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한 불을 짚어 삼켰다. 복받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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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전체를 노이즈 캔슬링 한 설정값은 어디에서부터 온 것일까. 묻고 싶다. 생각나는 단어 하나 없지만 끊임없이 되뇐다. 묻지 않으면 없던 그때로 소멸할 것 같다. 마주하기엔 겁이 많아서 눌어붙어버린 감정을 떼어낼 수 없다 여기며 겨우 용기를 냈다. 그 와중에도 짠한 건 그 용기가 미움받기에만 유효할 뿐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미 텅 빈, 남아있는 껍데기를 보면서 그 안을 무엇으로 채울지를 오롯이 혼자 고민했던 것인지 모른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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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야 하는데 찾을 수 없다. 찾고 싶지 않은 건지 모른다. 찾는 법을 모르는지 알 수 없다. 깨진 조각을 주워 담고 엎질러진 물을 쓸어낸다. 언제고 그런 것들 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했다.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미라는 단어를 차용할 마음은 거기에 없었다. 한정하거나 규정하지 않는다. 왜 결론을 내려야 하는 걸까. 남들은 나의 불행을 즐긴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럴 줄 알았다면서 용케 지금껏 잘 버텼다는 말속엔 섞이지 말아야 할 것들이 혼재되어 있다. 불투명한 감정에 층이 분리된다. 언제나 피해자와 피의자는 결정되어 있다. 조롱 섞인 말투와 표정을 지난하게 겪어 보아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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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마음껏 비웃어라. 무너져 내리는 것엔 관성이 있다. 떨어져 나가다 보면 이 알 수 없는 힘이 어디쯤에서 멈추는지 알 길이 없다. 그렇게 하고 싶었다. 타이밍도 절묘하다. 현실 감각이 없는 사람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의 장점이 직시하지 못해 동요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 모든 것들이 무효하다. 반복된 학습에 효과는 없었다. 정신을 차리려 찬물을 들이 붙는다. 불을 삼킨 몸이 식지 않는다. 규정하지 않는 것, 결말을 내지 않는 것 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감이 감정을 드러내지 말라고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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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어 삼킨 불을 전부 토해내고 싶다 전부 게워낼 줄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하루는 불안이다. 가만히 멈출 수 없는 몸과 차가워질 줄 모르는 마음과 식은땀의 조화가 체온을 떨어트리고 손바닥을 적신다 이 모든 불안이 모여 하나의 작품으로, 불행으로 써 내려간 모든 것들이 우울과 음침함으로 뒤범벅된 이 세상의 모든 불안으로.
Hermitage
@big_be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