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감동의 파도 속에서, 남은 것.
*올트랙 소속 리뷰어 대웅정의 끄적끄적입니다.
저는 로봇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특히 인간을 닮은 로봇이 등장하는 작품에 더욱 끌립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나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바이센테니얼 맨>을 보며 인상 깊었던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 <애프터 양> 역시 그런 로봇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순한 로봇 서사를 넘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그렇기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쉽게 잊히지 않는 감동을 주는 작품입니다.
기존의 로봇 영화들은 대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둡니다. 그러나 <애프터 양>은 조금 다른 방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좀 더 마음에 와닿는 것처럼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핵심 등장인물인 양은 제이크와 카이라 부부가 입양한 딸 미카의 중국 문화 교육을 위해 도입한 가정교사 안드로이드입니다. 하지만 그는 단순한 가정교사가 아닙니다. 그의 행적은 이미 단순히 가족을 넘어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영화는 양의 기억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 진행됩니다. 양의 기억 속 순간들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미카와 함께 웃고, 가족을 바라보며 따뜻한 감정을 품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관객 역시 양의 기억을 통해 그가 단순한 기계가 아님을 깨닫고, 가족이라는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되는 소중한 순간들을 경험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감독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시각과 기억을 통해 탐구합니다. 그는 인간을 “보는 존재”이자 “기억하는 존재”로 묘사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를 느끼게 되는 과정은 관객인 영화 속에서 양의 시선과, 양을 바라보는 다른 인물들의 시선이 교차하며, 이 시선들이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또한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형성하고, 기억을 통해 정체성을 만들어갑니다. 영화는 양의 기억과 주요 인물들의 기억을 교차시키며, 존재의 의미를 섬세하게 풀어냅니다.
영화 <A.I.>의 소년 안드로이드는 인간이 되기를 꿈꿨습니다. 그는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었지만, 온전한 인간이 될 수 없었기에 그것을 갈망했습니다. 그러나 양은 이미 인간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는 사유하고, 그것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존재로 완성되었습니다. 어쩌면 인간보다 더 깊이 사고할 수 있는 특별한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진정한 가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저에게 신선한 자극이 된 것 같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우리는 더 이상 “무엇이 인간을 정의하는가?”라는 질문에만 머무를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애프터 양은 관객들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담담하지만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요?
이상 대웅정의 끄적끄적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