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과 현실 사이의 줄타기
몇 달 전 인스타를 깔았다. 계정을 만들고 친구들과 맞팔을 했다. 그렇게 내 피드에는 많은 친구들의 '스토리'들이 펼쳐졌고, 하나하나 넘기며 보다 보면 마치 나만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들 매일 즐겁게 보내고 있는 것 같았고, 매번 다른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다니고, 뭔가 재미없는 내 삶과는 달라 보였다.
누군가는 인스타를 '그 사람의 하이라이트만 모아 놓은 곳'이라고 표현하며 열등감을 가지지 말라고 말하지만, 근데 나한테는 그 인생의 하이라이트도 없는 걸. 그렇게 몇 달을 인스타를 들낙거리며 남들 일상만 바라봤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렇게 한번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하던 친구와 만나 밥을 먹는데, 내가 상상하던 그 친구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인스타그램에서 보던 음식 사진은 먼저 나온 음식이 식더라도 모두 나온 뒤에 철저한 세팅을 거쳐, 몇 번이고 다시 찍은 사진의 결과물이었다. 먹는 중에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내 계정을 태그 하고, 주변에 이모티콘과 멘트를 썼다 지우며 작성하기 바빴다. 그 친구와 함께하던 몇 시간은 계속 사진으로 기록돼야 했다.
집에 와서 내가 태그 된 스토리를 내 스토리에 공유했다. 그게 처음 올린 스토리였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다시 들어간 인스타에는 내 스토리를 본 사람이 보였다. 생각보다 많았다. 내가 넘기듯 본 것처럼 나와 친구였던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게 내 스토리를 보는 듯했다. 그러던 중, 다른 친구한테서 DM이 왔다. "동기랑 먹은 거야? 맛있었겠다! 나랑도 밥 먹자!"
그렇게 다른 몇 명의 친구들과 연이어 계속 만났다. 만날 때마다 태그 된 스토리를 내 인스타에 올렸고, 그때쯤 "요즘 재밌게 사나 보네! 친구들이랑 많이 만나던데~!"라는 메시지를 몇 번 받았다. 사실 나는 그 전에도 인스타를 잘 안 하는 친구들과 자주 여기저기 놀러 다녔는데. 그 친구들한테는 내가 '요즘' 재밌게 사는 사람처럼 보였던 거다.
솔직히 살짝 욕심이 났다. 나도 아는 사람들한테 팔로우를 다 걸고, 어딜 갈 때마다 매번 스토리에 올리면 여태까지 내가 소위 '인싸'라고 생각하던 사람이랑 전혀 다를 게 없을 것 같은데?
근데 매번 올리는 사람이 되면, 내가 올린 것만 했다고 생각하겠지? 그리고 만약 다 올리기 시작하면, 결국 보여줄 데까지 보여준 내 일상과 남들의 보여지는 일상을 더 치열하게 비교하지 않을까. 어느 방향이든 내가 망가지는 결과라는 건 똑같았다. 집에서는 남들 스토리를 계속 넘겨보며, 밖에서는 인스타용 사진을 찍기 위해 기를 쓰며 인스타 속의 나만을 바라볼 게 뻔했다.
그리고 솔직히 올리지 않으니까 '나도 올리면 다를 게 없어'라고 생각하는 거지, 막상 다 까놓으면 그보다 비참한 고통은 없을 것만 같았다. 무의식중에 스토리 빈도를 신경쓰며, 굳이 열등감까지는 아니더라도 '걔는 (나보다) 친구 잘 만나고 다니는 애'로 나랑 다를 것 없는 누군가를 규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냥 안 하기로 마음먹었다. 솔직히 말하면 얻을 거 하나 없는 일인 것 같았다. 홍보라는 특정 목적이 있는 것도, 이외 사업성 이유도 아닌데 내 지인에게 내가 어떻게 비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드는 인스타그램은 적어도 나에게는 너무 버거웠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을 계속하는 이유는, 아마 내가 잘났다고 느끼는 그들처럼 나도 인식되기를 바라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실제로 그 아이러니는 항상 성공한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서로가 더 잘났다고 생각하는, 어쩌면 자신의 자존감을 깎아 타인의 자존감을 채워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