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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창완 Dec 04. 2020

PATS: 해충과 대적하는 초소형 드론

초소형 드론으로 온실 내 해충 박멸

실내 농업의 골칫거리, 해충


 농작물 재배시 병해충은 큰 골칫거리입니다. 역설적이게도 건강한 토양일수록 해충이 많고, 이들은 번식력이 좋아 방제시 많은 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그 때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토양과 환경을 오염시킵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스타트업은 드론으로 해충을 물리적으로 제거해 대형 농가의 골칫거리를 해결하고자 하는 네덜란드의 농업기술 혁신 기업 파츠(PATS)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파츠(PATS)의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유럽의 MIT, 델프트 공대의 인재들

PATS의 CEO 3인, Sjoerd Tijmons, Bram Tijmons, Kevin Van Hecke / 사진: Pats-drones


 네덜란드의 델프트 공과대학(Technische Universiteit Delft)은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대학이지만, 유럽에서는 미국의 MIT에 버금가는 인식을 가진 최고의 공과대학입니다. 2016년 말, 델프트 드론 연구소(MAVlab)에서 근무하던 조드 티즈몬스(Sjoerd Tijmons)와 케빈 반헤크(Kevin Van Hecke)는 곤충 탐지 시스템을 연구하며 드론과 AI를 활용한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자신들의 특허를 사업화하기로 결정, 여러 기업에 제안서를 넣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실내 원예 업체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조드와 케빈은 시제품 시험 운용에 대한 계획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했습니다. 이에 해충 방제 기술이 필요했던 업체들도 이메일로 화답하며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유해 농약을 살포해야하는 기존 방제작업 / 사진: Pats Youtube


 파츠(PATS) 창업 당시, 네덜란드 온실 농업에서는 나방, 그 중에서도 황금색 반점 나방(Golden twin-spot moth) 악명을 떨치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유럽 전체적으로는 유해 농약 사용에 대한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었습니다. 농부들은 규제를 피할 수 있으면서도 지속 가능한 대안을 찿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들이 농약이 필요 없는 파츠의 솔루션이 빠르게 시장에 등장할 수 있게 도와준 셈이지요.


침실 모기를 잡는 드론을 개발 하려다 수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네덜란드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유리온실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Bram Tijmons-


 조드와 케빈은 본격적인 사업화에 앞서 조드의 형제인 브람 티즈몬스(Bram Tijmons)를 합류시켰습니다. 브람은 로테르담에 위치한 에라스무스 대학(Erasmus Universiteit Rotterdam)에서 정보경영학을 전공한 인재였습니다. 2017년 브람이 합류한 뒤, 이들은 한 농장에서 1년동안 테스트 기간을 거쳤습니다. 그리고 2018년, 델프트 공대 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3인 체제로 회사를 공동 창업했습니다. 이들은 날벌레 잡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어필하기 위해 손뼉을 쳤을 때 나는 의성어 ‘Pats’를 회사명으로 정했습니다.



포착, 추적, 비행, 미션 완료


파츠의 베이스 스테이션과 초소형 드론 / 사진: PATS Youtube


 파츠의 드론은 날벌레들, 특히 나방의 천적인 박쥐에서 영감을 받아 발명되었습니다. 박쥐는 초음파를 발산하고, 지형지물이나 벌레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초음파를 분석해 먹잇감을 찾아냅니다. 파츠는 이에 착안하여 유리온실 내 나방을 포착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파츠가 개발한 방제 솔루션은 드론의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랜딩 패드(Landing Pad)와 초소형 카메라와 통신 모듈이 탑재된 드론, 그리고 시스템의 중추인 베이스 스테이션(Base Station)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온실 곳곳에 설치된 적외선 카메라가 초음파를 이용해 나방의 현재 위치와 비행 경로를 파악한 뒤, 이를 베이스 스테이션의 컴퓨터로 전송합니다. 계산된 비행 데이터가 드론에게 전송되면, 4개의 프로펠러를 갖춘 초소형 드론은 해당 경로로 날아가 충돌하면서 직접 나방을 산산조각 냅니다. 드론을 활용해 물리적으로 해충을 차단하는 방법(Mechanical Elimination)인 것이지요.


