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il-Less 재배 방식을 제안하다
1930년대 항공사의 재급유 기지로 사용되던 태평양의 웨이크 섬에는 언제나 급유 시간 동안 수백명의 대기 승객들이 머물고 있었습니다. 토양이 척박했던 웨이크 섬에서 직원들은 손님들에게 야채를 제공하기 위해 수경재배 방법을 최초로 시도했습니다. 이후 2차 세계 대전 중에도 태평양 섬들에 주둔했던 미군이 웨이크 섬의 수경재배법을 응용하여 남태평양의 여러 섬에서 자체적으로 채소를 생산했습니다. 그렇게 ‘수경재배’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도 수경재배와 ICT 시스템을 활용해 농사를 짓는 대농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박종위 대표와 강대현 대표가 2004년 창업한 ㈜팜에이트 입니다. 팜에이트는 기존의 토지재배방식이 아닌, 수직형 컨테이너 시스템과 실내 수경재배를 통해 수확한 야채를 유통하는 농업 벤처입니다.
팜에이트가 처음부터 ‘팜에이트’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창업자인 박종위 대표는 자동차 부품업계의 중견기업에서 근무하다 화훼업을 시작으로 농업에 뛰어들게 됩니다. 그렇게 2004년 10월 박종위 대표는 ‘미래원’이라는 업체를 창업하게 되었고, 2005년 박종위 대표의 대학교 후배 강대현 부사장이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농업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했습니다. 두 대표는 진입장벽이 낮은 아이템부터 도전했습니다. 바로 다른 농작물들과 다르게 7일 정도면 제품 출고가 가능한 새싹채소 유통을 시작한 것입니다.
기존 하우스 재배는 혹서기나 혹한기 생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수경 재배 공장을 설립했습니다.
미래원은 새싹채소 단일 유통으로 10억원 정도의 연 매출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대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과감한 결단을 내립니다. 바로 새싹채소를 직접 재배하기로 결정한 것이지요. 2005년 8월 미래원은 국내 최초로 경기도 안성에 새싹채소 전용 생산공장을 만들게 됩니다. 놀랍게도 국내 최초의 새싹채소 전용 공장에 많은 유통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해에는 홈플러스와 신세계에 곧바로 새싹채소를 유통하기 시작했고 곧이어 2006년에는 CJ프레시웨이, 아워홈, 현대 그린푸드와 코스트코까지 유통망을 뚫어내는데 성공하며 곧바로 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합니다.
2008년, 미래원은 본격적으로 IC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팜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다음해에 미래원을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후 ‘IMM인베스트먼트’의 VC 펀드를 통해 시설 투자 금액까지 유치해내며 두 대표는 본격적으로 도약을 준비한 것입니다. 창업 후 4년간 수경재배 경험을 통해 새싹채소와 더불어 일반 엽채류와 핵심 작물들을 키울 수 있는 최적의 노하우도 터득했습니다. 그렇게 10여년이 지난 지금, 미래원은 ‘팜에이트’로 사명을 바꾸고 롯데, 농협, 이랜드, 스타벅스와 서브웨이까지 국내 대형 기업들에게 채소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팜에이트의 누적 투자금액은 시리즈A 80억원, 시리즈 B 100억원, Pre-IPO단계 80억원에 달하며, 2021년 에는 IPO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기업가치 700억원, 2019년 기준 매출 470억원을 기록하는 대형 농업법인회사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팜에이트는 컨테이너 팜, 인도어 팜(실내농장 ‘T팜’), 포터블 팜(이동형 ‘파밀리오’)을 꾸준히 개발해왔습니다. 세 종류의 농장은 모두 ‘수직형’ 수경재배 형태로 제작되고 있지요. 수직형 재배란, 기존의 광활한 토지를 활용하는 농지 재배보다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컨테이너 팜’은 일 15kg 정도의 생산량을 목표로 하는 가장 작은 규모의 수경재배 솔루션입니다. 컨테이너에서는 특수 작물과 새싹채소 위주로 수경재배모듈이 제공되며, 작은 유휴공간에 설치할 수 있는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도어 팜’은 목표 생산량에 따라 ‘T 팜’ 시리즈로 브랜딩하여 출시했습니다. 일 2000포기 규모는 ‘T 팜1’, 일 5000포기 규모는 ‘T 팜 2’로 나뉘어지며 인공지능과 결합한 전자제어시스템으로 채소를 자동 수확할 수 있습니다. 포터블 팜 ‘파밀리오’는 협소한 공간에 설치할 수 있는 냉장고 크기의 장치입니다.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수직형 재배 방식을 통해 소형 가구에게 필요한 채소량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장치이지요.
동일한 면적의 농지 재배와 비교했을 때, 스마트 수직형 재배는 인공 광원(LED)을 24시간 작동시켜 하루의 절반인 밤을 없애면서 수확 기간을 1/2로 줄일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사람 키 높이인 약 6층 높이로 재배 모듈을 쌓는다면, 농지 재배방식과 비교하여 생산성을 약 12배 늘릴 수 있는 것이지요. 만약 재배 모듈을 더 높이 쌓거나 층의 면적을 넓힌다면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수직형 재배법입니다. 현재 팜에이트의 생산성은 동일 면적 농지 대비 약 40배 이상 입니다.
