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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창완 Nov 19. 2020

AeroFarms
: 공중에서 자라는 신선채소

자동  분무 방식을 사용하는 새로운 방식의 실내 농장

  에미레이츠(Emirates Airlines) 항공과 싱가폴(Singapore Arilines) 항공은 기내식용 고품질 야채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특별한 농업 벤처 기업과 거래하고 있습니다. 매일 10만개 수준의 기내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대량 공급 시스템과 균일한 품질이 보장되어야하기 때문이지요. 기존 노지재배 대비 390배 수준의 생산성과 15일만에 수확 가능한 도심형 수직 농장 전문 기업, 바로 ‘에어로팜즈(AeroFarms)’ 입니다.


부족한 땅, 열린 하늘


Aerofarms의 공동 창업자 Marc Oshima, Ed Harwood, David Rosenberg / 사진: 에어로팜즈


 노스캐롤라이나 대학(UNC Chapel Hill)에서 학사학위를 받고 컬럼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에서 MBA를 취득한 데이비드 로젠버그(David Rosenberg)는 특수 콘크리트 제조 기업인 ‘하이크리트(Hycrete)’를 창업한 성공한 기업가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세계 경제 포럼에서 알리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회원이기도 했습니다. 활발히 기업활동을 하던 로젠버그에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물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농업은 수세기 동안 경시되어 왔습니다. 
-David Rosenberg-


 데이비드는 답답함을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습니다. 1990년도 콜롬비아 대학교 딕슨 데포미에 교수가 제안한 '수직 농장'을 현실화한 도심 농장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물 사용량과 생산성이 문제였습니다. 기존의 수경재배방식(AquaFonics)은 물에 직접 식물의 뿌리를 담가야 하기 때문에 일정량의 물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했고, 이를 계속 순환시키기 위한 기계설비들은 더욱 많아지고 커졌습니다. 이에 더해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토지 재배에 비해 작물 영양분 조절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하거나 맛이 떨어지기 일수였습니다.


공중재배방식(Aeroponics) / 자료: Modernfarmer


 2003년, 코넬 대학교 농업 대학의 하우드(Ed Harwood) 교수가 새로운 재배 시스템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수경재배방식에서 한단계 발전해 공중에 식물을 매달고, 영양액을 분무하는 방식의 ‘공중 재배’방식을 최초로 실현한 것이지요. 2011년, 데이비드는 외식산업 마케터 였던 동료 마크 오쉬마(Marc Oshima)와 함께 하우드(Harwood) 교수를 찾아갑니다. Harwood 박사의 공중 재배 프로토타입을 보고 가능성을 직감한 데이비드는 약간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를 제안하며 에어로팜즈(AeroFarms)를 공동창업하게 됩니다.


칙칙 뿌리는 영양분, 칙칙하지 않은 야채


 3명의 공동창업자는 미국 뉴저지의 폐건물들을 매입해 연구를 이어 나갔습니다. 지속적인 연구 끝에 자동 재배 기술과 결합한 에어로포닉스(Aeroponics, 공중재배방식)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기존의 수경재배방식은 식물을 용기에 담아 물길을 만들고 그 위에 식물을 띄우는 형태였습니다. 그리고 이 방식은 물을 너무 많이 소모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자동 재배 시스템과 결합한 공중재배방식은 기존 농지 재배에 비해 물을 95% 더 적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에어로팜즈의 사업화를 빠르게 앞당겼습니다.


에어로팜즈의 공중재배 시스템 / 사진: 에어로팜즈


 2011년, 에어로팜즈는 미국 도시 곳곳에 작은 농장을 설치하며 시험단계에 돌입했습니다. Phillips Charter School의 식당에 50평방 피트(약 4.6㎡)의 수직 농장을 설치하고, 폐클럽 건물을 매입해 소형 시스템을 설치해보며 도시 농업의 가능성을 검증해 본 것이지요. 마침내 2016년, 맨해튼에서 15마일 떨어진 곳에 본격적인 수직 농장을 세우고 본사를 옮기게 됩니다. 


 같은 해, 에어로팜즈는 본격적으로 뉴저지 주 뉴어크의 오래된 제철소를 매입했습니다. 허드슨 강 바로 건너편의 도심에서 대형 수직 농장을 건설하기 위함 이었지요. 이 수직 농장은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와 프루덴셜 금융(Prudential Financial)과 같은 금융 기관들로부터 유치한 3,400만 달러(한화 약 395억원)의 투자금을 바탕으로 약 6400㎡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실내 수직 농장이 되었습니다.


