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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 Nov 02. 2018

두 번째 직장(4) - 스타트업인데 왜 소통을 안하나?

소통에 목이 말라 퇴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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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big-thinking/19


    지금은 퇴사했지만, 나는 부산에서 공유자전거 서비스 론칭팀으로 일하면서 정말로 '행복'했다. 주변에 '출근이 기대되고 즐겁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딱 한 가지가 정말 아쉬웠다.


소통(커뮤니케이션)


    우리나라는 얼마 전에 시민과 소통이 없는 국가 지도자를 시민들이 물러나게 한 역사를 만들었다. 이렇게 국가 지도자를 바꿀만큼 '소통' 또는 '커뮤니케이션'은 국가 / 기업 / 가정에 관계없이 굉장히 중요하다. 내가 일했던 곳은 '스타트업'이었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보다 더욱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고 필수적인 사항이다. 하루하루 급변하는 사안이 많다 보니 아침부터 퇴근 전까지 주고받을 내용이 많았다.



            

    사실 한국팀 내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었다. 회사의 본사는 중국 베이징에 있지만, APAC(아시아-태평양 지역)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었다. 그래서 한국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의 경우 APAC 본사로 전달하면, 거기서 다시 중국 본사로 전달하여 한국팀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첫 번째 사례로 공유자전거의 경우 운행 중 사고가 나면 보험처리를 해야 한다. 만약 보험 처리를 해주지 않는다면, 공유자전거를 사용할 시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관해 확인이 필요했고, 부산 대부분의 구청이 확인을 요구한 사항이었다. 한국 총괄 매니저한테 이 사안을 전달하니 본사에 확인한 후에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으나, 일주일이 넘도록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 결국, 구청들에 보험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것도 계속 연기가 된 셈이었다. 답변을 받았을 때도 중국 본사와 계약한 국내 보험사와 연락해보라는 답변만 받았을 뿐, 보험과 관련한 상세한 내용은 전혀 받지 못했다.



    두 번째 사례는 한국 서비스를 처음으로 국내 대형 언론사에 알리는 PR 자료와 관련한 내용이다. 아무리 중국계 회사이지만, 중국과 한국은 시장 상황이 전혀 다르다. 따라서 첫 대외 PR 내용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 본사의 PR 가이드 라인이 한국에도 적용됐다. 최초에 언론사에서 한국팀에 질문 리스트를 보냈고, 그것을 다시 APAC 본사로 보냈다. 생각보다 답변이 빨라서 일 처리가 금방 되는 줄 알았으나, 전혀 아니었다. 회사 소개나 서비스 개요 등 기본적인 질문부터 동문서답으로 답변을 써서 보냈다. 심지어 한국 시장인데 중국 시장에 맞는 답변을 보내기도 했다. PR은 회사의 대외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더구나 국내 대형 언론사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 보도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답변에 더욱 신중해야 했다. 받은 답변대로는 절대 언론사에 보낼 수 없어 본사에 재확인했으나, 본사는 그대로 진행하라고 딱 잘라서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 총괄 매니저는 본인이 책임을 질 테니, 답변을 수정해서 언론사에 보내라고 했고 결국 늦은 밤까지 답변을 모두 수정하여 언론사에 전달했다.




    위의 두 가지 사례 말고도 아주 많은 일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한국팀 내에서도 회사에 대한 불신이 쌓이기 시작했다. 중요한 사안을 전달하면 정말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팀원들은 부서에 상관없이 지쳐가기 시작했다.


직원들의 신뢰를 잃었는데, 고객들의 신뢰를 어떻게 얻는가?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는 조직 구성원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을 직접 경험하니,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활기 넘치고 업무에 큰 열정을 보이던 팀원들이 긍정적인 분위기보다는 부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내가 퇴사까지 결심한 '불통(不通)'의 최고를 보여준 사례는 '사업 축소'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회사 내부 이야기는 전부 국내외 언론을 통해서 접했다. 처음부터 그래 왔으니 나중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사업 축소라는 중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조차 한국팀은 언론을 통해서 접해야 했다. 한국팀에는 사전에 통보 없이 사업 규모를 축소할 예정이니 남을 사람과 나갈 사람을 구분하라는 내용이었다.





    결론은 경영악화로 인한 '권고사직'이었다. 중국 본사와 APAC 본사가 한국의 사업 축소를 결정하기 전까지 분명히 수많은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주제의 주체인 한국팀은 그 과정에 없었다. 나는 그때 생각했다.


도대체 직원을 어떻게 생각하는 것일까?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도 이런 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면 비난을 받는 세상인데, 스타트업이 '사람'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처럼 느껴졌다. 스타트업에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하는 주체도 사람이고 힘들고 어려운 순간도 사람 때문에 잘 견디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사전 미팅 없이 '권고사직'이라니, 더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구직자'가 됐다. 그러나 전혀 후회는 없다. 중국계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여 중국 기업 문화를 몸소 배웠고, 권고사직도 경험해봤다.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커뮤니케이션(소통) 또는 공유의 중요성이었다.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다른 지역으로 확장할 때는 비교 데이터나 사용자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모든 데이터에 접근은 제한이 걸려있었고, 본사에 요청 해도 현장에서 원하는 데이터는 걸러져 있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를 나오면서 마음으로 다짐했다.


데이터를 직접 다루고, 회사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싶다.


    그래서 재취업이 아닌, 국비지원을 선택했고 조만간 교육이 개강한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일단 부딪혀 보는 것이 크지만, 교육이 끝날 무렵 내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했을지 기다려지는 마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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