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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 Oct 29. 2018

두 번째 직장(1) - 모빌리티 업계에 뛰어들다

중국 '공유자전거', 스타트업에 취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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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big-thinking/16


    콘텐츠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사람들의 '이동'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소비'에 관심을 가졌고, 관련 분야로 이직을 준비했다. 이동과 소비가 모두 충족하는 분야는 '모빌리티' 분야였다. 처음에는 곧바로 자율주행차를 다루는 기업에 이력서를 제출했으나, 기술자 출신 / 관련 업계 출신도 아니었기 때문에 당연히 무응답이었다.


    그렇게 국내 / 외국 기업을 가리지 않고 조사를 하던 중에 중국 '공유자전거' 스타트업 회사가 한국에 진출하여 '서비스 론칭팀'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한국은 공유자전거라고 하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공자전거(서울 - 따릉이 / 창원 - 누비자 / 일산 - 피프틴 등) 대표적이었지만, 당시에 중국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민간 공유자전거가 세계로 퍼지고 있었다.


    한국에 자전거 문화가 완전히 자리 잡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으므로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그리고 자동차 회사는 아니었지만, 내가 바라던 사람들의 이동과 소비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번 회사도 다른 회사처럼 먼저 이력서를 제출한 후에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다행히도 1차 인터뷰를 볼 수 있었고, 그 후 2차 인터뷰까지 진행했다. 2차 인터뷰에 APAC(아시아 태평양 지역) 본사에서 온 2명의 매니저가 참여했는데 지금도 기억나는 재미있는 질문이 두 가지 있다.


서울 강남 지역에 공유자전거를 300대 배치하려고 하는데, 어디에 / 얼마큼 /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 것 같은가?
공유자전거를 배치하던 중, 조직폭력배가 자전거 설치에 대해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내가 지원한 팀은 'Operation Team'이었는데, 당시에 면접에서는 저 질문의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일을 직접 해보니, 면접에서 내가 받았던 질문이 굉장히 실무중심의 질문이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첫 번째 질문은 내가 '지리적 판단 능력'을 가졌는지 알아보는 질문이었다. 실제로 한 도시에서 공유자전거를 운영할 때, 그 도시의 자연 지형 / 도로 환경 / 대중교통 상황 / 주거 단지 등을 모두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지리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배치할 경우 '박리다매'를 해야 하는 공유자전거의 특성상 이익을이 증가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본인이 담당할 도시의 지리 특성은 필수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은 '위기관리 능력'을 판단하는 질문이었다. 공유자전거는 일반 자전거와 다르게 정거장이 없다. 따라서 보행자나 차량의 이동을 방해할 수가 있고, 때에 따라서는 일반 상점의 영업 방해로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민간 공유자전거 서비스의 특성을 이해당사자 모두에게 전달한 후, 업무를 진행해야 했다.




    이렇게 2차 면접이 끝난 후, 최종 입사 확정 연락을 받았으나, 예기치 못한 소식을 접했다.


죄송하지만 한동안 부산에서 일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면접도 서울에서 진행했고, 본사 사무실도 서울에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근무지를 서울로 생각했으나, 우선 서비스 론칭 지역으로 부산을 택했다는 이유였다. 솔직히 나는 오히려 더 설레고 기분이 좋았다. 그동안 서울과 그 주변에서만 생활했고, 그곳을 벗어나는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일하고 생활해보고 싶다는 로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계속 부산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서비스 론칭부터 안정화까지 시킨 후 서울로 돌아오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이유가 없었다.


    당시 한국팀은 총 6명으로 소규모 단위였고 계속 채용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그중에서 부산에는 나를 포함하여 3명이 담당하기로 했는데, 먼저 입사한 2명이 부산에서 서비스 론칭을 위해 이미 열심히 뛰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뉴스 편집자로 일하다가 전혀 다른 분야인 공유자전거 서비스 론칭 업무를 하게 됐다. 


부산에서 함께 일할 분들은 어떤 분들일까?
부산에서 공유자전거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이용해줄까?


    출근 첫날 부산으로 내려가면서 했던 생각들이다. 직장 생활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첫 출근은 언제나 긴장감과 설레는 기분을 동시에 느끼게 하였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스타트업에서 서비스 론칭팀 멤버로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전 회사처럼 어느 정도 자리 잡은 회사와는 전혀 다른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대감도 들었다.


이렇게 다사다난했던 나의 부산 장기 출장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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