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 구매 대행의 새로운 방식
Instacart(I)에서 계속, (Instacart(I)글 바로가기)
앞서 기술했듯이, 창업자 아푸바는 차량 공유 플랫폼 ‘우버(Uber)’의 성공을 오랫동안 분석했다고 했지요. 인스타카트의 ‘쇼퍼(Shopper)’, 즉 배달자들은 우버의 ‘드라이버(Driver)’처럼 인스타카트의 직원이 아닌 파트타임제로 고용된 일반인들입니다. 애플리케이션의 서비스 프로세스도 우버와 유사합니다. 물건을 배달 받을 주소를 입력하면 8km 이내의 식료품점이 표시되고, 원하는 지점을 클릭하면 그 점포가 취급하는 상품목록을 보여줍니다. 상품을 골라 주문하면 쇼퍼가 주문을 수령하여 대신 구매한 후 이를 배달해주는 시스템이 바로 인스타카트인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우버의 드라이버 평가, 위치 표시 기능 등을 벤치마킹하여 쇼퍼 에게도 적용합니다. 소비자와 쇼퍼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팅 기능과 함께 쇼퍼들의 서비스 제공 경력을 그대로 공개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쇼퍼를 평가할 수 있게 만들고, 이를 통해 쇼퍼 간 암묵적인 선의의 경쟁 체제까지 만든 것이지요.
2018년, 아마존은 인스타카트에 투자한 이력이 있는 홀푸드를 130억 7천만달러(약 16조 원)에 사들임으로써 새로운 서비스의 기반을 다졌습니다.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같은 서비스들이 거대 자본을 기반으로 시작되자, 인스타카트와 같은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인스타카트는 탄탄한 고객층과 배달원 친화 서비스로 공룡의 공세를 잘 버텨내고 있습니다. 코스트코, 소매점들과의 연계를 강화하며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인스타카트가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법은 창업자인 아푸바에게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스타카트는 소매점들과 경쟁관계가 아닌 ‘협력관계’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는 것입니다. 일반 중소형 식료품 소매점들에게 아마존은 위협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고, 아마존의 매출이 늘어나면 소매점들이 생존하기 어려워질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게다가 아마존이 소매점의 고객들을 타겟으로 공격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하면서 인스타카트는 이 점을 돌파구로 활용했습니다. 자사의 서비스에 가입하고 이용자가 확대되면 소매점의 매출도 실질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윈윈(Win-Win)전략을 내세운 것이죠. 즉 기존의 소매점들에게 자신이 최고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협력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입니다. 인스타카트는 자신들이 단순한 중개업자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기존의 단순 중개업체들과는 달리, 자신들은 고객으로부터 수집한 모든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최고의 사용자경험, 즉 UX(User Experience)을 제공할 수 있는 파트너임을 보여준 것이지요.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예정 도착시간에 자신의 물품을 손쉽게 받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이용객이 급증하면서 인스타카트는 때 아닌 ‘불행 속 호황’을 맞이했습니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오히려 주문량은 전년대비 500% 증가하였고, 금년 4월에는 매주 7억 달러(약 8,540억원)규모의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쇼퍼(Shopper)의 수도 기존 20만 명에서 75만명으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는 코로나 19로 인한 실업자가 크게 늘면서, 우버의 드라이버처럼 파트타임 형식의 플랫폼 근무자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온라인 식품 시장은 급격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존의 거대 물류 창고를 활용하는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급격한 시장변화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전통적 방식으로 소매점에 방문하여 물건을 고르고, 직접 기다려서 결제해야 하는 형태가 과연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요? 1948년 설립된 유명 장난감 기업 ‘토이저러스’가 새로운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결국 2017년 9월, 경영난으로 인한 파산 보호를 신청했습니다. 이런 사례를 참고하여 사회, 문화, 기술의 급격한 변화에 잠식당하지 않고, 어떻게 자신만의 파이(Pie)를 차지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때입니다.
