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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 Dec 09. 2018

오뚜기와 오리온이 '갓'을 쓴 이유

똑똑한 소비자들이 씌워준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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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big-thinking/30


    최근 많은 기업이 생필품을 비롯하여 식료품 등의 가격을 올린다고 발표했다. 매년 근로자의 임금은 조금씩 오른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체감하는 물가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식료품과 생필품은 구매하는 주기가 짧아서 해당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보통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발표할 때, 자주 언급하는 내용이 있다.


원자재값 상승, 임금 상승


물론 수시로 바뀌는 원자재값과 매년 오르는 최저임금 때문에 기업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생산원가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대체하면서 단기적인 처방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보여 아쉬움을 느낀다. 또한, 기업 대부분이 소비자 가격을 올리는 와중에 기업 내부적으로 생산원가 등을 절감하여 수년간 '가격 동결'을 한 기업들도 있으므로 그 아쉬움은 더욱 크다.





    오뚜기는 2019년에도 라면 가격을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다른 경쟁업체들이 가격을 줄줄이 올린다고 발표하는 상황 속에서 오뚜기의 라면 가격 동결은 11년째 이어지고 있어 더욱 눈에 띈다. 다수의 언론에서 오뚜기도 라면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예측을 하였으나, 예측은 매번 빗나갔다. 소비자들은 오뚜기를 '갓뚜기'로 칭송하며 많은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1) 다양한 포트폴리오와 늘어나는 1인 가구: 오뚜기는 라면만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다. 케첩, 식초, 카레 그리고 컵밥 등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 기업이다. 그리고 이들 상품이 해당 시장에서 선두지위를 확보하여 오뚜기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어 굳이 라면값 인상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또한,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1인 가구와 노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오뚜기의 주력 상품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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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꾸준한 시장점유율 상승: 오뚜기는 2008년부터 내년 2019년까지 라면값 동결을 유지하고 있다. 분명히 기업으로서는 굉장한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가격 동결이 시장점유율과 비례하여 움직이지 않는 점이 확인됐다. 라면 시장에서 오뚜기의 점유율은 꾸준히 성장하여 지난 9월 기준으로 약 26%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경쟁사들의 시장점유율은 하락하고 있다. 10년째 가격은 올리지 않았지만, 그동안 시장점유율을 조금씩 확보하면서 결국은 매출과 영업이익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출처: 농심·오뚜기, 라면 시장 엇갈린 성적 - 더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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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온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5년째 제과 제품의 가격을 동결했다. 다만 오리온의 경우 오뚜기와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가격 동결을 해왔다. 아마 오리온에게 2014년은 잊기 힘든 해로 남아있을 것이다.


질소 과자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2014년까지 오리온의 주요 제품들은 '질소 과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내용물보다 질소가 더 많이 들어있고 '질소를 사면 과자가 서비스'라는 이야기까지 돌며 과대포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는 시기였다. 그러던 중 웃지 못할 헤프닝이 하나 발생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XfjhGSQv5GA

과대 포장 고발…'과자 뗏목' 타고 한강 건넌 대학생들 - JTBC


https://www.youtube.com/watch?v=QaTuBIuUnG8

[팩트체크]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덤?" 직접 실험해보니 - JTBC


2014년에 대학생들이 당시에 판매 중이던 국내산 과자들을 모아서 한강을 건너는 실험을 했다. 결과는 30분 만에 한강을 건넜고, 이 영상이 주요 매스컴과 인터넷으로 퍼지면서 제과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저 사건은 오리온에게 더 큰 충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1) 착한 포장 프로젝트: '질소 과자 뗏목' 헤프닝 이전까지 과도한 가격 인상과 과대 포장으로 회사 이미지가 실추됐던 오리온이었지만, 포장 용량을 줄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격은 동결하되 꾸준하게 기존 제품의 중량은 오히려 늘리고 있다. 또한, 단순히 포장 용량을 줄이는 것이 아닌 환경친화적 포장재를 개발하여 소비자와 환경까지 생각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노력으로 오리온의 매출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고 소비자들로부터 다시 신뢰를 얻고 있다.


과자값 안 올리는 '오리온의 역발상' - 노컷뉴스


2) 빠른 반성과 빠른 대처: 2014년은 오리온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제과 기업에 소비자들의 메시지를 전달한 해라고 볼 수 있다. 질소 과자라는 오명은 오리온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경쟁 업체와 비교하여 오리온은 대처하는 방법이 달랐다. 오리온은 '질소 과자 뗏목' 헤프닝 이후 허인철 부회장을 중심으로 곧바로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갔다.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제과 기업은 사업할 수 없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위의 '착한 포장 프로젝트'였다. 오리온은 소비자 여론은 인식한 후 곧바로 개선에 착수했지만, 다른 경쟁 업체들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 결과 오리온은 '질소 과자'라는 오명을 가장 빨리 벗었고 오히려 '가성비 좋은 과자'로 불리고 있다. 경쟁사들도 뒤늦게 오리온처럼 과대 포장을 줄이고 제품 중량을 늘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오리온처럼 이미지 회복을 하기에는 소비자들의 신뢰가 상당히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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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내용처럼 오뚜기와 오리온이 지금까지 가격 동결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동결을 계속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기업이라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는 것도 당연한 행동이다. 다만, 오뚜기와 오리온처럼 회사 자체적으로 생산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대대적인 노력 후 가격을 올렸다면 소비자들의 반응은 분명히 달랐을 것이다. 만약 내년에 오뚜기와 오리온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2020년에 제품 가격 인상을 한다고 발표하면 소비자 반응은 어떨까? 개인적으로는 '이해'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소비자들은 갈수록 똑똑해진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소비자들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끊임없는 활동을 한다. 과거처럼 가격을 쥐도 새도 모르게 올리거나 터무니 없는 수준의 가격을 인상할 경우 곧바로 대규모 불매 운동 등으로 번질 수 있다. 기업들도 성장하지만, 소비자들도 그만큼 성장하고 똑똑해지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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