충전 스테이션에서 대기하다 나방을 향해 날아가는 PATS 드론 / 사진: PATS Youtube



첨단기술의 집합체, 그리고 효율성


PATS의 나방 퇴치 드론 / 사진: FoodAgriBusiness

 기존의 해충 방제 원리는 대부분 유충을 제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해충 성체 한 마리가 500마리에서 최대 1000마리의 유충을 낳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기존 방식은 사후적으로 유해 농약을 살포하는 비효율적인 형태였습니다. 3명의 공동창업자는 이에 착안하여 수백 마리의 유충을 잡는 것 보다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알을 낳는 암컷 나방을 먼저 잡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한 결과, 약 2,995평(약 9,900㎡)규모의 대형 온실에 오직 8대의 드론만으로 효과적인 방제 효과를 실현해냈습니다.


 파츠는 사업 시작과 동시에 구독형 모델(Subscription Model)을 도입했습니다. 바로 9,900㎡ 규모의 온실에 연간 10,000유로(한화 약 1,300만원) 구독료를 내면 드론 운영과 관리까지 모두 대신하는 서비스였습니다. 한편 프로펠러로 나방과 직접 부딪히는 방식은 드론의 유지관리 문제를 가져올 것이 당연했습니다. 이에 파츠는 유지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드론에는 최소한의 통신장비와 배터리, 플라스틱 소재만을 사용해 제작했습니다. 이를 통해 대당 1,000원 수준의 원가로 드론을 제작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2년만에 궤도에 오른 청년 스타트업


파츠는 없던 것을 새롭게 창조해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누군가 개발한 첨단 기술을 효과적으로 결합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한 창업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파츠의 역량은 얼마가지 않아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블루튤립 어워드 영양분야 최고상을 수상한 파츠 / 사진: PATS


 창업 1년만인 2019년 7월, 파츠는 유니크 인베스트먼트(UNIIQ Investment)로부터 250,000유로(한화 약 3억 3천만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합니다. 파츠는 이에 그치지 않고 국제적인 기업 행사에 참여해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6월, 파츠는 국제 컨설팅 기업인 액센츄어(Accenture)가 개최하는 블루튤립 어워드(Blue Tulip Award)의 영양 분야(Nutrition)에서 최고상을 수상했습니다. 



바야흐로 농업과 기술의 융합 전성시대, ‘애그로 AI’(Agro-AI)


 파츠와 같이 인공지능과 드론이라는 첨단 산업 기술을 응용하여 해충 박멸이나 농수산물 생산에 도움을 주는 스마트 팜의 사례는 최근 들어 더욱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를 다시 한번 들여다 볼까요? 네덜란드 스타트 업 테크네이처(TechNature)는 AI 카메라로 장미꽃의 모양, 색, 각도, 성장도 등 8가지 항목을 분석하여, 시드는 시기가 비슷한 꽃끼리 선별적으로 포장하는 자동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로써 꽃다발을 선물 받는 소비자들이 꽃들 중 시든 꽃을 찾아내 관리해야 하는 불편함을 덜 수 있게 되었지요. 


 또 중국 광저우에 있는 드론 제조사인 XAG는 독일 농약 회사인 바이엘크롭사이언스(Bay CropScience)와 제휴하여 자율 주행 기반의 농약 살포 드론을 개발했습니다. 농작물 중에서도 특히 옥수수는 나방에 매우 취약한데, XAG는 밭에 기지국을 설치해 유해 나방과 나방 유충들의 위치를 레이더로 파악한 뒤 필요한 양만큼 해당 장소에 살충제를 균일하게 살포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습니다. XAG는 나방에 의한 농작물 피해액이 최대 46억 달러(한화 약 5조 72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였는데, 자동 분사형 농약 드론 살포기로 하여금 높은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농약 사용으로 친환경적인 농업 비즈니스가 가능함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년 7월에는 중국 정부 주도의 드론팀을 편성해 농지 방충 프로젝트가 대대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하니, 이제는 민관을 불문하고 기술 기반의 애그리 비즈니스(Agri-Business)는 더욱 활성화될 것 같습니다. 


XAG의 자율 주행 농약 살포 드론 / 사진: XAG.com


 그 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에어리틱스(Airlitix) 는 온실 하우스 전용 드론을 개발해, 하우스 안 장애물을 감지하고 회피하는 호버링(Hovering) 기능을 최적화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농작물 접촉을 최소화하면서도 건강상태와 성장 속도, 해충 위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해 최적의 온실 환경 솔루션을 구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입니다. 더욱이 드론 배터리를 수동으로 교체할 필요없이 자동으로 배터리 충전되어 교체되는 기능까지 있다고 하니, 기술을 통한 농업 혁신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가 됩니다.


