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매운맛이 당길 때

19 Crimes, Hard Chardonnay

by HERMITAGE

[19 Crimes, Hard Chardonnay]

왜 이제야 알았을까. 호주 화이트 품종에 대한 호기심은 현지 생활을 해본 소믈리에 친구에게서 봤던 자부심 같은 것에서부터였다. 호주의 경험이 이제는 꽤 축적된 그의 이야기에서, 가끔 하는 얘기지만 정말 좋은 것들은 굳이 수출하지 않아도, 내부적으로 조용히 완판 되고야 마는 암묵적으로는 받아 들 수밖에 없는 룰이 있다. 한국에서 비교적 덜 알려져 있는 호주의 화이트 품종이 대체적으로 그런 이상이었다. 실제로 대형 주류 판매점 보틀 숍과 마트, 점차 다양해지곤 있지만 아직까지는 넓은 가짓수를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호주라는 나라의 와인을 고를 때 보통 쉬라즈에서 머물거나 그쯤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멈춰!) 쉬라즈를 처음 접할 때 호주 와인을 권하는 경우가 많고 [투핸즈]와 같이 대중적으로도 익숙한 라벨, 또는 독수리가 날아다니는 디자인의 호주 와인을 종종 봤을 것이다. 레스토랑을 비롯해 쉬라 품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고 마셔봤을 테니까.


‘하지만 화이트 품종은 또 다른 이야기다.’

화이트를 집어 든 건 상당히 파격적인 시도였다. 쭉- 화이트만 마시기로 한 그런 날도 드물지만 공교롭게도 곁들이기로 한 메뉴가 참치였기 때문에 나름대로는 스스로 존재감을 가진 와인이길 바랐다. 화이트 와인을 가성비로만 접근했을 경우 좋은 마리아주가 성립되었다는 만족을 얻기가 레드에 비해 어려운 것이 일반적이다. 가성비의 화이트로 곤욕을 치워본 사람이라면 크게 공감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참치는 종합 선물세트 속에서 참치일 때 만족도가 높지만 참치만 스페셜로 먹다 보면 어느 순간 입에선 저항이 생기는 것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물론 참치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예외다.’


예컨대 김의 도움을 받는다거나 때때로 밥에 얹어 스시 형태를 갖추거나 하는 형태가 그렇다.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주류가 필요하다. 강한 것을 고르고 싶다는 욕망은 [19크라임스]의 시선 강탈할만한 범죄자 에디션을 주목하게 했다. 과거 영국에 19가지의 범죄 리스트가 있었는데 이에 해당한 잘 못을 저지른 범죄자와 아일랜드 영국 통치를 반대하는 사람을 호주로 강제 이주시켰다는 이야기를 라벨에 담았다.


‘와인 라벨의 인물은 실제로 처벌을 받은 역사 속 인물이다.’


광해군이 그랬듯 조선시대 유배지 끝판왕이었던 제주도가 떠올랐다. 스토리텔링의 힘이 다시 한번 무섭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크라임스 생산자는 그들의 개척자로서의 저항정신과 살아있는 역사를 라벨에 수놓은 것이다. 2020년 여름에는 스눕독의 힙합 저항 정신과 부합하다는 이야기로 문화를 창조하고 역경을 극복하는 메시지를 담아 콜라보 한정판 크라임스를 만들었다고 하니 과연 크라임스가 많은 레스토랑과 보틀 숍에 자리할 만큼 힙한 와인이 되리라는 것은 더 빨리 알아차렸어야 했다. 꽤 탄탄한 스토리 구성에 가격도 다른 호주 와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모험을 떠나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 고민하지 않고 집어 들을 수 있게 만들었다, 호주 화이트에 대한 사전 정보나 그 자부심이랄까 칭찬 아닌 칭찬에 대한 이야기가 듣지 못했다면 선뜻 시도하지 않았겠지만 나름대로 정리한 신뢰가 있었다. 오픈 후 첫 잔은 스테인리스 숙성을 떠올리게 했다. 풍미 있는 바닐라 터치가 아주 잠깐이지만 스치고 구운 아몬드 맛이 난다. 아직까지 화이트 와인에서 가장 좋은 인상이자 표현 중 하나가 견과류를 넘어 살짝 구워낸 듯한 고소함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문뜩 생각났다.



“19크라임스 얼마였지?”


아무 힌트 없이 블라인드로 마셨다면 국적은 물론 가격대를 감히 추측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깊이감과 지속성에 대해서 묻는다면 설명을 조금 움츠려야겠지만 큰 기대 없었던 실험에 대단한 결과가 나왔다. 샤도네이 앞에 ‘하드’가 붙다니 미국 와인 인페르노가 그랬고 가장 사랑하는 이탈리아의 아마로네, 한국의 매운맛 한라산처럼 강력한 19 크라임스의 하드 샤도네이의 강렬함을 꼭 한 번 경험해봤으면 한다. 얼큰하게 알코올에 꼭지를 돌리고 싶은 날 오늘 제대로 마셔보자 한다면 [19 크라임스, 하드 샤도네이]는 좋은 출발점이다.


VIVINO : 3.8


Hermitage

@big_be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