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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대곰돌이 Aug 28. 2022

돈 없는 파이어족의 여행일기

EP10. 지원받아 떠났던 첫 여행

Write & Photo by 거대 곰돌이


첫 목적지였던 기아 타이거즈의 구장

식사를 협찬받는다는 게 무언가 자산 증식에 도움이 되는 현금 수익은 아니었지만, 블로거의 입장에서 만들어갔던 수익모델 중에서는 가장 컸다.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체험단은 경험의 횟수를 이어간 이후,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었다. 여전히 많이 신청하고, 많이 탈락을 했지만, 한 달에 4~5차례 정도는 체험단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체험단 자체에 대해서 노하우가 점점 생겨나기도 했다.


어떤 때는 너무 많이 신청을 해서 하루에 2건, 3건씩 의무적으로 체험단을 하러 외출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는데, 조금 익숙해진 뒤에는 자연스럽게 그 체험단의 수량을 조절하는 노하우도 생겼다. 사실, 블로거의 성과, 즉, 방문자 숫자가 늘어나면 신청하는 체험단의 선정은 좀 더 잘 되는 편이었고, 블로그는 아주 조금씩 성장을 했기에, 알아서 자연스럽게 조정이 되었다. 우스갯소리지만, 이제는 체험단이 없으면 데이트를 하지 않는 커플로 살아가고 있다.


2020년 말에 데이터 라벨링을 통해서 짧게 여행을 떠났던 것을 계기로 삼아, 새롭게 체험단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을 구상하게 되었다. 별다른 건 없었다. 평소에는 서울에 있는 체험단을 신청해서 데이트 삼아 외출을 했다면, 체험단을 통해서 하는 여행은 여행을 가는 지역의 체험단을 통해서 식사를 해결하며 여행을 하는 것이다. 벚꽃이 피는 3월 말에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고, 그렇게 대략 여행이 시작되기 한 달여 전부터 체험단을 살펴보며 여행 계획을 잡기 시작했다.


체험단으로 계획을 세운 여행의 방법은 이랬다. 우선 체험단이 많은 지역, 즉,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지역이나 도시라서 홍보하는 식당이 많은 지역을 여행 목적지로 삼고, 그 지역의 체험단을 최대한 신청해서 선정시킨 뒤에 선정된 체험단의 위치에 맞춰서 여행 동선을 잡고 숙소를 예약하며 움직이는 것이었다.


여행이라는 게 밥만 해결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유류비, 숙박비, 여행 중 사용하는 입장료 등, 여러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여전히 여자 친구가 현금으로 여행 비용을 보태는 것이 마음 한쪽으로는 부담이 있었는데, 대략 열흘 정도로 계획을 잡은 여행 중에 우리가 평소에는 절대 돈 주고 사 먹지 못할 인당 5~6만 원짜리 해산물 식당이라던지, 개별 룸으로 된 고급 식당이 '선정된 체험단 리스트'에 추가가 되고 그 총액수가 대략 40만 원 정도를 초과하며 계속 예약 식당이 늘어가니까, 여자 친구도 '우리의 여행에서 맛있는 식사를 먹는 것은 어차피 썼어야 할 돈이었고, 그 돈을 아끼는 건 너의 역할이 크니까 부담 갖지 말자'라며 본인이 돈을 쓰는 것에 대한 내 심적인 부담을 더 이상 갖지 말라고 다그쳐주기도 했다. 그렇게 여행 일정을 체험단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2021년 3월 말, 전라 남부로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보성 녹차밭은 입장하지 않고 아이스크림만 하나 먹고 나왔다.
광양 매화마을은 시기를 잘못 타서 매화는 거의 보질 못했다.

체험단이 여러 지역으로 선정이 되는 바람에, 여행코스는 참 복잡하게 꼬였다. 첫 목적지는 '무안'이었는데, 주요 목적지였던 광양, 여수, 순천 등으로 가는 길이었고, 무안에서 선정된 낙지 요릿집이 제공 액수가 큰 체험단이었기 때문에, 관광을 하지는 않았지만, 오직 밥을 먹으러 무안에 들르게 된 경우였다.


여행 중에도 기대하지 않았던 일정이 계속 추가되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내가 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 친구가 운전을 전체적으로 다 하는 것이라서 여행 계획을 잡을 때 최대한 운전하는 거리에 제한을 뒀고, 그래서 무안에서는 도착한 뒤에 쉬었어야 했는데, 마침 무안에 마음에 드는 숙소가 없었기 때문에 무안에 가기 전 마음에 드는 숙소가 있었던 광주가 눈에 들어오게 되었고, 그래서 전라남도 여행의 첫 숙박지는 '광주'가 되었다. 광주 도착 시간도 오후 늦은 시간이었고, 그래서 딱히 할 일은 없었는데 숙박하는 김에 저녁식사도 체험단으로 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광주에서도 체험단을 늘리고, 그렇게 여행 일정이 구체화되면서 체험단이 추가되고, 그런 식으로 여행 일정에 일거리가 계속 늘어났다. 이렇게 늘어나는 일정은 여행의 피로를 계속 과하게 쌓게 된다.

