變異

예상하지 못한 사태나 괴이한 변고

by HERMITAGE

아는 사람, 낯선 사람, 새로운 사람과 알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한 대 모였다 흩어진다. 표정이 그다지 흥미로워 보이는 건 아니다. 체크인할 수 있는 공간과 별도로 분리되어 있는 로비에서 조금 뒤 더 새로운 사람들이 오갔다. 이국적인 인상착의, 이질적인 사람의 등장은 주변을 일그러뜨리지 않았다. 가면을 쓰고 가려진 얼굴 뒤로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King Lear>이나 <Louis XIV>처럼 평범하다거나 아주 일반적이지만은 않아서 본래 정서와는 조금 다른, 낯선 것이었지만 진취적으로 보이는 감정,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동작의 움직임이 하나하나를 관찰하게 만들었다. 豪奢(호사)스러운 바닥의 온도가 어떤지 차마 헤아리기도 전에 화면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숨 막히게 북적이는 곳에는 모두가 지령을 받은 것처럼 말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생생히 목격한 모습은 하나의 완벽한 공정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거대한 공장 속 부속품 같아 보였다. 태엽이나 나사를 조인다거나 기름칠할 필요 없이 유려했다. 공통적인 특징을 가진 옷의 색이 다채롭지는 않은 것으로 보아 격식을 차려야 하는 공간이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거기에서 당장 무언가 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기보다 단지, 주변을 천천히 관찰하고 있을 때 시간은 유난스럽게 흘러갔다. 비슷한 템포의 사람들과는 달리 제자리에 선 낯선 淘汰(도태)가 시작됐다. 흘러가도록 그대로 내버려 두는 건, 먼 다른 길로 완전히 들어서기 전에 정신을 차리기만 하면 된다. 몇 발자국을 떼지 못하고 가면을 쓴 사람에게 이끌렸다. 시선을 빼앗겼던 아까 그 사람이다. 거기엔 앞서 배워야 하는 줄 모르던 假面(가면)의 언어가 필요했다.



날씨가 여간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濕地(습지)처럼 온도차에 의한 건지地帶(지대) 보다 높아 떠도는 하늘 위 구름같이, 좀처럼 알 수 없는 연기가 사방의 시야를 가리고 있는 데다, 두꺼운 땅은 물을 머금어 젖은 종이처럼 무거웠고 수분을 잔뜩 품어 내고 있었다. 이곳을 지나 깊숙한 안쪽에 자신만의 공간이 있다고 했다. 목적지에 도달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해쳐 나아가야 할 것들 위로 무거운 땅은 계속해서 치이는 발목을 잡았다. 어디쯤 인지만이라도 알려 달라 소리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다. 가면 뒤, 표정에 대해 생각하다 그를 놓쳤다. 어설피 쥐고 있던 것들을 챙기는 동안에야 알 수 있는 만큼 보였다. 찾아야 했다. 오래지 않아 방향을 잡았지만 멀지 않더라도 혼자 힘으로는 부족했다. 적당 선에서 도움을 청해야 했다.


안에서는 밖으로 꿈틀거리던 것이 요란스럽게 넘쳐났고 그때 느껴지는 시선에 별다른 관심은 없었다. 스치는 얼굴 표정은 블라인드처럼 불분명했다. 하나씩, 의도 없는 것들을 잘라냈다. 다시 가면을 마주쳤을 때 그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파격적이라기보다 뜬금없이 가장된 하찮은 우연이라고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다독였다. 말을 건네 온다. 어색하게 건넨 말이 직접 닿기 전에 눈치채고 말았다. 따가운 시선이 다분히 공격적으로 느껴졌다. 적당히 비난이 섞여있는 실망감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어떻게 하면 그런 부정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졌다.


여러 가지 가정이 스쳤지만 대단히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를 떠올려보려고 애썼다. 어렵겠지만 대략의 지점이 서로 맞아 있다면 그랬어야만 했을까. 여과 없는 직설적인 말들이 주변을 맴돈다. 곱씹다, 다양한 형태로 해석되거나 왜곡되어 새로운 형태를 만들고 또 다른 감정으로 變異(변이) 된다. 대수롭지 않은 척 애썼지만 속에서 突然(돌연), 유전된 形質(형질)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밖으로 꺼내져 타인에게 들킬까 두려워 황급히 자리를 빠져나왔다. 오래 머물만한 곳도 그럴 만한 장소도 아니었다.


각자의 가면을 벗어던질 시간, 어둑해진 거리엔 달리는 차도 몇 대 보이지 않았다. 가면 끝에 손을 가져다 대자 날이 밝아졌다. 해는 얼마나 대단한지 어두운 색을 내는 비슷한 明暗(명암) 사이에서 전부를 빛 속에 넣어둔 것 같이 눈이 부셨다. 뻐근해진 목이 편안하지만은 않았을 지난밤을 부자연스러운 시간으로 만들었다. 시큰하게 만든 개체 변이 된 줄기가 욱신거렸다. 쓰고 또 부은 눈 사이로 또렷하지만은 않은 視野(시야)가 쏟아진다.


Hermitage

@big_b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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