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후 1년
인생리셋이라고 생각 한 이후 내 자신의 발가벗은 모습을 정확하게 보려고 노력했다. 그래야 어디에서부터 시작 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으니까. 그것이 변화의 첫 시작이라고 판단했다. 더이상 내 자신의 모습을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사람은 변한다'라고 생각한다. 아니 정확하게는 '노력으로 변할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 실패도 많았지만 상당히 많이 변해왔고, 그 의도적인 변함에는 적지 않은 에너지가 필요하며, 온전히 내 자신의 노력외에 환경 등의 다른 요인들도 상당히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어찌됐건 순간순간의 선택들과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본인 자신에게 있다고도 생각한다. 지금까지 내 자신을 변화하고자 했던 수많은 시도들을 돌이켜 보니 내 실패의 99%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기 보다는 실패했던 경험들에서 99%의 공통점)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바로 자신을 변화하려 한 것이 아닌 상태를 변화하려 한 것이었다는 것. 예를들어 20대초반에 도서관에 가서 연애에 관련된 책들을 보면서 리액션이나 표정, 옷차림 상황 별 마음가짐 등 여러 내용을 습득했지만 원하는 이성을 옆에 둘 수는 없었다. 물론 다시 읽지는 않았지만 나중에야 생각났다. 그 책들의 마무리는 항상 내 자신이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끝이났다는 것을. 연애 뿐만 아니라 재태크나 업무관련 스킬, 커리어 혹은 각종 생활정보 및 전공관련 지식 또한 가만히 생각해보면 높은 점수 취득을 위한 효율적 정보습득방법에 8할 정도를 할애했고, 진정한 습득에 들이는 시간은 2할 이하로 심지어 다른 유혹들에 내어주기도 했기에 그 미만이라 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학창시절 습관이 들여진 벼락치기식 점수 획득방식이 효율적이고 성공적이라는 느낌을 갖게 해주었지만 내가 간절히 원하는 모습으로 가까이 가는 데에는 벼락치기 식보다는 다른 방법들이 훨씬 더 유효하게 작용했다. 건축전공으로 기초가 부실한 건물은 세워질 수도 없고, 세우더라고 무너진다는 지식은 가지고 있었으나 순간순간의 합리화를 통해 그동안 내면의 솔직한 목소리들을 외면 했던 것 같다. 이런 나의 외면하는 태도를 하나의 없애야 할 습관이라 생각했고, 리셋이라는 버튼과 함께 새롭게 다른 습관으로 채우고 싶었다. 그렇게 변해가고 싶었다.
리셋 이후 첫번 째로 해야 할 것은 '기초다지기'였다. 처음에 기초라는 단어는 상당히 추상적이었기 때문에 2018년은 그 추상적 단어를 이성적으로 분해하는 시간이었다. 성인으로서 살아가는 데에는 인성을 비롯한 대인관계, 자존감, 철학 등이 기초로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생산성에 있어서는 독해력과 배경지식, 사고력, 창의력 등이 필요하고, 실제 업무에 가서는 관련 기초지식이나 적응력 등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많은 기초들이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이 모든 기초에 대한 것들을 생각하니 복잡하고 막막했다. 지금까지 이런식의 방대한 생각과 고민만 한동안 하다가 중단 했던 내자신의 모습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리셋인 만큼 이전과는 새롭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싶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30대 중반이 지난 지금 위에 열거한 기초들 중 내가 평소에 관심이 있어서 노력하는 것들에는 어느정도 자신감이 있었는데, 그런 노력들은 평소에 무의식적으로 관찰하고 시도하는 것들이었다. 원래 나름 잘 되던 노력들은 놔두고, 내가 간절히 원하는 미래의 내 모습에 가장 필요한 기초들 중에서 현재 가장 낮은 수준의 기초들을 추려봤다. 그리고 남은 세가지가 바로 영어, 운동, 독서 였다. 잠시나마 내적 갈등이 있었다. 강점을 극대화 하는 자기계발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나혼자 반대로 영어운동독서 라는 만인의 새해계획에 들어가는 진부한 계획을 세운다는 것에 약간의 의심과 허탈함이 있긴 했었다. 자격증을 취득해서 연봉을 올리거나 프로그래밍(코딩)공부를 좀 더 해서 프리랜서로 벌어도 시원찮을판에 2019년을 시작하면서 영어운동독서가 내 목표라고 주변사람들에게 공유하니 몇몇은 코웃음을 쳤다. 심지어 이 세가지는 현재 나의 업무와 관련이 상당히 없다(그런 환경이다.)... 그래서 더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내적 갈등과 쉽지 않은 환경에서 내 가슴속에 새겨둔 '익숙해지지 말자'라는 문구와 함께 하나의 명분을 새겼다.
