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쪽 같은 곤충 스낵 첩스칩스(Chirps Chips)
오늘날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8%를 차지하는 산업은 바로 축산업입니다. 이 수치는 모든 교통수단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합친 양보다 많습니다. 인류가 가축을 키우는 과정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치명적인 요인인 것입니다. 현재 인구의 육류섭취량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2050년에는 육류 수요가 두 배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혀 예측할 수 없었듯이, 지난 주말 맛있게 먹었던 고기를 갑자기 먹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축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식량 자원이 더욱 필요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곤충 스낵으로 해결해보려는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곤충 스낵 Chirps Chips의 제조사 식스푸드(Six Foods)입니다.
Six Foods의 창업가 로라 다사로(Laura D’Asaro)는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 아프리카 학과 재학 중 탄자니아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그녀는 그곳에서 생활하던 중 처음으로 애벌레 음식을 접하게 되었고, 곤충을 입에 넣는 순간 랍스터 같은 단백함에 반하게 됩니다.
비슷한 시기, 그녀의 룸메이트였던 로즈 왕(Rose Wang)은 세상에 실질적이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는 일을 해야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버드 대학 기념품을 판매하는 사업으로 1,500,000 달러(한화 약 18억원)의 수익을 창출했던 경험을 갖고있던 로즈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정규직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이를 거절한 상태였습니다. 과거 베이징 여행 중 길거리에서 전갈 구이를 통해 곤충 음식을 접했을 때 새우와 비슷한 바삭한 식감에 반한 그녀는 곤충 식품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버드로 돌아온 두 예비창업가는 기숙사에서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습니다. 지역 식용 곤충 상점에서 곤충을 구입해 요리해 보기도 하며 창업을 꿈꾸게 됩니다. 상품성과 맛에 확신이 생긴 두 예비 창업가는 친구들을 파티에 초대해서 곤충 식품 시식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파티에서 친구들의 반응을 파악하며 소비자들이 어떤 곤충을 비교적 쉽게 먹는지, 거부감을 느끼는지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풍부한 영양, 바삭한 식감을 가짐과 동시에 물렁물렁하거나 끈적하지 않은 귀뚜라미(Cricket)의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귀뚜라미를 재료로 정한 로라와 로즈는 2013년도 식스푸드(Six Foods)를 창업하기로 마음먹게 됩니다.
하지만 곤충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근본적인 거부감은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로즈와 로라는 이를 해결하려면 보다 친숙한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귀뚜라미 식품을 효과적으로 브랜딩 하기 위해 디자이너 친구 메릴 브라이드바트(Meryl Breidbart)까지 창업 과정에 합류 시켰습니다.
하버드의 시스템도 식스푸드(Six Foods) 창업 과정에서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수행해주었습니다. 하버드 이노베이션 랩(Harvard Innovation Lab)에서 창업을 시작하면 하버드 경영대학 교수진의 멘토링을 받을 수 있었고, 동종업계에서 성공한 인재들을 만나 실전 지식을 배우는 기회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식스푸드가 내놓은 첫 번째 상품은 첩스 칩스(Chirps Chips)입니다. 제조과정은 다른 과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귀뚜라미를 갈아 가루로 만든 뒤, 밀가루에 섞어 반죽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열 가공과 조미 과정을 거쳐 바삭한 과자 형태로 구워진 또띠아 칩입니다. 첩스 칩스는 기존 감자칩 대비 매우 우수한 영양 성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귀뚜라미의 고단백 성분 덕에 감자칩 대기 지방은 절반 수준, 단백질은 3배 수준을 달성했습니다. 게다가 유전자 조작 성분이나 인공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고 글루텐 프리(Gluten-free) 기준을 달성하여, 밀가루 성분에 예민한 사람들도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간식을 목표로 출시되었습니다.
첩스 칩스는 곤충 식품이 가진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세 가지 측면에서 증명해내고 있습니다. 서두에 소개했듯이 현재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점을 고려하여 동일한 1파운드(454g)의 소고기와 귀뚜라미의 성장과정에서 소비되는 물의 양을 비교하면, 소고기는 2,000갤런(7,570리터)의 물이 소비되는 반면, 귀뚜라미는 1갤런(3.7리터)의 물만 필요로 합니다. 약 2000배의 물을 절약할 수 있는 수치인 셈이지요.