처음 가본 여수 밤바다
체험단 때문에 들렀던 여수 장도 가는 길
여수 장도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풍경

여자 친구의 고향이 광양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성장했던 광양의 시내도 가볍게 둘러보고, 옆 도시인 순천과 여수까지 부지런히 차를 몰아가며 여행을 했다. 체험단이 여행 중에도 계속 선정이 되는 바람에 코스가 점점 더 뒤죽박죽으로 바뀌었는데, 체험단의 스케줄을 쫓아서 이동을 하느라 광양을 갔다가 여수를 갔다가, 다시 순천으로 가고, 다시 광양으로 가고 하는 등, 분주한 일정이 계속 이어졌다.


꼬였던 일정 중 하이라이트는 바로 여수 향일암이었다.


아침식사가 되는 체험단은 많지 않은 편이라서, 여행 중에 아침 식사는 대충 전날에 사놓은 먹거리로 숙소에서 대충 해결했고, 점심, 저녁을 모두 체험단으로 해결하거나 둘 중 한 끼만 체험단으로 식사를 해결했는데, 향일암을 가는 날에는 때마침 아침식사가 가능한 체험단이 선정이 되었다. 향일암에서 일출을 보고 와서 아침식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신청을 했던 것이 선정된 것이다. 그래서 일출을 보고 향일암 관광을 하고, 내려와서 아침을 먹겠다며 그런 시간대로 방문 예약을 하고 향일암 방문을 준비했었다.


향일암을 가기로 한 전날은 돌산대교 근처의 모텔에서 숙박했는데, 매일매일 저녁에 체험단 리뷰를 하느라 저녁 늦게까지 잠을 쪼개며 블로그 포스팅을 하던 여행의 강행군이 대략 3~4일 차가 이어지던 시점이었다. 전날도 일찍 자자고 다짐을 하고선 늦게 잠이 들었는데, 결국 해가 다 뜨고 나서야 아침에 눈을 뜰 수 있게 되었다.

향일암의 힙한 불상

좀 더 많은 노하우가 생긴 요즘의 여행에서는 절대 그렇게 스케줄을 잡지 않는다. 아마 오전에 뭔가 하자고 했는데 늦잠을 자고 일어나게 되면 그냥 숙소에서 쉬다가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서 다음날 여행을 시작하는 식으로 일정을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는 체험단을 곁들인 첫 여행이었고, 결국, 아침식사 예약은 일정의 독이 되었고, 결국 부랴부랴 준비해서 일출 대신 체험단 아침식사로 하루 일정을 피곤하게 시작했다. 체험단 식사하고 향일암을 올라갔다 내려오고, 다시 여수의 어딘가로 가서 체험단 식사를 하고 또 주변 산책 겸 어딘가를 한참 걷고, 또 이후에 오동도를 들어가고, 다시 광양으로 이동하고, 하루 종일 굉장한 강행군이었다.

여수에서 광양으로 이동하는 이순신대교

이 향일암을 다녀오는 이 날의 일정이 왜 하이라이트였냐면, 되도록이면 보조석에서는 절대 졸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나였지만, 꼬였던 일정이 피로했는지, 결국 피곤함에 잠들었기 때문이다. 여수에서 광양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에 이순신대교를 건너서 광양으로 들어가는데, 결국 대교를 건너는 중에 깜빡 졸았다고 생각하고 눈을 감았다가 떴는데, 운전하던 여자 친구가 하는 말, 코를 엄청 골면서 드르렁거리면서 잠을 잤다고 한다. 일정을 챙기며 블로그의 글감을 모은다고 사진을 찍어가며, 그렇게 다니는 중에 평소의 운동부족까지 더해져서 많이 피곤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빠듯한 일정으로 여행을 하지 않게 되기도 했다.


맛있게 꼬막정식을 먹었던 벌교
순천만정원 내에 있는 벚꽃길
낙안읍성을 가는 길에서 벚꽃 드라이브
하동의 한 게스트하우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즐거웠다. 우리가 다녔던 모든 여행 중에서 좋았던 여행 순위를 꼽았을 때 3손가락 안에 들어가지는 못하는 여행이 됐지만, 돈 때문에 쉽게 떠나지 못했던 여행을 지원받아서 다녀올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그렇게 여수에서 광양을 지나, 꽃이 피는 곳을 쫓아서 광양에서 구례, 그리고 전주까지 이어진 빠듯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대략 열흘만에 전라 남부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렇게 여행을 마무리하고, 여행의 여독과 정리 등으로 조금 휴식기를 가진 뒤, 그다음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찾아보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발견된 것이 바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한 달 살기'라는 여행 프로그램이었다. 체험단을 엮어서 가는 여행 이후에 새로운 여행 프로그램의 등장이었다.


- EP10 FIN -


안녕하세요. 블로거 거대 곰돌이입니다.


이 브런치의 시리즈 '돈 없는 파이어족의 여행일기'는 코로나로 2020년 3월 미국에서 입국한 이후, 다시 해외로 떠날 예정인 2022년 12월 여행 글을 위한 인트로 성격의 글입니다. 본격적인 여행 글은 여행 출발이 임박해지는 시점에 본격화될 예정이고, 그 이전에 연재되는 글들은 제목처럼 파이어족으로 새롭게 살아보려고 시도 중인 블로거 거대 곰돌이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생업 블로거로의 도전을 시도하게 해 준 밑거름이 되어준 과거의 많은 여행 이야기들과 코로나 시절 이어간 국내여행은 지난 2년여 동안 제 블로그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의 블로그를 방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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