 이번에는 오세아니아 대륙으로 가보겠습니다. 바로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스타트업 플루로샛(Flurosat)의 이야기인데요. 플루로샛은 농경의 생물학적 특성, 기상 조건, 농장 관리 기록 등 클라우드 지원의 항공 데이터 솔루션 ‘플루로센스’(Flurosense)을 개발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플루로센스는 전자동으로 항공 데이터를 수집해 농지 면적마다 다르게 분포되어 있는 질소의 농도를 정밀하게 측정, 농민들이 적시적소에 방충해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클라우드형 농업용 항공 데이터 서비스 ‘플루로센스’ / 사진: Flurosat.com


 초창기 플로우센스는 적외선 위성 사진에 기반 해 데이터를 수집하다 보니 정밀성 면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2019년 드론 이미지 업체 미카센스(MicaSense)와 제휴해 다중 스펙트럼 센서를 탑재한 드론으로 고도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빛의 반사 영역에 따라 달라지는 다섯 가지의 스펙트럼으로 작물의 감염 여부, 해충 위치, 식물의 엽록소 변화에 따른 영양 상태 등의 정보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플루로센스는 수천 개의 이미지를 몇 분 안에 처리할 정도로 발전되어 그 성능이 극대화되고 있습니다.


다중 스펙트럼 센서로 이미지를 분석하는 ‘미카센스’/ 사진: micasense.com


 최근에는 플루로샛은 농장 이미지 측정 전문업체 트래비언(TerrAvion)과도 제휴, 드론에 장착되어 있는 다양한 필터들이 실시간 고해상도의 항공 사진을 바탕으로 잡초와 피복 작물, 토양 데이터까지 확보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다른 기술들의 융합으로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는 이리도 혁신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농업용 드론 시장은 유럽을 기준으로 이미 2016년에 이미 3억 달러(한화 약 3,302억원)를 넘어섰으며, 2017년과 2024년 시장 규모는 연평균 13%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등의 북아메리카,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의 아시아, 브라질 및 멕시코 등의 남아메리카 대륙까지 농업용 드론 시장은 더욱 확장하여 2024년에는 10억 달러(한화 약 1조 1,008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2016-2024 유럽내 농업용 드론 시장 성장 예측치 / 자료: Global Market Insights


 특히, 농업용 드론 시장에서 에어로바이런먼트(AeroVironment), DJI, 드론디플로이(DroneDeploy), 고프로(GoPro), 프리사이즌호크(PrecisionHawk) 및 트림블 내비게이토(Trimble Navigatio) 등 대표 선두 기업들을 필두로 농업 스타트업과의 전략적 기술 제휴 시장이 가열되어 앞으로 AI 기반의 드론 탐지 기술 경쟁은 더욱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몬산토(Monsanto), 시그젠타(Syngenta), 미쓰이(Mitsui)와 같은 끌로벌 기업 투자사들도 신생 스타트업을 지원하며 드론 및 로봇 공학 기반의 스마트팜 산업을 견인하고 있는데요.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여러분들도 바야흐로 농업과 기술의 융합의 전성시대에 합류할 준비가 되어 있나요? 다음의 주인공이 여러분들에게서 나오기를 바라며, 지금까지 AI 드론 기반의 농업 스타트업 파츠의 이야기 였습니다.






Where?      네덜란드, 델프트(Delft)

When?       2018년 

What?       실내용 해충 방제 드론 솔루션

Who?        Sjoerd Tijmons, Bram Tijmons, Kevin Van Hecke

Why?        온실 농업에 피해를 주는 해충을 제거하기 위해

How?        광학 측정 기술, 인공지능, 초소형 드론을 연계한 물리적 방제



References


AI가 해충 감지→드론 출격→박멸…`아그로 AI시대` 성큼, 매일경제, 2020/06/10

나방 산산조각내는 소형 드론, 구독경제 모델로 농가에 보급, 농민신문, 2019/11/27

Agricultural Drones Market Size By Product (Hardware [Fixed Wing, Multi Rotor, Nano, Hybrid], Software [Data Management, Imaging, Data Analytics]), By Application (Field Mapping, Variable Rate Application, Crop Scouting), Industry Analysis Report, Regional Outlook, Application Potential, Price Trends, Competitive Market Share & Forecast, 2017 – 2024, Global Market Insight, 2017/04

Automating insect control-250,000 euros investment for PATS, RoboValley,2019/07/10

OnePager PATS Indoor Drone Solutions, PATS

PATS secures UNIIQ investment to develop drones for insect control, PATS, 2019/10/04

Pilot to control Golden twin-spot moth with drones starts in Gerbera and Chrysanthemum, PATS, 2019/06/06

Start-up Pats - Minidrones op insectenjacht in de kas, Food & Agribusiness, 2020/08/01

Winner of the Blue Tulip Award 2020, PATS, 202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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