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창완 Jul 20. 2020

Instacart:식품담은 쇼핑카트, 집으로 오다(I)

식료품 구매 대행의 새로운 방식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하여

인스타카트의 CEO, Apoorva Mehta / 사진: CNBC


 굴지의 글로벌 기업 아마존(Amazon)에 근무하던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미국 워털루 대학교에서 전자 공학을 전공하고 퀄컴(Qualcomm)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험이 있던 이 남자는, 마침내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에서도 근무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2008년, 아푸바 메타(Apoorva Mehta)는 그렇게 아마존에서의 일을 시작했습니다.


 아마존에서 그의 업무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상품 배송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마존의 물류 창고에서부터 고객의 집까지 어떻게 하면 상품을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일이었지요. 그런데 그는 분명 자신의 전공을 살려 일하고 있었음에도 늘 불만족스러웠습니다. 직장 생활에 권태기가 왔고, 아마존의 관료적인 문화들이 조금씩 지루해졌습니다. 동시에 늘 가슴속에 품고 있던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좀처럼 떨쳐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입사 2년 만에 퇴사를 하고 자신만의 길을 가기로 결심합니다. 의욕 넘치는 그에게는 그동안 머릿속에만 있었던 무수한 아이디어들이 있었고, 그 중 20개가 넘는 아이디어를 사업 아이템으로 구체화하였습니다. 변호사를 위한 SNS부터 소셜 게임회사를 위한 광고 네트워크까지… 하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거듭된 실패가 이어졌고, 실패는 그를 매섭게 몰아붙였습니다. 실패가 계속되자 그는 자신의 사업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고민 끝에 그는 스스로 ‘창업’ 그 자체에 너무 매달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기업을 창업하는 이유는 단순히 기업을 창업해보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당신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지요.
제 경우에는 오래전 기억에 남은 식료품 쇼핑에 대한
고통이었습니다.
-Apoorva Mehta-

 

 그렇게 계속 원인을 파악하고 심사숙고한 끝에, 오래전 기억이 그의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바로 그가 캐나다로 이민 왔을 때의 기억이었지요. 가족들과 함께 인도에서 캐나다로 이민 온 후, 그를 괴롭혔던 것들 중 하나는 바로 매서운 캐나다의 혹한이었습니다. 추운 겨울날에 음식을 요리해 먹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고 식료품점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고, 돌아오는 길에는 무거운 짐을 들고 혹한이 몰아치는 야외에서 버스를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마침내 식료품을 들고 집에 돌아오면,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 있었고 식사도 하기 힘들 정도의 피로감이 몰려오곤 했습니다. 이런 불편하고 힘들었던 기억에 착안하여 그는 새로운 해결방법을 고안해냅니다. 바로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대신 구입하여 상점에서 집까지 배달까지 해주는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말이죠. 



창업자의 집요한 혁신의지

   

Instacart의 핵심 장점 / 사진: Instacart 홈페이지 


  아푸바는 아이디어를 거듭하여 발전시키던 와중에, 공유플랫폼 ‘우버(Uber)’의 성공에 주목합니다. 그렇게 지켜보기를 2년, 마침내 아푸바는 2012년 인스타카트(Instacart)라는 서비스를 만들게 됩니다. 이 창업아이템을 통해 ‘에어비앤비(Airbnb)’와 ‘드롭박스(Dropbox)’ 같은 거대 기업들을 탄생시킨 유명한 실리콘밸리 투자회사 ‘와이컴비네이터(Y Combinator)’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고, 아푸바는 인스타카트를 위한 스타트업 전문가들의 체계적인 코칭과 멘토링을 받는 행운도 얻어냅니다


  한편 아푸바는 ‘웹밴(Wevban)이라는 회사를 철저하게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웹밴은 거대 식료품 배달 사업을 구축하려 했던 기업이었지만, 8억 달러(약 9,600억원)이상의 손해를 보고 파산한 기업이었습니다. 아푸바는 웹밴과 같은 길을 답습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웹밴과는 달리 거대한 냉장 보관용 밴과 대형 물류창고는 만들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대신 그가 유심히 지켜보던 우버의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냈습니다. 바로 고객이 기존 소매점에서 주문하게 되면, 근처에 있는 등록된 배달원에게 연락이 가고, 원하는 사람이 고객에게 상품을 배달하는 서비스 말입니다.


