탄생한 툴리는 그 기술력과 독창성을 인정받으며 2014년 미국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와이 컴비네이터(Y combinator)에 선발되며 12만 달러(한화 약 1억 4천만원)의 투자금을 유치해냈습니다. 이후 캘리포니아의 도시 멘로파크(Menlo Park), 코슬라 벤처스(Khosla Ventures), 블룸버그 베타(Bloomberg Beta) 벤처 캐피탈을 비롯한 엔젤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총 100만달러(한화 약 12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학으로부터 센서 기술의 독점 사용 계약을 체결하는 데에 도움을 준 벤처 투자 기관 역시 툴리를 향한 관심의 일환이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툴리는 2014년 40개 농가에 100개의 센서, 창업 2년차인 2015년에는 60개 농장에 250개 센서, 2016년에는 300개 농장에 1,000개 센서를 설치하면서 서비스 규모를 빠르게 확장해 나갔습니다. 1,000개 센서를 기준으로 당시 매출을 추정해보면, 창업 3년만에 약 150만 달러(한화 약 17억원)의 매출을 올리게 되었고, 이용량 증대와 사용처 확대에 따른 매출성장은 이 스타트업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좁은 농지환경에서 툴리와 같은 방식의 센싱시스템은 활용도가 낮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툴리와 같이 이미 개발된 연구실 기술을 응용한 기술사업화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고, 이미 개발된 요소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는 역량을 발휘한다면 글로벌 스마트 팜 시장에 각종 센서나 디바이스, 시스템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상상력과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의 몫이지요. 



지속적인 혁신 마인드로 빚어진 농업 기술의 적정 기술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점철된 위기의 2020년, 올해의 노벨평화상은 UN산하의 세계식량계획(WFP, World Food Program)에 돌아갔습니다. 수상 이유와 관련, 노벨위원회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의 혼돈에 대응하는 최고의 백신은 식량이며, WFP는 그러한 위기 속에서도 최고의 백신인 식량으로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지요. 그렇다면 툴리의 활약 역시 단순히 스마트팜 비즈니스에 그치지 않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툴리는 궁극적으로 인류의 식량 문제에 대비하는 것이 자사의 비즈니스의 목표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와 같은 툴리의 비즈니스 의지를 두고 우리는 무엇으로 하여금 지속적인 실현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다각적인 차원에서 검토가 가능하겠지만, 무엇보다 적정 기술을 향한 혁신 마인드에 있지 않을까요? 이번 사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툴리는 단순히 기술 활용 그 자체에만 그치지 않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기술 혁신을 실현시키며 그 가치를 입증해 왔습니다. 연구실 안에서만 머무르고 있던 기술을 ‘발굴’해, 적재적소의 부가 가치를 염두에 두며 실용적 기술로 최적화해 나가는 여정을 오롯이 경험해 온 것입니다. 단언컨대, 툴리의 혁신 마인드로 빚어진 적정 기술의 혁신 사례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시 말해, 툴리는 관개 기술이라는 농업 생산의 효율성은 물론, 저렴한 비용으로 수증 증발량까지 측정하는 기술을 덧입혀 실질적 효과성까지 극대화하였습니다. 요컨대 비록 이론에만 그쳐 주목받지 못한 기술이었지만, 툴리는 그 자신이 놓인 환경적 조건을 실마리삼아 기술 혁신을 꾀하고, 이로써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궁극에는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술, 즉 적정 기술(appropriate technology)로 거듭나게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효과가 인간 삶뿐만 아니라, 재생 가능하며 물 낭비 없는 친환경적 농업 미래에도 기여하고 있으니, 앞으로 툴리의 역할과 툴리와 같은 농업 벤처의 존재 가치는 더욱 빛이 나지 않을까요?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기술은 그러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즉, 그 자체로 지속적으로 변환되어야 하는(transformed) 숙명을 안고 혁신 하지 않으면, 해당 상황에 최우선적으로 적합한 적정 기술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Smith, Fressoli & Thomas, 2014). 이러한 적정 기술의 혁신적 마인드를 동력으로 삼은 툴리의 미래는 과연 인류의 식량 문제 해결에 이바지 할 수 있을까요? 조심스레 예측해 보건데, 언젠가 미래의 노벨평화상은 툴리와 같은 적정 기술 혁신 기업이 수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속적인 혁신 마인드로 농업 기술의 적정 기술화를 실현해 오고 있는, 툴리의 이야기였습니다.








Where?     미국, 캘리포니아 

When?      2014년 

What?       수분 측정 센서와 식물 상태 분석 소프트웨어

Who?         Tom Shapland, Jeff LaBarge 

Why?        농장 관개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 

How?       증발수분량을 파악하여 적절한 관개량을 계산, 네트워크 통신을 통한 실시간 관리



REFERENCES

 

As California Drought Lingers, Tule’s Sensors Guide Crop Irrigation, Xconomy, 2015/02/18 

Evapotranspiration and Crop Water Use, SERC, 2018/01/11

From Lab to Launch, Comstock's magazine, 2016/12/20

Irrigation insights, Good Fruit Grower, 2020/04/09

Tule Is A Crop Hydration Sensor For The Tech Savvy Farmer, TechCrunch, 2015/01/21

Tule Technologies, Wines Vines Analytics, 2020/02/13

Tule Vision App allows growers to obtain midday leaf water potential, Wine business, 2020/02/20

Smith, A., Fressoli, M., & Thomas, H. (2014). Grassroots innovation movements: challenges and contributions. Journal of Cleaner Production, 63, 11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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