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키트(Meal Kit)시장의 선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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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 때 RTC 시장의 슈퍼 루키로 뜨거운 주목을 받았던 블루에이프런이 요즘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습니다. 식재료 온라인 시장의 개척자로 우뚝 선 블루에이프런은 2017년말부터 매출과 가입자 기업가치가 급격히 감소하며 2017년 6월 나스닥 상장시 140달러이던 주가가 2020년 2월 4달러대까지 하락하여 97%나 폭락했습니다. 급기야 회사 매각을 고려 중이라는 언론의 분석도 있었고, CNN은 블루에이프런이 상장폐지 될 위기까지 처했다고 전했으며, 소비자들도 어쩌다 이런 일이 블루에이프런에게 생겼는지 충격이 컸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블루에이프런의 날개 없는 추락에 다양한 분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선 시장 특성에 관한 부분인데요. 식재료 온라인 시장의 진입장벽이 워낙 낮아서 블루에이프런의 비즈니스 모델을 누구나 따라할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더욱이 식품 업계의 공룡인 홀푸드나 월마트가 신선 식품 당일 배송 서비스를 모토로 블루에이프런과 유사한 서비스를 전개해 나가자, 관련 경쟁 기업들의 출현도 연달아 이어졌습니다.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가 투자한 말리 스푼(Marley Spoon), 독일의 헬로프레쉬(Hellofresh) 등 온라인 식품 배송 시장의 각축전은 날로 치열해 졌습니다.
한편 블루에이프런의 ‘모호한’ 시장 위치도 그 추락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저명한 시장 분석가인 데이비드 스프링클(David Sprinkle)은 이렇게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고객들이 밀키트(Meal kit)를 구입하는 이유는 레시피와 식재료 때문인데, 월마트나 코스트코는 식재료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고, 고급 레스토랑이나 식당 프랜차이즈는 레시피에서 선점을 차지하고 있습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아무래도 블루에이프런이 식재료에서든, 레시피에서든 그 어떤 부분에서도 압도할만큼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 못하니, 경쟁 업체들에 계속 밀린다는 이야기이겠지요.
그리고 블루에이프런의 고전에 빠지지 않는 분석 요인들로 밀키트 사업과 시장 자체가 가지고 있는 취약성이 있겠습니다. 밀키트의 유통기한이 짧아 소비자가 구매 이후 바로 먹지 않으면 버려야 하는 관리상의 문제가 있고, 1-2인 가구는 아직도 요리 자체를 즐기기 보다 외식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다는 시장 특성도 한 부분을 차지 하고 있습니다. 또 가공식품 대비 단가가 높은 편이라 가격 졍쟁력 측면에서도 한계를 갖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를 증명하듯, 시장조사기관 모닝컨설트의 2018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블루에이프런을 6개월 이상 이용한 고객은 30%가 채 안되고, 절반 이상이 3개월 안에 다른 업체나 식료품점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투자자들이 블루에이프런이라는 배에서 떠나고 있다.
2019년 4분기 매출은 월가 예상보다 30%나 모자랐고
주식이 한때 55센트까지 떨어지며 상장폐지 될 위기까지 처했다.
주식병합을 단행하며 위기를 벗어났지만, 회사의 가치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CNN, 2020.2.18
요약해 보면 블루에이프런은 크게 3가지 차원에서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해당 비즈니스 모델의 시장 경쟁 심화, 그리고 차별화되지 않은 서비스와 시장지위, 제품의 우위 선점 실패가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밀키트 시장을 선도했던 슈퍼루키가 지금은 낮은 수준의 시장 지위(market status)로 자리하게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시장 지위는 소비자가 그들의 결정에 따라 구매할 수 있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품질에 대한 시그널(Poldony, 1993)인데, 블루에이프런이 시장에 보내는 시그널, 또 소비자가 지각하는 시그널은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시장 지위가 주는 기업 정보는 실제로 시그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Veblen(1953)에 따르면, 시장에서의 더 높은 지위는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그 상품이 제공하는 Power로 인해 사람들이 기꺼이 지불하게 끔 유도하고, 상품이 가직고 있는 품질에 대한 위험 부담을 경감시킴으로써 다소 비싸더라도 구매하려는 동기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한번 그 지위를 잃어버리면 마태 효과(The matthew effect)와 같이 점점 더 낮아지는 경로 의존성을 타게 되는 것이지요. 블루에이프런은 그 경로의존성의 함정에 빠져 있지는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시장 지위가 상품의 품질뿐만 아니라, 시장에서의 경쟁자 행동, 가격 형성, 생산량 등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Poldony, 1993)는 점에 미루어 본다면, 블루에이프런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초창기 때와 같이 시장 우위를 다시 차지할 수 있을까요? 블루에이프런의 추락에는 날개가 있을까요?