쇼핑을 대신해주고 있는 퍼스널 쇼퍼 / 사진 : www.openpaper.co


 시카고에서 회사를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지역 소매점에서 협력을 제안해 왔습니다. 이때, 아푸바는 소매점과 파트너십을 맺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것은 인스타카트에 매우 중요한 수입원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후 주문의 80% 이상이 파트너십을 맺은 소매점에서 발생하게 되어 덩달아 높은 매출을 올리게 된 것입니다.


 인스타카트는 와이컴비네이터의 시드 펀딩 후, 창업 1년 만에 1,000만 달러(약 12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그 이듬해에는 1억달러(약 1,200억원)의 매출까지 돌파합니다. 이러한 실적을 기반으로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창업 2년 반 만에 2억 2천만달러(약 2,640억 원)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며 20억달러(약 2조 4,000억원)의 기업가치로 평가 받아 유니콘 기업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이후에도 인스타카트의 기업가치는 매년 높아져 2018년에는 헤지펀드 D1캐피털 파트너스(D1 Capital Partners)로 부터 76억달러(약 9조 1,200억 원) 규모의 기업으로 평가받았고, 약 7년동안 홀푸드(WholeFoods), 코슬라벤처(Khosla Ventures), 세쿠아 캐피털(Sequoia Captial) 등의 투자자들로부터 16억달러(약 1조 9,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인스타카트의 서비스 구조 / 사진 : www.asiae.co.kr


 인스타카트의 사업모델은 단순합니다. 바쁜 맞벌이 부부나 1인 가구 등의 이용자가 인스타카트 애플리케이션에 자신의 주소를 입력하고 근처에 위치한 소매점(홀푸드, 코스트코 등)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구매할 상품을 카트에 담아 결제를 진행하고, 상품 수령 시간을 선택합니다. 이 후 서비스에 등록한 ‘쇼퍼(Shopper)’가 상품을 구매하여 해당 시간에 배달해주는 것이지요. 요금 플랜도 고객 지향적입니다. 2시간 이내로 배송해주는 3.99달러(약 4,800원) 서비스와 1시간 이내로 배송해주는 5.99달러(약 7,200원)서비스, 35달러 이상 구매 시 배송비가 무료인 연회비 149달러(약 180,000원)의 ‘인스타카트 익스프레스’까지 다양한 요금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 기반의 스타트업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미국이라는 국가의 특수성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미국 교외지역에서는 마트에 가기 위해서는 차를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차량이 없거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쇼핑 대행 및 배송에 대한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었지요


 인스타카트에는 ‘인스타카트의’ 제품이 없습니다. 이로 인해 재고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웠습니다. 게다가 물류 창고, 운송 차량 등의 실물 고정자산도 없습니다. 이런 기업 구조를 바탕으로 인스타카트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가 될 수 있었습니다. 월마트, 홀푸드, 코스트코, 타겟 등 300여개의 대형 유통업체와 더불어 미국내 15,000여개의 식료품점과 연계하기 시작한 인스타카트는 4,000개 도시에서 배달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소비자들은 약간의 배달 비용만 내면 시간도 아끼고 무거운 짐을 들 필요없이, 믿을 수 있는 상품을 집에서 편하게 받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스타카트 주문 고객이 보게 되는 화면 / 사진 : www.forbes.com



인스타카트의 숨겨진 수익 모델

 

 인스타카트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쇼핑 대행료 옵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쇼핑 대행료가 인스타카트 수익의 전부일까요? 소비자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아푸바는 이면에 다양한 수익 모델이 인스타카트를 지탱할 수 있게 서비스를 설계하였습니다. 