뉴어크에 위치한 Aerofarms의 수직농장 내부 모습 / 사진: 에어로팜즈


지속 가능한, 그리고 건강한 농업 비즈니스를 위해


 에어로팜즈가 승승장구하며 선구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받고 있을 때, 비평가들과 과학자들은 수직 농업이 미래의 산업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 첨단 농장이 가동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수직 농장이 가동되는 동안 소모되는 전기 에너지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물을 순환시키는 비용, 인공광원으로 사용되는 LED에 의한 에너지 소비와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수직 농장이 기존 농장에 비해 10배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는 결과를 내놓으며, 농지 재배와 비교해 높은 생산성과 물 절약이라는 장점이 과도한 에너지 소모량에 의해 상쇄될 정도라며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이는 에어로팜즈가 설립 당시 목표로 생각했던 농업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물 사용량 절감은 자동 분사 시스템을 통해 해결되었지만, LED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전기 사용량은 여전히 모든 수직형 농장의 골칫거리였습니다. 에어로팜즈는 이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자신들만의 LED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바로 작물의 종류와 성장 상태에 따라 LED의 파장을 조절하는 ‘라이트 레시피(Light Recipe)’를 직접 연구해 빅데이터를 축적한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300여 종 이상으로 재배 작물을 늘렸고, 각각의 작물에 라이트 레시피를 적용하면서 가장 거대한 규모의 ‘성장 데이터’를 얻게 된 것이지요. 이를 기반으로 자동 재배 시스템을 강화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면서 기존 수직 농장들보다 75%나 수확량을 향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독자적인 조명 시스템을 통해 1년에 30번 수확할 수 있게 되었고 동일 면적 대비 390배 더 높은 효율성을 이끌어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에어로팜즈의 자동 재배 시스템 컨트롤패널 / 사진: 에어로팜즈


 에어로팜즈의 재배 환경은 거의 완벽하게 통제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재배 환경이 통제되자 식물의 성장과 수확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고, 식물에 분사하는 영양액의 성분을 조정하여 특정 맛을 향상하거나 식감과 형태를 조절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실내공장이라는 장점덕에 외부환경의 변수가 차단되자 에어로팜즈의 농장은 언제나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고, 흙이나 고일 물이 없으니 해충도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이는 곧 재배 과정에서 필수적이었던 농약을 사용할 필요가 더 이상 없어졌음을 의미했습니다. 또한 물과 영양액 사용도 효율적으로 조절 할 수 있게 되어 기존 수경재배방식 대비 사용량을 50% 이상 줄일 수 있었습니다. 결국 에어로팜즈에서 생산되는 작물들은 완전한 유기농 상품으로 태어났습니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Aerofarms의 제품들 / 사진: 에어로팜즈


커지는 시장, 남겨진 과제

 

 많은 사람들이 수직형 농장에 도전했지만, 눈에 보이는 성공을 이룬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북미 최초의 상업적 수직 농장으로 불렸던 버티크롭(VertiCrop)은 2011년 설립 후 단 3년 만에 파산을 선언했습습니다. 2015년에는 Google의 알파벳X(AlphabetX)는 전세계 식량난을 대비하고 농작물의 도시내 자급자족을 위해 자동 수직 농장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현행 수직 농업 기술을 사용하여 채소를 넘어 밀, 쌀과 같은 곡류를 생산할 방법을 찾지 못하며 포기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수직농장의 운영 비용 문제, 곡식 생산은 에어로팜즈에게 남겨진 과제입니다. 수직 농업은 유망하지만 완성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의 첨단 산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직 농업이 미래의 먹거리 산업에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가 진행되고 있음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Allied Market Research가 발표한 수직 농업 시장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수직 농업의 시장규모는 약 22억 달러(한화 약 2조 5,531억원) 로, 성장 추세를 보자면 2026년까지 연간 24.6%라는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여 약 127억 달러(한화 약 14조 7838억원)에 이르는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지구의 환경변화와 늘어나는 인구들, 그리고 건강한 먹거리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까지. 이 모든 것들을 해결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더욱 진지하게 연구에 임할 때입니다.          


벤처 기업의 성장의 또 다른 과제,
‘무지’로 인한 위험 요소를 줄여나가는 일


 에어로팜즈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에어로포닉스라는 기술 혁신으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의 성장 곡선에 진입해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 성장의 안정세까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위기 요인들을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단초를 멀리서 찾을 것도 없습니다. 한 때 유망한 농업 벤처로 유명했지만 곧 아스라이 사라졌던 버티크롭(VertiCrop)과 Google의 알파벳X(AlphabetX)의 사례는 더없이 좋은 교재가 될 것입니다. 