Second Measure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미국 신선식품 배달 시장은 현재 유통업체들의 ‘격전지’ 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월마트 그로서리(Walmart Grocery)’가 1위, 인스타카트가 2위를 차지하며 그 뒤를 아마존이 바짝 추격하고 있는 형태이지요. 최근 국내에서도 신선식품 배달 시장도 뜨거운 열기가 감도는 상황입니다. 마켓컬리의 ‘샛별 배송’, 쿠팡의 ‘로켓 프레시’, 그리고 신세계그룹(SSG)의 ‘쓱배송’까지 다양한 유통업체들이 신선식품 시장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으며 향후 시장판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필자는 인스타카트의 창업자 아푸바를 연구하면서, 그의 통찰력과 분석능력에서 놀라곤 합니다. 그는 고객의 니즈(Needs)를 간파하는 능력, 흩어진 가치를 엮어내는 가치창출 능력, 비핵심 업무는 모두 아웃소싱하는 SCM(Supply Chain Management) 능력뿐만 아니라 그리고 기존 거대사업자와 관계에서 경쟁보다 협력관계를 설계해내는 전략적 사고까지 다양한 역량을 갖춘 청년 CEO입니다. 마치 달리는 말에 능숙하게 올라타는 ‘봉이 김선달’ 같은 인재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말이죠.
인스타카트는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 중개업자로 보이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부분입니다. 수면 아래에는 엄청난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역량이 플랫폼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쿠팡의 로켓배송과 같은 1~3시간 내 배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스타카트는 날씨, 교통 상황, 도로 공사 여부, 스포츠경기 상황까지 다양한 변수를 분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정확한 배송 예정시간을 분단위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하루에 발생하는 수십만건의 구매 데이터 역시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제조사별, 상품별 판매현황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고객에 대한 인구통계적, 지리적 데이터가 결합된 구매 데이터가 기업의 과학적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마치 ‘넷플릭스(Netflix)’가 가입 고객의 서비스 이용정보를 분석해서 신규 콘텐츠를 기획 및 제작하고, 개별 고객이 좋아할 장르와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취향 맞춤 서비스’의 대명사가 된 것처럼, 인스타카트도 높은 수준의 데이터 기반(Data-Driven) 기업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아푸바의 집요하고 끈질긴 도전이 없었다면 지금의 인스타카트가 존재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그의 창업가적 도전과 상상력은 대단합니다. 사실 그는 인스타카트 아이디어를 아마존에 새로운 사업모델로 제안했지만, 수익 실현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부딪혀 거절되었던 아이디어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아마존을 퇴사하고 나서도 인스타카트를 포기하지 않게 만들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사업의 귀재인 아마존 마저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그의 아이디어를 말입니다.
사업이라는 것은 상품, 시장과 같은 ‘원시적 요소’와 함께 기업, 산업, 경제 같은 ‘제도’와 떨어뜨려 놓고 생각할 수 없는 비즈니스 영역입니다. 그래서 어떤 기업가의 사업 아이디어는 곧 상품, 시장, 기업, 산업, 경제에 대한 기업가의 생각을 반영하게 되고, 각각의 요소들에 대한 이점과 장벽(Barrier) 또한 끊임없이 고민하게 됩니다. 사업에 ‘도가 텄다’고 평가되는 아마존은 자기 영역에서의 이점과 장벽을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 ’만’을 잘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아마존의 한계를 뛰어넘고, 어떤 가치를 창조하여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인스타카트의 아푸바가 한수 위였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경제적 독창성(Economic Ingenuity)이란,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들의 상상력으로부터 독창적인 상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일련의 기업가적 활동을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이 경제적 독창성은 단순한 사업가와 기업가를 가르는 ‘기업가 정신’의 핵심 동력이기도 합니다. 성공한 기업가들은 자신의 상상력과 열망을 일치시킴으로써 상품, 시장, 기업, 산업, 경제를 창조해 온 것입니다.
상품이 있기 전에는 인간의 상상력이 있었고,
시장이 생기기 전에는 인간의 열망이 있었습니다.
경제적 독창성은 바로
그 기업가의 열망과 상상력에서 탄생합니다.
