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드림팀이 만들어 낸 환상의 하모니

Casa Rojo, La Marimorena

by HERMITAGE

Casa Rojo, La Marimorena 2019

[알바리뇨]는 스페인 토착 품종이다. 인상은 조금 흐릿해 보이지만 하나씩 천천히 , 조곤조곤 뜯어먹다 보면 꽤 괜찮은 청포도다. [템쁘라뇨]나 [모나스트렐]에 대해 여러 차례 얘기했고 이제는 화이트로의 변주가 필요했다. 매일 같은 [쇼비뇽 블랑]과 [샤르도네]는 조금 물렸다. [샤블리] 까지는 아니었다. 회에 곁들이기 좋을 검증된 상큼한 과즙미, 즉 적당한 산미가 필요했다. 너무 튀어 올라 날카로우면 오히려 따로 먹는 기분이었다. 하나의 완성도 있는 맛으로 느끼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할 땐 이질감보다 더한 상실감이 찾아왔다.


‘페어링에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첫 잔은 레몬과 라임이 떠올랐고 바닐라 터치, 구운 견과류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복숭아 향 맛이 조금 느껴질 때쯤 그런 따뜻한 산미보다는 차갑다고 느꼈다. 미네랄이, 탄산수를 마셨을 때 기포 끝에 남은 청량한 개운함이 보였다. 칠링에 진심인 편이었기 때문에 낮은 온도가 산미를 겨우, 버겁게 표현하고 있었을 것이다. 수줍은 듯 맛을 다 보여주지 않는 잘 내려간 온도의 화이트 와인은 부끄러움이 많다. 다음 잔이 돼서야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기다렸다는 듯이’ 또 ‘어렴풋이’


배수는 좋지만 온도를 잘 머금는 화강암 토질에서 자란 두꺼운 맷집을 가진 포도였다. 무게가 묵직하지 않아 가벼이 여길지 모르겠지만 인내심 있게 내공을 쌓아 올린 친구였다. ‘껍질이 두껍다는 말이다.’ 두터움 덕분에 과즙을 머금기에 유리했다. 하지만 서늘하고 습한 열악한 환경, 게다가 비도 많이 와 곰팡이가 피어나기에 충분했지만 바람을 잘 통하게 했고 잘 버텨주어 여기까지 왔다. 주요 산지에서 구십 프로가 화이트 품종만을 재배한다.


[알바리뇨]를 담은 물고기에 시선을 빼앗기고 어딘가 비슷한 결의 디자인이라는 걸 알아차렸을 때 병 어깨 아래 쓰여있는 [까사로호]를 발견한다. 까사로호 [마초맨]을 처음 마신 건 수년 전이었다. 아마 6년은 더 됐을 꽤 오래 전의 일이다. 아지트라 부르던 독특한 공간에서, 어두움 반, 소리를 반 정도 담은 곳에서, 술은 한라산 소주라고 외치는 칵테일을 만들던 바텐더와 친분을 쌓아가며 와인 얘기를 했을 때였다.


겨울엔 뱅쇼를 마셨고 그 밖엔 봉지 칵테일이었다. 안 취할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취기가 올라 없던 붙임성도 생겼다. 와인을 좋아한다 말했고 그는 구색을 갖추기 위해 가져다 놓은 칠레 와인 몇 가지를 찬찬히 보여줬다.

처음엔 이미 다 마셔본 것들이었어서 흥미를 느끼기엔 어려웠다. 몇 번의 방문이 이어졌고 무슨 바람에서였는지 가게에 스페인 와인을 들여오기로 했다는 것이다. 얼마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까사로호, <마초맨>이었다.


총 9개 지역의 스페인 토착 품종을 테마로 각각의 스토리로 풀어낸 와인을 생산해, 클래식한 맛을 담아내고 동시에 시선을 강탈할 라벨 디자인의 파격적 시도로 이어진 까사로호 생산자 그룹은 드림팀이다. ‘협업의 하모니가 인상적이다.’ 소믈리에, 와인메이커, 유통전문가, 디자이너가 한자리에 모여 고민 끝에 만든 파격이다. 그들을 소개하는 페이지에서 전문가와 친구들이 함께 만든 와인이라 소개한다. 전통을 담아내며 파격을 시도하는 그들의 마케팅에, 추억 속 바텐더는 매료되었던 걸까. 어쩐지 개성 있는 맛에 재밌게 표현한 라벨이 인상적이었던 걸까 비록, 지금은 공간에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아련한 추억은 잊을 수 없다.


VIVINO : 3.9


Hermitage

@big_be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