 인스타카트는 자사만의 상품이 없고 파트너 소매점에서 쇼퍼가 구매 대행후 배송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합니다. 이로 인해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소매점들이 인스타카트를 엄청난 규모의 판매 대리점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인스타카트는 여기서 발생하는 그로서리 파트너 피(Grocery Store Partner Fees)를 받고 있습니다. 포브스(Forbes)의 추정에 따르면 구매액의 3%에 해당하는 수준이며, 구매 건당 평균 2.25달러(약 2,700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마크업(Markups)’라는 수익이 존재합니다. 이는 소비자가 파트너 소매점이 아닌 곳에서 구매할 때, 인스타카트 스토어 표시가격을 조금 더 높여서 판매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Placement Fees’입니다. 이는 우리말 ‘배치 비용’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데, 온라인 페이지의 상품 배치 위치에 따라 제조업체로부터 받게 되는 일종의 광고비입니다. 특히 신제품을 출시할 때, 제조사 입장에서는 파격적 할인과 동시에 공급함으로써 서로 윈윈(Win-Win)하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인스타카트의 수익모델을 종합해 보면, 주문 한 건당 발생하는 수익은 6.75달러(약 8,100원)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인스타카트의 추정 수익구조 / 사진: www.toptal.com


 세계 최대의 유통회사인 월마트와 아마존 등과의 경쟁에서 경제적 독창성과 시장 리더십을 지켜나가고 있는 인스타카트, 그들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인스타카트(Ⅱ)에서 계속됩니다.


Instacart(II)에서 계속, (Instacart(II)글 바로가기)





Where  미국, 시카고

When   2012년

What   쇼핑대행 및 배달 플랫폼을 활용한 보다 편한 장보기 실현

Who     Apoorva mehta

Why     번거로운 장보기를 쉽고 편하게 바꾸기 위해

How    플랫폼을 활용해 퍼스널 쇼퍼와 고객을 연결



REFERENCES


물류창고 하나 없이 8.9조 기업으로 성장한 배달업체 '인스타카트', 아시아경제, 2019/07/25

미국 식료품 배달앱 ‘인스타카트’, 코로나19 영향 수요 급증, 소믈리에타임즈, 2020/05/12

미국의 온라인 신선식품 배달시장.. 월마트가 1위, 대도시는 인스타카트와 아마존 강세, 와우테일, 2019/08/16

스타트업 컨설턴트, 왜 인스타카트의 아이디어를 높게 평가하나, 테크잇, 2019/12/26

식료품 즉시배달 ‘인스타카트’, 전자신문, 2018/12/12

아마존과 맞서는 ‘동네슈퍼’의 전략, 매일경제, 2019/04/23

인스타카트와 소매종말 이야기, Connecting lab, 2018/09/11

코로나19가 불붙인 美 식료품 배송서비스 시장, 서울경제, 2020/05/14

코로나19로 폭증...지원팀 2배로 늘린 인스타카트, Tech Recipe, 2020/04/17

Amazon, DoorDash will keep the controversial tipping policy Instacart just ditched, Mashable, 2019/02/11  

How Instacart Hacked YC, Techcrunch 2012/08/19

Instacart: Apoorva Mehta, npr ONE, 2017/04/10

Instacart Shopper Network Adds 250,000 More Shoppers, Forbes, 2020/04/23

Instacart’s Play for a new portion of the growing Online Grocery Market, Forbes, 2020/02/01

Introducing Costco Prescription Delivery via Instacart, Instacart news, 2020/02/17  

Is $4.2 Billion Reasonable? How to evaluate Instacart’s Valuation, Toptal

Report: Coronavirus Grocery Delivery Demand has made Instacart Profitable for the first time, Forbes, 2020/04/27

The Amazon-Whole Foods Deal Could Have Killed Instacart. Instead, The Startup Is Stronger Than Ever, Forbes, 2017/11/08   

There’s a more sustainable way to deliver online grocery orders, Greenbiz, 2020/05/01

Palich, L. E., & Bagby, D. R. (1995). Using cognitive theory to explain entrepreneurial risk-taking: Challenging conventional wisdom. Journal of business venturing, 10(6), 425-438.

Sarasvathy, S. D. (2001). Causation and effectuation: Toward a theoretical shift from economic inevitability to entrepreneurial contingency.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26(2), 243-263.

 
 
 




작가의 이전글 BlueApron:집으로 배달되는 최고급 레스토랑(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