코로나19 공포로 미국 주요도시 식당들이 셧다운 되었던 지난 3월,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식당에 가지 않고도 근사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식재료와 조리법을 배달해주는 블루에이프런은 일시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습니다. 주가도 600% 폭등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반짝 상승세가 얼마나 지속가능할지 알 수 없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그리 밝지 않은 것 같습니다. 뉴욕 최고의 나스닥 IPO기업인 블루에이프런은 비슷한 시기에 실리콘벨리에서 창업한 인스타카트(다음호 연재 예정)와 여러 가지 면에서 비교되곤 합니다. 유사업종인데도 인스타카트는 기업가치가 80억달러, 블루에이프런은 2억 달러로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요. 이런 차이는 과연 어디에서 기인할까요?
실패사례를 분석하고 여기에서 시사점과 교훈을 찾는 것, 가장 효과적인 창업교육 방법론입니다. '새벽배송'이라는 새로운 고객가치를 만들어낸 마켓컬리와, 같은 시장에 새롭게 뛰어든 쿠팡, SSG(신세계), 롯데 등 대형 유통망과의 치열한 시장경쟁, 국내 밀키트 시장과 기업들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큰 블루에이프런의 이야기였습니다.
Where? 미국, 뉴욕
When? 2012 년
What? 요리 재료와 레시피 정기 배달 서비스
Who? 바쁜 현대인들에게 신선한 재료와 레시피를 제공함으로써 간편하게 요리를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How? 고객의 메뉴 주문 및 배송 플랫폼 구축
밀키트열풍, 美 이어 日 상륙… 韓 시장 아직 초기단계, CBC뉴스, 2018/07/14
업계는 지금, ‘건강한 간편식’ 밀키트 국내도 통할까, Korea Daily, 2018/01/09
식생활 혁명, HMR 빅뱅2, HMR은 글로벌 식품업계 트렌드다, 이코노믹리뷰, 2016,12,09
한달 800만개 팔리는 밀키트…’블루에이프런’의 성공비결은 ‘신뢰’ 헤럴드경제 미주판, 2017/04/17
창업 5년만에 기업가치 1조 넘긴 ‘스타트업 TOP 17, 매일경제, 2016/05/10
bloomberg.com/news/articles/2018-12-27/blue-apron-has-biggest-rally-ever-but-shares-remain-below-1
Blueapron.com
BLUE APRON SEC FILINGS
Blue Apron, Sweetgreen and Maple founders on how to grow your food startup, Tech
Crunch, 2016/05/10
eater.com/2019/2/7/18215702/blue-apron-knick-knacks-cheaper-meal-kits
https://www.fool.com/investing/2020/03/28/why-feasting-in-blue-apron-will-turn-to-famine.aspx
https://www.emarketer.com/content/meal-kits-add-to-grocery-ecommerce-trend-but-fail-to-match-the-early-hype
https://medium.com/gr-capital-venture-blog/overview-of-the-food-delivery-models-9e0ed426c31
Is Blue Apron the Future of Home Cooking in America?, Eater, 2015/06/26
Podolny, J. M. (1993). A status-based model of market competition.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98(4), 829-872
Veblen, Thorstein. 1953.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 New York: New American Libr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