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작은 땅의 야수들>

살아 숨쉬는 글로 읽는 역사속의 평범한 개인들.

by 대웅정의 끄적끄적


.*올트랙 소속 리뷰어 대웅정의 끄적끄적 입니다.


영화 리뷰, 미술 전시회 리뷰에 이어 이번에는 오랜만에 흥미롭게 읽은 책을 소개하려 합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입니다.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을까요? 제목에서부터 작은 땅, 즉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사냥꾼의 이야기가 그려질 것이라 예상되지 않나요? 저는 책을 읽기 전에 제목을 통해 내용을 추측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책의 제목과 표지에서 영화 <대호>처럼 호랑이를 사냥하는 조선 시대 또는 일제강점기의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배경이 일제강점기라는 점을 제외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이런 작품들과 궤를 같이 하는 작품인줄 알고 있었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1918년부터 1964년까지의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대한제국이 1905년 을사조약으로 인해 일본에 주권을 빼앗긴 지 13년이 지난 시점, 그리고 3.1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 일본의 무단통치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가 이야기의 시작점입니다.

작품은 기생 옥희, 연화, 단이, 독립운동가 명보, 가난한 인력거꾼 한철과 정호 등 다양한 인물들의 시선에서 전개됩니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를 살아가며, 때로는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때로는 끝까지 지조를 지키며 살아남습니다. 이러한 인물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당시를 살았던 다양한 개인들의 삶을 반영하는 기록과도 같습니다. 각 캐릭터는 역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다른 선택을 하며, 이를 통해 독자는 그 시대를 더욱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강렬한 문체와 생생한 묘사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특히 작가는 단순히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에서 머무르지 않고, 사냥꾼, 기생, 깡패, 학생, 사업가 등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을 조명합니다. 그들은 단순한 역사적 배경 속 인물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강한 에너지를 품고 살아가는 존재들로 묘사됩니다.

제목 속 ‘야수’라는 표현이 인물들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 또한 인상적입니다. 조선의 야수들은 일제의 해수구제사업으로 인해 사라졌지만, 그들이 살았던 역사는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억 속 존재로 남아 일종의 정령과도 같은 의미를 갖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정신과 역사는 사라지지 않고 이어집니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단순한 역사적 서사가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고자 했던 강인한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기존의 많은 역사소설들을 읽었지만, 이 소설도 굉장한 매력을 가진 소설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엄청난 무언가를 이뤄낸 대단한 존재들이 아닌 작은 개개인들의 이야기가 쌓여 하나의 역사로 완성이 되었고 그것이 시대의 흐름과 맞물리면서 그들 또한 하나의 역사의 줄기를 완성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게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표지도 괜찮지만 다른 버전의 표지도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다음에는 어떤 책을 읽고 저의 감상을 나눌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여러분 『작은 땅의 야수들』도 꼭 한번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세요!


이상 대웅정의 끄적끄적 이었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