'죽기 전에 잘 하고 싶은건 내가 평소에 꾸준히 하는 것들이어야 한다.'
(영어) 부끄럽지만 토익 500점(벼락으로 공부해서 700), 대화 할 때 뇌정지는 물론 알았던 단어도 까먹고있음.
(운동) 몸무게 대비 체중은 정상이나 복부비만이 있고 근육량은 최하위 수준에 술담배 즐김.
(독서) 스스로 난독증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책을 못 읽음. 읽어도 내용이 정리가 안됨. 한페이지에 10분이상 걸림.
정말 부끄럽지만 정확히 봐야 할 실제 나의 본 모습이었다. 마냥 놀면서 이렇게 된 건 아니다. 다른 무언가에 집중한다고 무관심 했던 능력과 상황들인데 이건 좀 심했다 싶을 정도로 무관심했던 것 같다. 영어운동독서는 내가 최고수준으로 가고자 하는것이 아니다. 잘 하고 싶은 기초 중의 기초인데도 불구하고 밸런스가 너무 깨져있었음을 받아들이고 남들이 인정하는 점수따위의 '잘 하는 수준'이 아니라, 이 세가지는 훗날 하루의 일과에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내 자신의 늙은 모습을 마주하고 싶었다. 그러기엔 더이상 미룰 수도 없고 더 다른 핑계도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새 해 매년 시도하지만 실패하는 이 세가지에 대해 나는 어떻게 하면 평소의 일상에 큰 방해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내 일상에 녹여 넣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렇게 시도 한 것이 바로 '루틴에 집중하기'였다.
말 그대로 루틴에 집중하고자 했다. 이 세가지는 단기간에 어느정도 하는 것 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 방법도 알고 비슷한 경험도 했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건 기초기본이고 매일 조금이라도 시간을 할애하는 내 자신의 모습이었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실패를 교훈삼아 나라는 사람을 과대평가하지말고 극단적으로 '현.실.적.인' 계획을 세웠다. 나에게 진짜 현실적인 계획은 반드시 성취하는 조건이었고 다음과 같았다.
(영어) 5분이상 영어 컨텐츠 접하기 (의식적으로) - 듣기, 말하기, 쓰기 방법 무관. 그냥 접촉 하기.
(운동) 턱걸이 1개이상, 힘들면 5초동안 매달려있기라도 하기.
(독서) 하루에 한문장.
2018년 각종 송년회와 2019년 신년회 모임에서 친구들과 주변사람들에게 나의 원대하지 않지만 원대한 이 계획과 다짐을 공유했다. 좋은 안주거리가 되었다. 많은 걱정들이 있었지만 무시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건 별로 없지만 몇가지 주변사람들의 대답을 나열 해 본다.
"영어 1시간씩은 해야지..ㅉㅉ 그렇게하면 새로 익히는 것보다 나이먹고 까먹는게 더 많겠다."