팜에이트는 현재 1487 제곱미터 규모의 스마트팜 공장과 경기도 평택, 이천, 화성의 생산설비까지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대규모 농장에서 생산하는 새싹과 채소류 상품은 일일 생산량이 수십톤에 달합니다. 팜에이트의 강점은 현재 유통중인 샐러드, 새싹채소, 어린잎채소가 각각 20톤, 1.5톤, 약 1톤 규모로 매일 끊이지 않고 생산된다는 점입니다. 앞서 언급된 인공 광원 덕분에 팜에이트는 외부 환경 변화와 상관없이 언제나 일정하게 생산과 유통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인공지능을 통해 수경재배에 사용되는 영양액과 LED까지 조절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팜에이트는 수요예측에 따라서 모든 생산과정을 제어할 수 있는 최첨단 농업회사로 성장한 것입니다.
팜에이트는 연 매출 470억원을 기록하는 대형 농업회사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팜에이트가 정말 스마트팜의 채소들에게만 의지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팜에이트는 자체 생산을 시작으로 샐러드와 같은 상품을 기획, 자체 유통하며 성장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두 대표는 언제나 고민했습니다. 바로 기존의 농민들의 이익을 줄이지 않는 방법을 말이지요. 그래서 팜에이트가 선택한 방법은 ‘특수작물 전용재배’ 였습니다. 특수작물 전용재배를 통해 팜에이트는 일반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의 ‘파이’를 침범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른 한편으로는 유통 기업들에게 특수작물 전문기업으로서 ‘매력 어필’할 수 있는 차별화를 동시에 실현한 셈이지요. 농민들과 협력할 지점을 찾은 두 대표는 농민들에게 또 다른 제안을 건넵니다. 바로 농가와 협력 계약을 맺는 것이지요.
초기 투자 비용이 클 수 밖에 없었던 팜에이트는 즉각적으로 전국 유통망을 100% 만족하는 생산량을 달성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농가와 협력하여 목표 생산량의 일부분을 계약재배 방식으로 충당해냈습니다. 농민 입장에서는 이익은 침범하지 않고 유휴 농지에서 추가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기업이 바로 팜에이트였던 것이지요.
팜에이트는 생산성 향상에 지속적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수직형 재배의 가능성을 믿고 꾸준히 설비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최근 서울 지하철 답십리역, 상도역에 설치된 ‘메트로팜(MetroFarm)’입니다.
메트로팜은 지하철 역사 내부 유휴공간을 활용하고자 팜에이트가 서울시와 협력하여 진행한 프로젝트입니다. 현재 답십리역 메트로팜 에는 약 50 제곱미터 규모의 공간에서 일일 5kg 정도의 채소를 생산할 수 있는 대형유리에 둘러싸인 소형 컨테이너팜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팜에이트는 메트로팜을 단순히 농장 확장의 개념을 넘어 ‘팜 아카데미’라는 독특하고 신선한 문화 공간의 개념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팜 아카데미에서는 메트로 팜을 구경한 뒤, ‘팜 카페’에서 샐러드와 착즙주스도 곧 바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일반인들에게 직접 채소수확과 샐러드 체험 공간을 제공하면서 미래의 도시농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팜에이트는 서울시와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약 4개역에 추가로 중대형 농장을 설치할 계획입니다.
팜에이트는 스마트 팜 선도 기업으로서 도시 농업의 가능성을 실제로 구현해낸 모범 사례가 되었습니다. 최첨단 기술과 결합한 농업은 인공지능과 수직형 수경재배 방식을 통해서 도시내 협소한 유휴 공간을 재발견 했고, 그 유용 가치를 극대화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2050년 이후 전 지구의 인구수는 100억명에 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우리는 그 인구를 감당할 수 있는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심지어 폭증하는 인구가 야기할 환경 문제도 해결해야만 합니다. 과학적 생산기술을 통해 인류에게 차선책을 제안하는 스마트팜에 우리가 다시 한번 주목해야하는 이유입니다.
신생 벤처 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의 성장(growth)의 의미는 기존의 벤처기업이나 중견기업, 또는 대기업이 가지는 성장의 의미와는 다르게 적용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후자의 경우에는 이미 생존할 수 있는 제반 조건과 수준을 달성한 반면, 전자인 신규벤처는 성장이 없을 경우 생존 확률이 현저히 감소하거나 또는 바로 사멸의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Buederal, Preisenderfer & Ziegler, 1992). 이번 사례에서 다룬 팜에이트의 경우 어떠한 특성과 노력들이 있었기에 비약적인 성장 단계를 이루고 확장으로의 비약을 두드릴 수 있었을까요? 다양한 논의가 가능하겠지만, 이번 팜에이트의 사례에서는 창업가의 특성과 그로 인해 획득할 수 있었던 자원에 먼저 주목하고자 합니다.
