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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대곰돌이 May 01. 2023

EP6. 해밀턴 - 비를 피한 날씨요정

5000km 뉴질랜드 로드트립. EP6

글 & 사진, 네이버 여행 인플루언서 & 여행 블로거 거대곰돌이


맑은 하늘을 만날 수 없던 오클랜드

파이히아의 일정을 무사히 마무리한 뒤, 지긋지긋한 비를 피해서 남쪽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파이히아에서 숙박하던 날 중에 관광할 수 있던 날씨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달까, 떠나는 날은 다시 또 날씨가 흐린 날씨였다. 바다 건너 멀리 여행을 와서 흐린 날씨를 계속 만나는 것은 참 아쉬운 일이지만, 관광을 해야 하는 날에 비가 오는 것보다는 그래도 이동 자체가 힘들 순 있지만, 이 날처럼 지역을 이동하고 추가적인 일정이 없는 날에 비가 오는 게 훨씬 낫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파이히아를 떠났다.


이번 뉴질랜드 여행 전체를 두고 보면, 참 비를 많이 만난 여행이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여행하기 좋다는 1~2월 내내 여행을 했지만, 그런 과거의 데이터가 무색할 만큼 정말로 이번 여행 중엔 비가 많이 왔다. 보편적으로 전 세계의 여행지를 두고 봤을 때, 비가 오면 또 비가 오는 데로 여행을 하기에 적합한 일정이 있고, 또 아닌 경우가 있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 비는 반드시 와야 한다.


하지만, 뉴질랜드의 경우는 대자연 속에서 멋진 경치를 체험하는 게 거의 여행의 주된 일정이라서 절대적으로 비가 오지 않는 날씨가 좋다. 그래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비가 띄엄띄엄 오는 것이고, 그 일기예보를 바탕으로 띄엄띄엄 여행을 하면 된다. 하지만, 이번처럼 비가 오는 날이 2~3일씩 계속되는 날이 지속되면, 전체 여행 일정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서 뉴질랜드를 여행하기에는 치명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도 우리는 참 적당한 시기에 위험한 장소를 잘 빠져나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행이 모두 끝난 지금, 뉴질랜드 여행을 전체적으로 평가한다면, 적당한 시기에 비를 잘 피했다는 평가를 하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북섬의 북쪽을 떠난 이후에도 뉴질랜드에는 비가 끊임없이 계속 내렸기 때문이었다.


출처. 구글 날씨예보 사이트 캡처

파이히아를 떠난 뒤, '여행하기엔 그래도 큰 무리는 없는' 평범한 날씨가 단기간 반짝 지속이 된 이후, 북섬의 북쪽은 다시 엄청난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여름 날씨가 좋기로 소문난 뉴질랜드였기에, 유래 없는 악천후의 연속이었다. 폭우 경보, 강풍 경보 등 엄청 다양한 경보를 뿌리며 비를 내렸고, 뉴스를 조금만 봐도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날씨 이야기를 하고 있을 정도였다. 마치, 우리가 코로나를 처음 겪게 되었을 때,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특집방송 느낌으로 하루종일 전염병 이야기를 하던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파이히아를 떠난 1월 중순도 날씨가 좋진 않았지만, 잠깐 날씨가 풀린 열흘 남짓의 기간 이후에 북섬의 북쪽은 본격적으로 날씨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파이히아를 빠져나오던 날도 오클랜드를 통과할 때까진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 오클랜드를 통과하고 난 뒤에 비로소 파란 하늘을 만날 수 있었다. 오클랜드가 무언가 경계선 같은 느낌이었고, 계속 달리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가 알던 뉴질랜드 날씨로 바뀌었다. 그렇게 해밀턴에 짐을 풀고 와이토모와 마타마타를 여행하고, 이후 휘티앙아, 타우랑가, 오토루아, 타우포까지 계속 숙박지를 옮겼는데, 그때까진 본격적으로 비가 다시 내렸던 로토루아를 제외하면, 날씨와 관련해서 비가 여행에 피해를 주는 일은 거의 없었다.


숙박지를 옮길 때마다 비는 계속 만나긴 했었다. 만약 3박을 한다면 하루는 비가 왔고, 나머지 이틀은 관광하기 좋은 날이 반복되는 그런 날씨였다. 적당히 쉬고, 열심히 여행하고, 충분히 계획한 일정을 풀어갈 수 있는 날씨였다. 이때가 우리에겐 날씨 요정이 선물해 준 '신의 타이밍'과 같은 열흘 정도의 여행 기간이었다.

1월 말, 지인이 보내준 오클랜드의 집 앞 풍경

계획했던 여행 일정을 풀어가며 여러 도시를 거쳐 로토루아에 도착했을 때, 그때부터 다시 비가 엄청 내리기 시작했다. 로토루아는 즐길거리가 많은 도시였고, 여자친구의 컨디션을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쉬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해서, 로토루아의 일정을 아예 일주일 정도를 잡았는데, 덩달아 비도 하루종일 내리는 날씨로 바뀐 덕분에 로토루아에서는 2~3일은 그냥 숙소에 누워만 있던 날도 있었다. 내심 불편하긴 했다. 로토루아에서 포기해야 할 여행지가 하루 지날 때마다 하나씩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비가 오락가락해서 우리 여행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주 사소한 문제였고, 뉴질랜드 전체로 봤을 때 우리의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엄청 뿌려진 비와 강풍 때문에, 북섬의 북쪽은 도시 자체가 침수되는 등 재산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여러 지역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는데, 가장 큰 피해는 역시 사람이 많이 사는 오클랜드였다. 당시에 오클랜드에 거주하고 있는 지인과 안부를 물으며 관련된 대화를 나누었는데, 지인도 적당히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집 앞이라며 몇 장의 사진을 보내줬는데, 도로가 침수되는 건 물론이고, 집이 사면에 지어진 터라, 집의 1층은 완전히 침수되었다. 주변에 있는 집들은 대부분 비슷한 피해를 겪었다고 했다. 당시에 뉴스 등을 통해서 봤던 여러 피해를 지인을 통해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미지 출처. 웹검색