-Sarasvathy-
아푸바는 소비자의 욕구를 플랫폼과 연결시켰을 때 발생할 파급력을 상상해왔고, 그것을 집요한 열망을 동력 삼아 실현했습니다. 다시 말해, 그의 경제적 독창성이 아마존도 포착하지 못했을 만큼 집요하고 비상했던 것이지요. 이런 기업가는 눈에 잘 띄지 않고, 주류의 눈에는 오히려 정돈되지 않은 거칠고 투박한 짐승처럼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Palich & Bagby, 1995)
기업은 성장하면서 사전에 계획한 치밀한 전략대로 움직입니다. 새로운 사업 확장은 극도로 조심스러워지며, 그 무게를 다시 재어보고 신중하게 판단하지요. 이런 모습은 기업의 전문적인 속성이기도 하지만 무거운 관성(Inertia)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 딜레마가 되기도 합니다. 기업의 이런 딜레마는 경제적 독창성을 발견하고 과감하게 지지하여 스스로 변화하려는 의지가 있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워지는 것이지요. 즉, 과거 거칠고 투박했던 짐승의 감각으로 돌아갈 ‘순간’을 감지하는 것은 어렵지만, 반드시 필요한 역량입니다.
공룡들의 먹이감이 되지 않으려면, 그 기업만의 상상력과 열망을 실현하는 경제적 독창성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독창적인 스타트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이지요. 과연 인스타카트도 자신만의 경제적 독창성을 잘 지켜 나갈 수 있을까요? 성장한 기업에게는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전문성과 관성의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인스타카트입니다.
Where 미국, 시카고
When 2012년
What 쇼핑대행 및 배달플랫폼을 활용한 보다 편한 장보기 실현
Who Apoorva mehta
Why 번거로운 장보기를 쉽고 편하게 바꾸기 위해
How 플랫폼을 활용해 퍼스널 쇼퍼와 고객을 연결
물류창고 하나 없이 8.9조 기업으로 성장한 배달업체 '인스타카트', 아시아경제, 2019/07/25
미국 식료품 배달앱 ‘인스타카트’, 코로나19 영향 수요 급증, 소믈리에타임즈, 2020/05/12
미국의 온라인 신선식품 배달시장.. 월마트가 1위, 대도시는 인스타카트와 아마존 강세, 와우테일, 2019/08/16
스타트업 컨설턴트, 왜 인스타카트의 아이디어를 높게 평가하나, 테크잇, 2019/12/26
식료품 즉시배달 ‘인스타카트’, 전자신문, 2018/12/12
아마존과 맞서는 ‘동네슈퍼’의 전략, 매일경제, 2019/04/23
인스타카트와 소매종말 이야기, Connecting lab, 2018/09/11
코로나19가 불붙인 美 식료품 배송서비스 시장, 서울경제, 2020/05/14
코로나19로 폭증...지원팀 2배로 늘린 인스타카트, Tech Recipe, 2020/04/17
3 Million Instacart Orders, Open Sourced, Medium, 2017/05/04
Amazon, DoorDash will keep the controversial tipping policy Instacart just ditched, Mashable, 2019/02/11
How Instacart Hacked YC, Techcrunch 2012/08/19
Instacart: Apoorva Mehta, npr ONE, 2017/04/10
Instacart Shopper Network Adds 250,000 More Shoppers, Forbes, 2020/04/23
Instacart’s Play for a new portion of the growing Online Grocery Market, Forbes, 2020/02/01
Introducing Costco Prescription Delivery via Instacart, Instacart news, 2020/02/17
Is $4.2 Billion Reasonable? How to evaluate Instacart’s Valuation, Toptal
Report: Coronavirus Grocery Delivery Demand has made Instacart Profitable for the first time, Forbes, 2020/04/27
The Amazon-Whole Foods Deal Could Have Killed Instacart. Instead, The Startup Is Stronger Than Ever, Forbes, 2017/11/08
There’s a more sustainable way to deliver online grocery orders, Greenbiz, 2020/05/01
Which Retailers Are Using Instacart?, CB Insight, 2018/10/16
Palich, L. E., & Bagby, D. R. (1995). Using cognitive theory to explain entrepreneurial risk-taking: Challenging conventional wisdom. Journal of business venturing, 10(6), 425-438.
Sarasvathy, S. D. (2001). Causation and effectuation: Toward a theoretical shift from economic inevitability to entrepreneurial contingency.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26(2), 243-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