"다른 데에 가서는 운동 한다는 얘기 하지마 그냥"
"차라리 다음 생에 하겠다고 말해"
"에이 아무리 그래도 하루에 한 문단이라도 읽어야 내용이 들어오지 않겠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화이팅하고 술이나 마셔"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위와 같은 응원을 해준 웬만한 당사자들 보다 결과적으로 세가지를 더 많이 했다. 그보다 중요한건 내 스스로 계획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발전했다는 것. 주식으로 따지면 '어닝서프라즈 파티'였다. 물론 아직 많이 미숙하고 내 소득이 극적으로 오르거나 환경이 바뀌는 따위의 드라마 같은 변화는 없다. 하지만 나 라는 사람이 바뀐 느낌이 강해서 내 삶은 크게 바뀌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느낌을 받을 때가 바로 무의식적으로 아무렇지 않게 위 세가지를 하고 있는 내 자신과 조우 할 때이다. 물론 나태한 하루를 보내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점이 있다면 나른하고 편한 하루를 보내고 나면 영어운동독서가 하고 싶어진다는 느낌이 자동으로 드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나름의 기억과 기록들을 각 계획별로 더듬어 보려고 한다.
(한문장씩 루틴으로 쓰다보니 벌써 2020년 1월이 끝나간다 ;;)
(영어) B+
- 외국인과 대화 할 때 긴장되지 않음.
- Medium 및 Bloomberg 읽는속도 두배이상 증가 & 이해도 기존 10~20% -> 40~70%로 상승
- 뉴스 및 스포츠 중계 시청 시 이해도 기존 0% 에서 20%이상 / 들리는 단어 및 표현이 늘어나고 있음을 느낌
(운동) C+
- 술배 적당히 들어감
- 턱걸이에서 팔굽혀펴기로 바뀜 (기본 1개 -> 15개 꾸준히 함 최대 100개)
- 운동할 때의 고통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짐 (하고나면 기분이 좋아짐)
- 나름의 기대이상의 만족은 있지만 무언가 아쉬움을 느껴 B아래로 평가
(독서) A0
- 연간 13권+α 독서완료
- 독서에 대한 부담감 없어짐 & 오히려 욕심이 생김
- 예상으로 한정했던 분야 외에 관심이 높아짐
위의 성과들을 보면 '에이 이정도?' 라고 하는사람들이 많을 것이지만, 1년전의 능력과 상황을 비교해보면 정말 '사람이 바꼈다'라고 할 수 있을정도로 삶이 바뀌었다. 새벽까지 술마시는건 월 3~4회 였다면 2019년에는 '1회 정도 있었나?' 할 정도로 없어졌고,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자신감이다. 마치 자전거 타는 연습을 처음 할 때 느꼈던 두려움과 상처가 크게 와닿다가도 막상 타는 법을 익히고 몇번 타고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부정적인 감정은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생각 할 수 있고 심지어 자전거 여행을 떠나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도 하게되는 경험에서 느꼈던 감정 변화의 초기단계를 느꼈다고나 할까. 다른건 제쳐두고 이 세가지에만 집중했다면 더 많은 성장과 경험을 했을수도 있겠다. 하지만 처음에 말한대로 간절히 원했던 목표는 루틴을 만드는 것이지 단기간의 성장이 아니다. 평소에 하던 업무와 여가활동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꾸준히 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다. 서서히 끓어가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가랑비에 온몸이 적셔지는 나그네처럼 평소를 유지하되 아주 조금씩 방향을 틀어가는 데에 집중했고 성공했다. 2020년을 시작하는 지금은 그 루틴을 조금 아주조금 더 갈고 닦아 나가는 것이 목표이다. 영어운동독서 이 세가지에 대한 거창한 계획은 이제 없다. 하루하루 조금씩 해나가는 내 자신만이 있을 뿐이다. (시간이 된다면 상세과정을 공유하고 싶기도 하다)
루틴만들기는 2019년의 작은 하나의 프로젝트일 뿐이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보니 가장 작으면서도 큰 변화를 준 프로젝트가 되었다. 긍정적인 습관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부터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하게 해주는 영향을 주었고, 나도 모르게 새로운 시도(외국인에게 말걸기)까지 하게 되었다. 큰 의지로만 해왔던 시도들보다 꾸준함이 더 강력하게 작용하는 경험을 하고나니 세상도 그리 어려워보이진 않았다. (그렇다고 쉽지도 않지만;) 여러 긍정적인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된건지 모르겠다. 이 긍적적인 순환체계는 전혀 관련없어 보이는 다른 영역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주고있다. 아주 작은 선순환의 경험이 이렇게 큰 행복인지 새삼 느끼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