스타트업 및 신생 벤처에 관한 기존 선행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벤처기업에 있어 성장의 가장 중요한 예측 변수로는 창업가의 기업가적 특성, 자원, 전략, 산업, 조직구조 및 시스템 등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Baum, Locke & Smith, 2001). 그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볼 수 없는 조건들이지만, 팜에이트 창업가는 전직의 배경이 농업이 아닌, 자동차 산업의 경력자였음에도 농업벤처인으로서 순조로운 출발과 활약이 가능했던 배경에 대해 주목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다른 산업군에서 새로운 사업으로 가능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팜에이트의 사례는 물론 다른 산업군과의 혁신적인 결합을 통한 창업 사례에도 의미있는 실마리를 제공할지도 모릅니다.
자동차 산업에 몸담았던 박종위 대표는 기존의 사업 환경에서 관계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그 구조와 관리 방식을 이미 체득한 노하우와 경험이 풍부합니다. 이는 동종 산업군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군에서 역시 적용될 수 있는 비즈니스 자원이자 상당히 큰 메리트(merit)가 될 수 있겠습니다.
비즈니스는 크게 효율성 중심(efficiency-centered)과 참신성 중심(novelty-centered)로 나누어 접근할 수 있는데(Zott & Amit, 2007), 이미 팜에이트의 박종위 대표는 팜에이트 시작 이전에 효율성 중심의 비즈니스 성과에서는 상당 정도 준비가 되어 있는 예비기업가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자동차 산업군에서의 인력과 조직 자원 활용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효율적 운영에 대한 감(intuition)이 축적되어 있었고, 직종을 떠나 사업 전반에 따르는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와 그것의 절감 방법을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에 그쳤다면 팜에이트의 출현은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팜에이트는 다른 산업군 출신의 창업가가 자신의 효율적 비즈니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화훼업을 통한 농업으로의 참신함을 실현시킨 혁신 사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종업계에서만 머물렀다면 참신성 중심의 비즈니스를 구현, 기업가로서의 도약을 시작하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팜에이트는 새싹 채소, 스마트팜 등의 사업 영역을 거쳐오며 이전에 연결되지 않은 관계자들을 연결하는 등 새로운 거래 메커니즘을 설계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데 기여하였고(Schumpeter, 1934), 지금의 대형 농업벤처로 성장해 올 수 있었습니다. 요컨대 팜에이트는 효율성과 참신성 중심에 따른 비즈니스 활동을 동시에 추진함으로써, 기술을 매개로 하는 가치 창출에 매진하는 혁신기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최근 팜에이트는 효율성과 참신성의 조화로 꾀할 수 있는 혁신적 파급력을 극대화 해나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즉, 효율성과 참신성의 조화는 궁극에 이르러 해당 비즈니스의 정보를 가능한 한 최대의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유통하며, 그에 따라 창출되는 다양한 가치들을 보는 데 의미를 두고 있는데, 팜에이트의 팜아카데미나 메트로팜이 바로 그와 같은 사례의 전형이라고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팜아카데미와 메트로팜으로 창출된 사업 가치들을 팜에이트는 다음의 사업 성장 먹거리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지금까지 효율성과 참신성 기반의 비즈니스 조화로 다양한 가치 파생의 경계 확장(boundary-spanning)을 보여주고 있는, 팜에이트의 이야기였습니다.
Where? 경기도 광주
When? 2004년
What? 수직형 스마트 수경재배 시스템
Who? 박종위, 강대현 대표
Why? 도시에서도 안전하고 신선한 채소를 키우기 위해
How? 식물 생장 데이터를 분석하여 도시형 자동 재배 시스템 개발
'돈 냄새' 맡은 투자 귀신들…글로벌 애그테크에 64억弗 베팅, 매일경제, 2020/06/01
“미래 농업은 스마트팜…변화는 필연적”, 뉴스포스트,2019/11/14
IMM인베스트먼트 투자 '팜에이트', 프리IPO 추진, 더벨코리아, 2019/08/22
LGU+,LG CNS·팜에이트와 스마트팜 사업 협력키로, ZDNet korea, 2020/07/21
새싹채소 재배하던 미래원… VC 투자 받고 '스마트팜' 강자 됐다, 한국경제, 2018/08/21
식물공장서 키운 신선 채소… 혁신이 일군 '풍년', 경인일보, 2019/09/24
정부 지원 수직형 농장 1호 ‘팜에이트’, 일본·싱가포르 첫 수출, 이투데이. 2020/06/28
지하철역에서 만난 미래형 도시농업, 팜에이트 메트로팜, 매경프리미엄, 2019/11/22
팜에이트, 한국형 스마트팜 서울 도심 한복판에 선보여, 매일경제, 2019/05/29
Baum, J. R., Locke, E. A., & Smith, K. G. (2001). A multidimensional model of venture growth.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44(2), 292-303.
Buederal, J., Preisendoerfer, P., & Ziegler, R. (1992). Survival chances of newly founded business organizations.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57, 227–242. doi:10.2307/2096207
Schumpeter, J. A., & Nichol, A. J. (1934). Robinson's economics of imperfect competition.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42(2), 249-259.
Zott, C., & Amit, R. (2008). The fit between product market strategy and business model: implications for firm performance.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29(1), 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