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온 Oct 31. 2018

두 번째 직장(2) - 공무원님들 일 좀 해주세요

공무원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고 일하는가

<이전글>

https://brunch.co.kr/@big-thinking/17


(글을 쓰기 전에 내 가족 중에도 공무원이 있고, 이직한 후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지인들을 만나면 종종 듣는 이야기가 있다. 회사 업무 때문에 지역 공무원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때마다 공무원들 일 처리 방식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나도 뉴스 편집자로 일하면서 공무원의 근무 태만 등을 다룬 기사를 접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경험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몸에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그러나 이직을 한 후, 지인들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민간 공유자전거가 익숙하지 않은 교통수단이다. 부산도 마찬가지였다. 이전에 해운대구에서 잠깐 공공자전거 사업을 실행했으나, 실패한 사례로 남았다. 그래서 부산으로 내려가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이 부산에 있는 모든 구청에 연락하여 방문하는 일이었다. 그 이유는 중국계 회사이긴 하지만, 한국 시장에 맞게 사업을 기획하고 시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타트업'의 특성상 지자체와 갈등이 생기면 사업 시행 자체에 문제가 생긴다.


    중국은 공산당 1당 체제이기 때문에, 지방정부라고 해도 결국 중앙정부의 지시에 거의 100% 따른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방자치 정부의 목소리가 중국보다 강하다. 즉, 민주주의 작동 원리에 기반을 두어 지자체의 정책도 움직이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필수적이다. 




공유자전거 서비스와 관련 있는 부서에 연락하면 보통 반응은 아래와 같았다.


1) 미팅은 커녕 통화 자체를 거부하는 공무원

2) 마지못해 전화는 받았으나, 미팅은 거부하는 공무원

3) 적극적으로 미팅은 잡았으나, 대놓고 갑질하는 공무원

4) 적극적으로 통화하고 미팅 일정을 잡는 공무원


    첫 번째 타입은 이야기도 듣지 않고, 무조건 거부한다. 정말 어떤 구청은 내가 부산 출장이 끝나고 서울로 올라올 때까지 한 번도 미팅을 한 적이 없었다. 그들과 연락이 닿은 경우는 민원이 들어와서 그것을 처리해달라는 요청뿐이었다.


    두 번째 타입은 공유자전거가 본인들 구 내부에 보이고, 주민들에게 다양한 민원이 들어오니까 마지못해 전화는 받는다. 그러나 이런 공무원들은 오히려 첫 번째보다 훨씬 낫다. 미팅은 하지 않지만, 공유자전거로 인해 들어오는 많은 민원에 관해 이야기해주고 회사에 해결 방안이나 다른 대안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적극적으로 미팅을 잡았으나, 회사에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갑질을 하는 공무원이었다. 어떤 구는 구내에서 골목상권 살리기(?) 비슷한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회사의 공유자전거(2륜)를 4륜 자전거로 만들어서 사용하고 싶다는 요구를 했다. 또 다른 구는 대놓고 주차비를 요구했다. 본인들이 공유자전거의 주차 구역을 마련해줄 테니 주차비를 매월 내라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나라 많은 지자체에서 자전거 주차장을 설치하고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관리 실태를 보면 엉망진창이다. 회사로서 공유자전거의 주차 문제가 커지면 서비스 확장에도 좋지 않기 때문에, 해당 구에 설치된 자전거 주차장을 사용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했다. 그러나 구청이 관리하는 자전거 주차장을 활용하기는커녕, 좁은 지역에 또 다른 자전거 주차장을 만들어서 사용료를 요구하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네 번째 타입의 공무원은 내가 부산에 있는 6개월 동안 정말 딱 2명을 만나봤다. 1명은 미팅에 굉장히 적극적이었는데, 직접 만나보니 이유가 있었다. 그는 이미 만나기 전부터 외국의 민간 공유자전거 사업 사례에 대해 알아보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회사 측에 구 내에 있는 자전거 주차장을 사용하는 쪽으로 사업을 진행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더 놀란 것은 회사 입장에서 구하기 힘든 구 내 자전거 주차장 설치 / 관리 현황을 만들어 공유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다른 1명은 수시로 현장 시찰(?)을 돌면서 주차해서는 안 될 장소에 공유자전거가 있으면, 주변에 주차할 수 있는 적당한 지역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귀차니즘 / 매너리즘


    위 두 가지는 직접 현장에서 만나보며 느낀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특징을 나타내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사전에 공무원을 찾아보면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국가 또는 지방 공공 단체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 사무 범위에 따라 국가 공무원과 지방 공무원으로 나누며, 선임 및 근무 방법에 따라 일반직과 별정직으로 나눈다.


    공무원은 사전에 잘 나와 있듯이, 공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무원 중에서 정말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가 될지 의문이다.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직원들이 점심시간(12시)이 되기 전에 식사하고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며 1시가 훨씬 넘어서야 사무실에 들어가는 뉴스는 이제 너무 흔해서 놀랍지도 않다.


    그러나 공무원이 업무에 임하는 자세에 따라 그 지역에 사는 주민, 더 나아가서는 국민의 삶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내가 경험한 것은 작은 사례이지만 분명히 통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사명감'이 투철한 2명의 공무원이 담당하고 있는 구역의 경우 회사로 들어오는 CS나 구청 민원이 다른 구에 비해 정말 적었다. 그리고 오히려 해당 구에서 공유자전거를 사용하는 시민들의 반응도 더 좋았다. 그에 반해 다른 구청들은 다량의 민원 유입으로 인해 고생하고, 회사 측에 그 탓을 모두 돌리기도 했다. (물론 회사 책임이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이런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공무원이 일한 만큼 시민 또는 국민의 삶이 편해진다.'


위의 말이 거의 정답인 것 같다. 아무리 이전에 존재하지 않아 익숙지 않은 서비스라고 해도, 공무원이 그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본다면 시민들의 '삶의 질'은 더욱 향상되는 것이다. 사업하는 회사 차원에서도 공공기관의 생각을 듣고 사전에 고려하지 못한 부분을 잡아내어 서비스 질을 올리고 이익도 추구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공무(公務)가 아닌 공무(空務)


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두 번째 직장(1) - 모빌리티 업계에 뛰어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