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omnia

白夜現象, 해는 졌지만 어둠이 찾아오지 않는 밤.

by HERMITAGE


잠이 오질 않는다. 아니면 잠이란 걸 이미다 잔 건지도 모르겠다. 회복해야 하는데 깨어나려 하지 않는 건

그럴 마음조차 없다고 해야 할까. 부서지기 전에 멈춰야 한다는 생각을 멈췄다. 눈을 감으면 앉아있다가 뒤로 넘어가 아무런 상태가 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불편함이 느껴질 땐 자세를 고쳐 앉았다. 뜨거운 물에 무거워진 몸을 한나절 담갔다. 전체를 감싸기에 충분해졌을 때 전부 내려가게 만들었다.


너무 퍼지기 전에 다 녹아내리기 전에 그곳을 벗어났다. 시선이 낮게 깔리면 초점이 잡기 어렵다. 이런 방향성이 꽤나 도움이 된다는데 혈액순환이 조금 더 빨라지는 것 말곤 그게 어떤 얘긴지 잘 모르겠다. 점점 더 몸은 피곤하고, 정신은 몽롱한데 잠드는 것 빼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언가 마셔야 한다면 그건 취기를 빌려 몸을 기댈 수 있게 만드는 휘발 해야 하고, 해독해야만 하는 액체겠지만 지금은 그러기엔 너무 부대껴서 기포가 몽글한 탄산수를 여러 병째 얼음에 녹여 마시고 있다. 어디까지 마실 수 있는지 한계를 설정하지 않았고 온몸에 기포가 흐르게 만들고 있다. 몸에서 탄산수가 나오는 게 아닐까. 머금던 알코올을 날리고 천천히 젖어들어간다. 푸석하고 건조했던 감각이 되살아난다.


초록색 병이 쌓여간다. 열린 뚜껑을 다시 닫지 않고 내팽개쳐 버린다. 재즈를 골랐지만, 실은 별생각은 없다.

복잡해서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은데 벽을 보는 시간이 점점 익숙해진다. 검은색 얼룩이 보이고 작은 균열이

모여 작은 벽으로 세워져 있다. 움푹 파인 벽이 보이지 않는 먼지에 둘러싸여 색이 조금 바래 보이기도 하지만

딱히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아예 거기에 몰입하지 않으려 애쓴다. 불면에 가장 도움이 되는 생각은 잠을 자려고 하지 않는대서부터다. 몸은 불편한데 마음엔 안정을 찾기 시작한다. 욱여넣지 않아도 좋고 구태여 잠들려 애쓰지 않는다. 차라리 하는 포기와는 다른 생각이다. 잠에 들지 않는 것에서부터 몇 시간을 깨어 있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운다.


곧, 짧은 생각과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그런 비슷한 얘기를 한 적 있는데 생각보다 질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잠깐을 자도 그랬고 아무리 오래 잤다고 생각했을 땐 허리만 아팠다. 잠에 드는 게 무섭다.


‘개운하다는 건 대체 어떤 걸까.’




바스락 한 이불에 얼굴을 가져다 댄다. 차가운 기운이 남아있는 온도가 좋다. 그래서 조금 더 바스락 한 걸 고르고 온기를 담지 못할 재질에 눈이 간다. 깊게 관여하지 않을 때까지만 허용되는 차가움이 온기로 전환되면 거리를 둬야겠다는 생각에 갇힌다. 잠시 떨어져 있으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기댄다. 밤이 새벽이 되고 아침이 될 때 새벽 나절의 시간은 시공간을 초월한 색다른 공간이 된다. 고요한 음악은 멈추지 않는다.


모두가 잠들어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짜릿함을 느끼면서 이 시간에 깨어있다 모두가 일어나 움직일 시간엔 멈춰서 눈을 질끈 감는다. 그럼 잠이 올까. 배터리를 방전시킬 만큼 남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아무것도 선을 연결하지 않는다. 어디까지 버티는지 끝을 보고 싶다. 소리 없이 꺼져 화면이 멍해질 때까지. 배터리가 가리키는 숫자가 점점 더 낮아질 때까지. 방전과 충전을 반복해 효율을 떨어트린다.


Hermitage

@big_b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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