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ckhorn, Postmark Napa Valley
그동안 와인을 마시면서 수없이 많은 코르크를 모아 오고 있지만 그중 미국 와인을 담았던 코르크는 손에 꼽는다. 와인이라는 게 종류도 많고 생산국도 너무 다양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옷 고르는 거랑 비슷하다. 며칠의 고심 끝에 고른 옷이 집에 있는 대부분의 옷들과 비슷비슷한 스타일인 것처럼, 와인도 고른다고 고른 게어쩐지 묘하게 비슷한 특징을 좋아하게 돼서 쫓아간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비슷하지만 더 맛있는 것 그런 것들을 쫓다 보면 자기만의 최애 품종에 이르게 되고 그게 곧 취향으로 적립된다.
미국 와인은 좀 생소하다. 어떻게 생각하면 미국이라는 나라의 타이틀보다 [나파밸리]라는 생산지 이름이, [캘리포니아]라는 유명한 지역이 주는 이미지는 固陋(고루) 하게 만들어야만 어쩐지 더 진득하고 전통적인 맛이 날 것 같은 와인을 생산하기에는 너무 세련된 이름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서 프랑스의 [보르도]나, 이탈리아의 [토스카나]가 세련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신대륙의 와인에 대한 작은 거부감 같은 게 있었다. 역시 후발주자는 무섭다. 이미 좋은 본보기와 ‘스타일’에 가이드가 있다. 그걸 바탕으로 더 좋은 걸 만들어낼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완전히 새롭고, 단순히 새롭기만 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매력을 만들어낸다는 건 결코 어쩌다 얻어걸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사람들은 구대륙과 신대륙 와인이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표현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와인이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 특정 나라의 와인을 고집한다는 건 생소할 수 있다. 가게의 점원이 와인을 처음 고르는 사람에게 [칠레산]을 먼저 권하는 이유는 신대륙 와인이라서가 아니라 가격적인 메리트 때문이다. 와인 하면 떠오르는 고품격 이미지를 가진 구대륙의 값만 싸고 매력 없는 와인을 소개해봤자 상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흐리멍덩한 맛만 나는 경험을 한 뒤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와인의 기본 단가가 저렴하고, 비교적 달달하게 입에 감기는 맛이 나는 푸릇푸릇 한 신대륙 와인이 판매에 있어 스토리텔링의 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미국 와인]은 그런 이미지였다.
이제는 유구한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지만 후발주자인 것은 사실이며 대 기업화되고 체계적일 것만 같은 초일류 국가가 만들어 내는 자본주의 와인에 대한 프레임은 지금도 완전히 지우진 못했다. 경험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그래서 아직까지는 미국의 와인을 좋아한다거나 싫어한다고 말하기에 매우 조심스럽다. [덕혼]은 와인을 고르러 가면 한 번씩 보이는 [오리]가 그려진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다.
그들은 라벨에 새를 그려 넣는다. 디자인에 사용하는 색이나, 그려지는 조류의 종류는 조금씩 달라지지만 귀여운 동화같이 그려진 오리가 인상적이다. 한번 보면 잊을 수 없기에 눈에 익어가던 중인 어느 날 라벨을 유심히 돌려 보았다. [나파밸리]라는 문구가 분명히 새겨 넣어져 있지만 시선은 오리에 빼앗긴 뒤였다. 그런 덕혼이 [포스트 마크]를 만들었다. [Paraduxx]를 고르기엔 부담스러웠던 내게는 최적화된 선택이었다. 합리적이라기보다 저렴한 가격에도 이 정도 맛을 낼 수 있다니. 감탄했다. 이 균형감과 전혀 가볍지 않은 무게감이 그동안의 오해를 많은 부분에서 개선하게 만들어 줬다. [포스트 마크]는 코스트코에서만 구입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보통 백화점과 마트에는 주로 [Decoy] 혹은 [Paraduxx]가 보인다.
덕혼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Paraduxx]는 미국에서 웨딩 와인으로 불린다.‘A pair of ducks’ ‘한 쌍의 오리’라는 뜻에서부터 발음을 본뜬 단어인데 한국에서도 좋은 부부 사이를 뜻하는 원앙 한쌍이 미국에서도 통용되는 것처럼 보인다. [포스트 마크]를 경험해 본다면 결혼기념일에는 [패러덕스]를 오픈하기에 충분한 스토리가 돼 줄 수 있는 와인이다.
VIVINO : 4.0
Hermitage
@big_be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