 에어로팜즈는 이들의 실패의 원인과 관련, 매 성장 단계마다 위험(risks) 요소가 될 만한 일을 줄여 나가는 관리에 대해서 과연 어떻게 대응해 나갔는지 살펴볼 수 있겠습니다. 기업은 제한된 자원 내에서 성과 창출을 위한 혁신 활동과 위험 감소를 위한 자원 운영 활동에 대해 늘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같은 농업 벤처였던 버티크롭과 알파벳X에게는 무엇이 위험 요소였고, 해결하지 못한 것이었을까요?


 경영학 문헌에 따르면, 벤처의 ‘실패’를 기업 사망(mortality)이라는 말로 개념화될 수 있습니다.사망 위험도(mortality risks)는 기업이 파산하기 전 운영관리가 부실하게 되어 그러한 상황이 회복되지 않을 확률을 의미하며(Shepherd, Douglas & Shanley, 2000), 사망 위험에 처한 기업은 운영관리의 부실성으로 시장에서 퇴출될 사업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소유권 변경이나 폐업으로 처리된 사업체와는 다른 의미입니다. 


소비자에 대한 무지(consumer ignorance) : 정보를 전파하고 품질 위험이나 전환 비용을 부담하는 잠재적 고객, 또는 그 고객의 거부감을 극복하기 위한 활동과 관련
생산과정에 대한 무지(procedure ignorance) :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입, 고용, 임대 또는 기타 취득에 대한 비용, 원자재, 생산 자산, 인력 및 정보의 사전 조립 활동과 관련
경영에 대한 무지(management ignorance) : 경영 교육 및 훈련, 또는 기술과 경험 확보에 관한 무지
조합 전략에 대한 무지(combination strategy) : 소비자, 생산과정, 경영 각각에 대한 무지의 해소는 각 차원에 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각 차원들의 병합은 바람직하지 않은 무지를 낳을 수 있음

 

 사망 위험도를 줄이기 위해서 기업은 다양한 측면에서의 무지(ignorance)를 줄여나가야 합니다. 버티크롭과 알파벳X가 간과했던 무지는 무엇이었을까요? Shepherd, Douglas & Shanley(2000)는  무지를 크게 소비자, 생산과정, 경영, 조합 전략에 대한 것으로 살펴보았는데, 비단 이러한 프레임워크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각도에서 논의가 가능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에어로팜즈는 선례의 과오에서 성장 안정세를 갉아먹는 각 위험 요소들을 선제적으로 분석해, 매 성장 단계에서 도출될 수 있는 무지에 대해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되는 일일 것입니다. 혁신은 해야 할 일(things to do)뿐만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하는 일(things not to do)을 지키는 것에서도 비롯되니 말입니다. 






Where?    미국, 뉴저지

When?     2004년

What?     세계 최대 도심형 실내 수직 농장 운영

Who?       David Rosenberg

Why?      기존 관행농업 방식의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작물재배 방식 도입

How?      에어로포닉스 미스트(영양수 분무) 방식의 친환경 실내 농장을 건설



REFERENCES


농업과 IT기술의 만남 ‘스마트팜’…식량난 해결할까, KBS NEWS, 2018/04/11

데이비드 로젠버그 에어로팜 CEO “도심속 수직농장은 미래 식량의 대안”, 한국일보, 2018/02/20

도시 실내 농경 테크, 어디까지 왔나, 녹색경제신문, 2019/11/21

도시에서 年 30모작… 기상이변 시대 '미래의 농업', 조선일보, 2016/01/21

미국, 미래형 도심 속 농장 ‘수직농업’ 트렌드, 식품외식경영, 2020/03/27

미래농업의 대안… '식물공장'에서 해법 찾는다, 한국농기계신문, 2020/05/07

에어로팜스 로젠버그 대표 '물·비료 덜 써도 생산성은 390배', 매일경제, 2018/02/26     

4 Facts You Need to Know about LEDs and Vertical Farming, Medium, 2018/11/09

Abu Dhabi to Invest 100 Million to Initiate Vertical Farm Projects, LEDinside, 2020/04/21

AeroFarms plans largest indoor vertical farm of its kind, Produce Blue Book, 2019/12/11

AeroFarms to build world's largest indoor vertical farm in Abu Dhabi, ROI-NJ, 2020/04/09

Do LED Grow Lights Use A Lot Of Electricity (The Real Answer—No Hype), Grow Light Info, 2020/01/16

Indoor Hydroponic Farming, Costs and Profits [without the fluff], Zipgrow, 2017/01/31

The Economics of Local Vertical and Greenhouse Farming Are Getting Competitive, AgFunderNews, 2019/04/03

The Future of Farming May Not Involve Dirt or Sun, Inc, 2017/06/14 

Time Magazine names AeroFarms as a best invention, The Packer, 

Shepherd, D. A., Douglas, E. J., & Shanley, M. (2000). New venture survival: Ignorance, external shocks, and risk reduction strategies. Journal of Business Venturing, 15(5-6), 39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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