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eau Mont Perat Rouge 2017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을 오랫동안 들고 있지는 못했다. 그건 아마,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미스터 초밥 왕>에 나오는 몇 가지의 대사를 읽어 보고는 불교에서 석가모니를 괴롭혔던 유혹의 아이콘 ‘마라’를 물릴 칠 때 필요한 ‘항마’ 즉, 降魔(항마력)이 부족한 탓이었다. 차라리 스시를 직접 먹어 보기 위해 석가모니처럼 열반의 길을 찾아 나섰던 것과 비슷한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의 만화에서 겨우 건져 올리다시피 한 와인이 2001 빈티지 <샤또 몽페라>였다. 우연인지, 다행인지 초반 부에 등장해 준 덕에 거기까지는 간신히 볼 수 있었다.
만화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에게 <샤또 몽페라>는 마시는 것만으로 영국을 대표하는 록밴드, 이름부터 인상적인 <Queen>의 록 오페라, 서울 사람이라면 [광화문]에 있는 [세종문화회관]에서 느껴봤을 법한 장대한 심포니가 연상되는, 열정적인 악장의 <Bohemian Rhapsody> 자유로워 보이지만 극적인 관능을 보여주는 狂詩曲(광시곡)이 귓가에 울려 퍼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작정하고 시작된 축제에서 녹아 없어질 만큼 뜨거워 보이는 무대 위에서 드럼을 치는 드러머의 광기, 환호하는 관중들, 팝아트처럼 똑같은 얼굴을 여러 차례 복사 후 붙여 넣기를 한 것처럼 반복되는 얼굴, 보컬만큼 똑같이 바빠 보이는 손으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지만 클로즈업된 장면에 얼굴은 나오지 않는 기타리스트의 上半身(상반신), 몽페라를 오픈해야만 볼 수 있는 코르크에 새겨진 G clef, (높은 음자리표)가 악보 위에서처럼 등장인물들 사이, 컷 안을 수놓는 것으로 콘서트 장의 열기를 묘사한다.
록 음악에 대해,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造詣(조예)는 없었고, 와인에 대한 경험도 적다 보니, 어떤 방식으로 장면에 공감할 만큼 맛을 머릿속에 그려 내야 하는지 어려웠다. 맛의 구조감이나 탄닌, 복합적인 아로마 따위의 말들은 당연히 몰랐고’ 전형적인 보르도 스타일’이라는 표현이 낯설었으니까. 만화를 만든 일본에서 당시, 2천 엔이 넘지 않는 선에서 최상의 선택지라는 설명이 따라다녔으니까. 신의 물방울에 다가가던 주인공이 마시고 음악소리를 들었던 2001 빈티지에 한 해 그랬다는 일화는 <샤또 몽페라>를 ‘숨겨진 보석’으로 묘사하며 와인 애호가들에게 狂詩曲(광시곡)처럼 전파되었다.
하지만 제대로 들어본 적 없었던 <Bohemian Rhapsody>가 귓가에 들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는 건 축제의 열기 밖엔 없던 당시였다. 이제는 그때에 비하면 석가모니만큼은 아니지만 항마력을 갖춘 열반의 상태에 가까워졌으니, 반대로 <Queen>의 음악을 제대로 들어보며 마셔보고 싶어졌다. 때론 오픈 북 테스트가 기억을 더 신선하고 오랫동안 유지하도록 도울 때도 있다.
<신의 물방울>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오케스트라를 관람하는 듯한 인상이 어디에서 起因(기인) 해 나온 것인지를 떠올린다. 같은 빈티지는 아니었지만 이야기 초반에 와인에 대해 아직은 ‘와린이' 였던 주인공에 몰입해, 머릿속에 떠오르고, 공감할 수 있는 앙상블의 協演(협연)의 현장을, 다른 말로는 록 밴드의 팬들처럼 그들을 영혼을 닮은 사람들에게는 가슴속에 재기 발랄하게 살아 숨 쉬는 <Mercury, Freddie>와 멤버들이 만들어낸 환희에 가득 찬 환상적인 무대 위에, 힘 있는 보컬과 쇼맨십의 경쾌함을 전달하고 싶었던 걸까.
<Queen>의 狂詩曲(광시곡) 가사의 의미처럼 결코, 와인의 맛도 가볍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경쾌함이 갖는 의미는, 무대를 누비는 <Mercury, Freddie>의 가벼운 옷차림, 확신에 찬 표정이 주는 시원하고 상쾌해 보이는 움직임과 동시에 자유롭지만 정교하게 쏟아져 나오는 멤버들의 연주로 당장,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 조금은 너그러워질 수 있게 돕는 마음의 여유를, 자유로운 마음가짐으로부터 오는 가벼움을, 즐기는 순간에라도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을, <샤또 몽페라>와 함께 나누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VIVINO : 3.6
Hermitage
@big_be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