그중에서 하이라이트는 개인적으로는 슈퍼마켓의 침수였는데,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1층 높이로 지어진 '이마트'같은 창고형 대형마트가 홍수에 물이 넘쳐서 수위가 성인의 무릎이 넘는 높이까지 물이 찬 일이었다. 폭우와 강풍이 몰아칠 때 공항도 침수되어 폐쇄되었고, 현지의 상황을 체감하지 못하던 여행객들은 예약한 항공편이 취소되는 것에 분개하며 이유를 찾고서 납득하게 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출처. 구글 날씨예보 사이트 캡처


그 비는 하지만 전조증상 같은 일이었고, 비 내리던 뉴질랜드의 하이라이트는 사이클론 가브리엘이었다. 1월 말, 북섬에 폭우로 엄청난 수해를 입은 상태에서 뉴질랜드는 역사상 가장 강력하다는 사이클론을 만나게 된다. 사이클론 가브리엘은 당시 북섬의 북쪽을 정통으로 통과하며 북섬의 북쪽에 피해를 줬다. 당시에 뉴질랜드는 피해 지역에 대해서 역사상 세 번째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었고, 당시에 추정했던 재산피해는 최소 4천억 원에서 8천억 원 정도라고 기사가 날 정도였다. 사이클론으로 사람도 11명 정도 사망했고, 농장 하나가 통째로 무너지는 등, 여러모로 많은 피해를 줬다. 가브리엘이 지나간 시즌이 2월 중순이었다.


이번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선택했던 것은 여행을 남섬에서 시작하느냐, 북섬에서 시작하느냐, 그것부터 시작이었다. 만약 남섬에서 시작하면 퀸스타운에서 여행을 시작하여 북으로 이동하여 오클랜드에서 여행을 끝내는 것이었고, 오클랜드에서 시작하면 남으로 내려가서 퀸스타운에서 여행을 끝내는 것이었다.


전체 여행 일정을 봤을 때, 정상스케줄로 남섬에서 여행을 시작했다면 1월 말에 남섬 여행을 끝내고 북섬으로 들어갔을 것이고, 아마 나는 사이클론이 정통으로 강타한 뉴질랜드의 북쪽으로 계속 차를 몰았어야 했을 것이다. 사이클론이야, 며칠 숙소에서 숨죽이며 지나가길 기다리면 되지만, 이번 사이클론은 도로가 유실되는 등, 국가 제반시설 그 자체에 피해를 준 것도 많아서 아마 2월부터는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수해지역을 돌며 여행을 마무리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그저 여행 중에 비를 만나 며칠씩 비로 일정을 못하는 것과 여행 후반을 통째로 날리는 것은 분명히 큰 차이가 있다.

사이클론이 통과하던 때, 중심 지점에서 6~700km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그때도 날씨는 좋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날씨요정의 큰 은혜를 입으며, 무사히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파이히아를 떠나 오클랜드를 거쳐서, 최종 목적지로 가는 곳은 해밀턴이라는 북섬의 큰 도시 중 하나였다. 해밀턴에 숙소를 정하고 짐을 풀긴 했지만, 해밀턴은 원래 관광으로 숙박하며 지내는 곳은 아니다. 뉴질랜드에서 유명한 대학이 있고, 사람 사는 곳이 넓게 펼쳐있는 그런 리빙시티이다. 파이히아의 숙소에서 워낙 고생을 했고, 일일투어가 예정되어 있는 와이토모나 반지의 제왕 무비세트 투어장소인 호비톤이 있는 마타마타는 마땅히 가성비 좋은 숙소를 찾기 힘들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호스텔에서 지내는 것과 큰 비용차이 없이 좋은 집에서 지낼 수 있는 해밀턴에 숙박을 정했다. 목표한 관광지에서 적어도 편도 45분~1시간가량이 걸리는 애매한 위치였지만, 계속 비와 숙소로 고생하고 있었기에, 이번만큼은 좋은 숙소에서 지냈어야 했다.

거점숙소로 잡은 해밀턴 레이크 인근의 숙소뷰

다행히 숙소는 기대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좋았고, 여자친구에게 딱 '뉴질랜드스러운' 집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에 딱 어울리는 괜찮은 숙소였다. 무엇보다 숙소 바로 앞에 있는 해밀턴 레이크의 전망이 너무나 아름다운 숙소였다. 비도 잘 피했고, 숙소도 좋고, 앞으로의 여행이 지금처럼만 순탄하기를 기대하며 조용히 해밀턴에서의 첫날을 마무리했다.


안녕하세요. 네이버 여행 인플루언서 & 여행 블로거 거대 곰돌이입니다.


앞으로 연재될 내용은 70여 일간 여행한 뉴질랜드 여행기로, 좀 더 블로그스러운 여행 후기와 정보들은 블로그에서 현재도 꾸준히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좀 더 다양한 사진과 여행후기를 보시려면 메인 블로그 방문을 부탁드립니다. 뉴질랜드 여행은 2022년 12월 26일 출국, 2023년 3월 11일 호주로의 출국으로 마무리되었으며, 3월 22일 한국으로 귀국한 것으로 여행은 마무리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blog.naver.com/ragun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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