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 Bon Climat, Chardonnay
서울우유에겐 미안하지만 [서울우유 버터]를 먹다 버터계의 에르메스 [라 꽁비에뜨]를 맛본 기분이다. 모두가 엄격한 기준으로 우유의 풍미를 살리기 위해 애썼다는 점은 같겠지만 진함과 다름이 단번에 느껴지는 깊이감은 마시는 순간 깨달을 수 있다. 물론 완전히 다르다 할 순 없지만 이렇게 풍부하고 견고한 맛이 느껴질 때면 작은 차이가 가져오는 기억에 큰 변화가 진짜 클래식 한 걸 골랐다는 확신에 차게 한다. 언제나 새로운 걸 찾아가는 기쁨은 와인을 고르고, 고르는 이유이자 동기부여의 원천이 된다. 늘 거기서 거기일지 모르는 그렇다고 적당한 가격에 맞춰 고른 화이트 품종이 주는 비슷한 감동에 비해 오봉 클리마 샤도네이는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Au Bon Climat, 훌륭한 기후라는 뜻을 가진 이름과도 잘 어울린다.’
Au.
Bon.
Climat.
‘ABC와인’라고 부른다. 작고 소중하게 포장되어 있는 초콜릿을 연상하게 한다. 미국 샤도네이에 대한 경험은 부족하지만 특이점을 갖고 있는 오 봉 클리마로의 시작은 프랑스의 첫 피노누아를 떠올리게 했다. 특이점은 버터로 시작한 기억은 버터로 끝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화이트는 오크가 지배적이라는 이미지, 진한 바닐라 터치가 버터를 먹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ABC: anything but Chardonnay”라는 재밌는 말로 저항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크 숙성을 하지 않은 화이트 품종 위주로 경험하는 와인 소비자 입장에서 클래식은 고풍스러운 맛이 나는 고급 와인을 마시는 듯한 기억을 심어준다.
가볍기만 했던 화이트 와인에게서 느껴진 낯선 묵직함 때문일 것이다. ‘화이트 와인에 대한 첫인상, 이미지가 이렇게까지 우유스러웠던 적이 있었나.’ 올드 빈티지 레드와인을 마시다 밀크 터치를 경험할 때면 목 넘김이 부드럽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있어도 화이트 품종에서라면 새롭다.
캘리포니아, ‘Santa Barbara County’는 미국에서도 피노누아와 샤도네이의 생산지로 유명하다. 적합한 기후, 프랑스에서 건너간 와인 제조법이 미국이라는 생산국에서 재탄생 해지 독한 혼종이 되었다. 혼종을 만드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 건 역시 와인메이커의 역량이며 강렬한 존재감이 뒷받침되었다. 이슈를 몰고 다니는 괴짜, [짐 클렌드넨]은 부르고뉴의 전설적인 인물이자 천재 양조가인 [앙리 자이에]의 제자로 캘리포니아로 돌아가 프랑스 스타일에 미국식 재해석을 더 한 우아한 와인을 양조하기에 이른다.
Santa Barbara County의 떼루아 또한 해안가와 가깝기 때문에 서늘한 기온을 유지하는데 유리하고 토질에 영향을 받아 와인에서는 풍부한 미네랄이 느껴진다. 도입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곳의 샤도네이는 시트러스와 레몬 미네랄을 머금고 있으면서도 가장 지배적인 느낌은 버터다. 샤도네이의 구간을 나눠보자면 클래식한 고급과, 시트러스 한 기본으로 나누는데 취향과 음식과의 페어링에 따라 구분해야 한다.
꾸준히 언급하고 있지만 오크 숙성의 여부에 따라 분류한다고 보는 편이 조금 더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구운 견과류, 아몬드가 떠오를 땐 고급으로 가벼운 시트러스, 레몬과 라임 같은 과일이 느껴질 땐 기본으로 분류한다. 결국 와인 메이킹 방식의 차이지만 유려한 역사가 만들어낸 일종의 환상이나 이미지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구운 견과류가 진화된 걸까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결의 탄생을 맛본 걸까. 마시는 내내 의문이 들었지만 드문드문 풋사과가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꽤 올드 빈티지인 덕분인지 풋풋했던 사과가 잘 익다 못해 조금은 푸석한 느낌이 들고 부드러운 시트러스와 개운한 미네랄이 남았다. 화이트 와인을 이렇게 오랜 시간 담아둔 와인병을 오픈한 것도 오랜만의 일이다. 안에는 소금과도 같은 결정이 눈에 띄었고 오래된 깊은 동굴을 탐험하는 느낌이었다. 와인 유튜버를 포함해서 많은 와인 애호가들이 극찬하고 있는 ABC와인, 오 봉 클리마로 미국의 샤도네이와 피노누아를 선택한다면 높은 완성도를 경험할 수 있는 고급 선택지가 될 것이다.
VIVINO : 4.0
Hermitage
@big_be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