두 번째로 귀뚜라미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해주는 곤충이기도 합니다. 미국에서는 1년 동안 6,000,000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 음식물 쓰레기는 잡식성인 귀뚜라미에게 좋은 사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귀뚜라미는 사육 과정에서 항생제와 성장 호르몬도 필요하지 않는다는 장점은 덤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시 말해 귀뚜라미를 키워 대체식품으로 활용하는 과정은 쓰레기를 처리, 물 사용량도 줄이며 대체 식품까지 생산한다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셈입니다.
또한 도시농업 활성화 역시 곤충 식품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방향입니다. 도시에서 곤충 사육 농장을 운영한다면 세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먼저 앞서 소개한 도시 음식물 쓰레기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유휴 공간의 활용입니다. 넓은 평지에서 가능한 축산업과 달리, 곤충 사육은 협소한 창고나 빈 방안에서도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은 일자리 창출입니다. 전문적인 대량의 곤충 사육 일자리를 창출해 실업 문제도 완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식스푸드(Six Foods)는 곤충 식품 생산을 통해 도시농업의 장점을 연계한 ‘지속가능한 네트워크’를 꿈꾸고 있습니다.
식스푸즈(Six Foods)는 2014년도에 킥스타터(Kickstarter)에서 700,000달러(약 8억원)를 펀딩받는 데 성공합니다. 킥스타터 펀딩에 출전한 이유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곤충 식품에 실제로 관심을 갖고 구입할지 테스트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첩스칩스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첩스칩스는 초기 목표였던 300,000달러(약 3억 4천만원)를 돌파하며 킥스타터 식품 창업 분야에서 역대 가장 높은 규모의 펀딩을 기록하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합니다.
그 후 로라와 로즈는 첩스칩스를 들고 각종 투자 피칭 대회에 출전하였고, 이 과정에서 200,000달러(약 2억2천만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미국의 스타트업 투자 피칭 쇼프로그램인 ‘Shark Tank’에 출연해, 투자가 마크 쿠반(Mark Cuban)으로부터 100,000달러(약 1억 1천만원) 투자 유치에도 성공합니다. 2018년, 식스 푸즈는 킥스타터에서 두번째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40,000달러(약 4천 5백만원)의 자금으로 ‘귀뚜라미 단백질 파우더’를 제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식스 푸드는 여타 곤충식품 회사들과 비교했을 때 모양과 식감 면에서 기성 과자와 비슷한 상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또한 거부감 없는 패키지와 디자인도 다른 업체와의 차별성을 보여줍니다. 고단백질, 저탄수화물 식단은 다이어트의 기본이자 건강 유지를 위해서도 주목받는 트렌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첩스칩스는 고단백을 챙기면서 환경까지 고려하고 싶은 윤리적 소비자들의 고민을 한시름 덜어주고 있습니다. 기존의 밀가루 기반 식품인 빵, 쿠키에 착안한 식스푸드는 귀뚜라미 파우더를 이용해 또띠아 칩을 넘어 첩스칩스의 제품을 다양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구의 환경이 오염되고, 식량 생산은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사실을 머리로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곤충 식품을 섭취해야만 한다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직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로라는 현대의 ‘스시 문화’를 예로 들며 곤충에 대한 거부감도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조부모 세대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날생선을 먹는 문화가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 일본의 날생선을 먹는 문화가 수입되고, 고급 식문화로서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것이지요. 식스푸드는 곤충도 인식의 변화를 통해 스시처럼 친숙한 식재료로 자리잡는 것을 목표로 달려나가고 있습니다.
첩 스칩스는 현재 미국 내 1,200여개 마트에 입점한 상태이며, 최종적으로 모든 마트의 ‘육류 코너’ 옆에 당당하게 ‘곤충 식품 코너’가 생기는 날을 위해 나아가는 중입니다. 환경 전문가들은 지구를 위해 미국인은 현재 육류 섭취의 84%를 줄여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식스푸드를 비롯한 곤충식품 기업들이 인류의 훌륭한 대체식량을 공급할 수 있을지 행보가 기대됩니다.
“We plan to eventually introduce insect products
in direct competition with beef, pork, and other meats”
우리는 결국 쇠고기, 돼지고기, 그리고 다른 고기들과
직접 경쟁하면서 곤충 제품을 알릴 것입니다.
