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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andy Feb 26. 2017

박근혜 대통령의 '산수'..헌재 특검 검찰 태극기 사이

탄핵심판과 조건부 기소중지, 검찰 조사와 태극기 집회.. 그 고차 방정식

간단한 산수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특검 대면조사를 받게 되면

대통령 이라는 신분으로 특검법에 명시된 제한된 혐의에 대해 제한된 시간만 조사를 받는다.


그걸 안받겠다 하니, 특검은 박 대통령에 대한 '조건부 기소중지' 를 할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을 잡아 끌고 올 수는 없으니, 수사할 상황과 여건이 안되니, 나중에 검찰이든 누구든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그럼 대통령이 탄핵되면?


대통령이 아닌 민간인 피의자 신분으로 혐의 확장이나 수사 기간에 제약이 없는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 간단한 산수를 두고 대통령 측이 굳이굳이 가시밭길을 자처하는 이유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현재 탄핵심판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재 심리의 정당성 자체를 문제 삼는다.


박한철 소장이 빠지고 8인 체제로 운영중인 지금의 헌재 체제에 대해 9인 심판이 아닌 8인 심판은 효력이 없다거나,


헌재가 결정하면 무조건 승복해야 하냐 는 법을 다룬다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말에,


심지어 헌재가 인용 결정을 내리면 폭동이 나서 아스팔트가 피로 물들거 라는 등의 협박도 서슴치 않는다.


특검의  박대통령에 대한 조건부 기소중지에 대해서도 대통령 측은 딴지를 건다.


조건부 기소중지는 소재불명 기타 이유로 피의자를 수사할 수 없을 때 일시적으로 기소를 중지하는 것이다.


즉 해당 피의자를 찾아내 데려와 수사할 수 있을 때까지 기소를 잠시 미뤄두는 것이다.


이에대해 청와대 측은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곤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데  소추,


그러니까 기소를 전제로 한 특검의 조건부 기소중지 는 그 자체가 성립 안한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는 특검의 조건부 기소중지  취지와 법리를 비튼 물타기다.


특검은 민간인 박근혜가 아닌 대통령 박근혜를 기소한다고 한 적이 없다.


다만 대통령이 뇌물죄나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으니 조사 를 좀 하겠다는 거다.


그걸 박대통령은  못받겠다는 거고, 특검 수사기간 연장은 황교안 권한대행이 해 줄 생각을 안하고, 수사기간 만료 날짜는 다 되가고,


그러니 특검이 해야 할 조사와 수사를 이런이런 이유로 못했으니,


뒤가 검찰이 됐든 누가 됐든 수사를 못하게 만든 사유가 해소되면 그때 수사하라는 게 특검 조건부 기소중지 취지다.


박 대통령이 탄핵을 당해서든 임기를 마쳐서든 민간인이 되면 그때 민간인 박근혜를 수사해서 혐의가 입증되면 기소해 처벌하라는 거다.


수사를 심심해서 하나 기소를 전제로 하지.


청와대의 주장은 수사와 기소,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등을 은근슬쩍 뒤섞은 전형적인 마타도어다.


아무튼 대통령 측의 딱 보기에 황당해 보이는 주장도, 일견 그럴듯해 보이는 주장도 가고자 하는 방향은 하나다.


헌재 결정 인정할 수 없다. 혐의 인정할 수 없다. 수사 받을 수 없다. 딱 그것이다.


이과정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민간인이 된 박근혜는 내가 헌재에서 진술을 한 적이 있냐 특검에서 내 입장을 밝힌적이 있냐,


내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지들 마음대로 결정했다. 억울하다 할 것이고,


박근혜의 언 마음을 어루만져주기 위해 태극기들은 계속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검찰이, '억울하면 나와서 조사 받으시라' 해도 '억울한데 어떻게 나가냐' 는,


'뭐가 그렇게 억울하시냐' 하면 '내 얘기는 한번도 들어보지 않았 잖느냐',


'그러니까 나와서 얘기하시라는 거 아니냐' 하면, '억울한데 내가 지금 어떻게 나가냐' 는 식의 환장할 유체이탈 화법이 이어질 것이다.


작금의 최순실 사태에 대해 박대통령은 불과 두어달 전에 '억울하다' 며 '피눈물이 날거 같은게 뭔지 알 거같다'고 까지 억울해 한 적이 있다


정작 억울하고 홧병날 거같은 사람들은 도무지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를,


그렇게 본인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멘탈을 기둥 삼고, 유체이탈 화법을 담벼락 삼고, 태극기들을 병풍삼고 방패삼아,


'이렇게 억울한데 나를 잡아갈라 한다.  잡아가라봐 이놈들아' 하고 삼성동 골방에 틀어박혀 꿈쩍도 안할 것이다.


그나마 저런 시나리오도 검찰이 특검처럼 마음 독하게 먹고 달려들 때나 벌어질 일이다.


검찰이 마음 먹고 달려든다 해도 조기대선 이라는 블랙홀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거고,  


무엇보다 영장에  박대통령에 대한 뇌물 공여 피의자로 적시된 자가 '이재용'이다.


상황이 뭐가 어떻게 바꿜지 아무도 모른다.


대통령 측이 특검조사와 검찰조사, 이 간단한 산수에서 훨씬 더 어려운 쪽을 고른건, 그런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 그럼 비가 그치든지 우산이 생기든지 하다못해 지나가는 놈 거 같이 쓰고라도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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