- Six Foods –
최근 세계 식량 계획(WFP)는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내년에 최악의 식량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하였습니다. 특히, 세계적인 기근 현상은 예멘, 남수단, 아프가니스탄 등 20개국을 중심으로 심화될 것이라고 하였는데요. 이와 더불어 주요 곡물 가격의 급등세는 식량 위기를 앞당기며 식량 안보의 대대적인 준비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추세에서 식스푸드와 같은 대안 식량의 상품화는 참으로 고무적이지 않은 일일 수 없습니다. 더욱이 곤충이라는 거부감 있는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보다 친숙하고 무난하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식스푸드와 같은 혁신적 기업을 통해 가시화되고 있으니, 미래를 마냥 비관하기만은 이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번에 살펴본 식스푸드의 이야기는 여러가지 면에서 좋은 시사점을 남겨주고 있습니다만, 무엇보다 혁신 추구를 문화 전략의 측면에서도 고려하여 진행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식스푸드는 곤충이라는 자칫 혐오적 이미지가 강할 수 있는 식자재를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어떻게 바꾸어 갈 수 있을지 식품의 모양과 식감, 또 포장지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즉, 혁신 성과를 보다 극대화하기 위해 사회문화의 측면에서도 능동적인 전략을 실행해 나간 것이지요. 식스푸드의 사례를 통해, 성공적인 기업가들은 ‘숙련된 문화 경영자’(Hargadon & Douglas, 2001)로서도 문화적 맥락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잘 이용하여 탁월한 혁신을 보여 주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을 경영 문헌에서는 상징 관리(symbolic management)와 연결 지어 설명할 수 있는데요. 기업가는 상징 관리를 통해 상품을 통한 신뢰성을 어떻게 하면 해당 문화의 맥락에서 잘 실현시키고 그 품질을 예측할 수 있을지를 고려해야 합니다(Zott & Huy, 2007). 상징 관리를 잘 하는 기업은 문화적 정당성을 보다 잘 확보함으로써, 해당 시장 환경에서 비교적 자원 획득을 수월하게 할 수 있고(Zott & Huy, 2007), 기업 역량을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데도 도움을 받습니다(Rao, 1994). 식스푸드는 한 때 ‘스시’(Sushi)라는 날생선이 이제는 고급 식재료의 하나이자, 세계적으로도 친숙한 음식으로까지 발돋움한 사례를 염두에 두며, 귀뚜라미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귀뚜라미 이외에도 우리의 식문화 인식을 변화시켜가며, 식량 위기에서 벗어나게 할 혁신적 식재료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다양한 식재료로 생산될 수 있는 수많은 식품들 가운데서, 그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친근감 있는 제품으로는 미래의 식품(future food)으로 충분치 않을 것입니다. 환경과 건강에도 좋은 식료품일뿐만 아니라, 기존 식자재의 부정적 이미지(symbol)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세계 먹거리 시장에 새로운 차원을 제시하고 있는, 지금까지 식스푸드의 이야기였습니다.
Where? 미국,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
When? 2013년
What? 귀뚜라미 분말로 만든 가공 식품
Who? Laura D’Asaro, Rose Wang, Meryl Breidbart
Why? 미래 식량 부족 문제에 대비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곤충 식품 개발을 위해
How? 귀뚜라미 분말을 밀가루와 혼합, 가공을 거쳐 친환경 건강 식품 생산
전남농기원, 식용곤충 대량사육 방법 고안, 농업경제신문, 2018/01/29
8 Startups Selling Edible Insects and Bugs, Nanalyze, 2018/04/21
Chirps Chips, Entrepreneurship-campus, 2014/07/04
Chirps Chips Makes Edible Bugs An Eco-Friendly Part Of The Store Aisle, Grit Daily News, 2020/10/17
Chirps Chips on ‘Shark Tank’_ A Look Inside the Snack, Heavy, 2017/01/29
Chirps Cricket Chips Shark Tank Pitch, Updates and Product Reviews, Investivate, 2017/05/01
Chirps cricket chips wins first-ever SNAC Tank at SNAXPO19, Bakery, 2019/04/09
Cricket protein crisps - Changing food culture, one bug bear at a time, Verdict, 2019/01/24
Interview with Rose Wang of Chirps, Spirit Spritz, 2017/11/08
Why Chirps' Cricket Chips May Be Served at Your Next Party (Don't Worry, They Taste Like Shrimp), Inc.com, 2019/06
Hargadon, A. B., & Douglas, Y. (2001). When innovations meet institutions: Edison and the design of the electric light.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46(3), 476-501.
Zott, C., & Huy, Q. N. (2007). How entrepreneurs use symbolic management to acquire resources.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52(1), 7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