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준비가 조금은 미흡한 날이라 할지라도

The Atom, Chardonnay 2018

by HERMITAGE


간단하게 조금, 약간이면 됐다. 사전 준비라고 하기엔 거창했고 물 대신, 괜찮은 음료가 필요했다. 매번 새로울 순 없겠지만 낯선 경험에 정도를 알 수 없는 갈증이 시작됐다. 설탕이 느껴지는 탄산음료는 마시지 않으니, 평소라면 청량감만 있고 칼로리는 없는 탄산수를 열었겠지만 오늘은 그보다는 조금 더 ‘아메리칸 스타일’이 필요하다.


호주의 <19 Crimes> [Hard Chardonnay]를 고른 후 수일이 지났지만, 그들의 강렬한 버터가 진하게 각인되었고, 바닐라에 자극받게 된 호기심은 ‘버터’라는 설명이 따라다니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샤도네이]에 구미를 당기게 했다. 배달음식이 점점 물려가는 지금, 평소답지 않은 맛을 골라야 할 차례였다. 빨간색에서는 빨간 맛만이, 검은 것에서는 통일된 검은 맛으로 엄한 곳에서 공통점만을 남기게 되었고, 낯선 새로움으로 입안을 헹구고 싶었다. 치즈가 잔뜩 올라간 밀가루의 무거움은 부담스럽고, 평소보다 덜 움직여서인지 그렇게 허기지지 않았던 탓에 뭐가 되었든 거드는 데 무겁지 않은 것이면 했다.


거기에 너무 미지근해도 안될 만큼, 유제품이 생각날 만큼, 버터가 느껴지는, 그리고 아주 약간은 오크를 기대해 볼 만한 정도의 화이트 와인을 고르는 일에 어느 정도 각오가 섰다. 편의점에서지만, 우연히, 괜찮다 느껴질 만큼, 첫인상으로부터 어떤 새로움을 주는 라벨을 마주치면 반갑다. 그 직감 같은 것이 때로는 꽤나 잘 맞아떨어져서, 확신이 들 때면 와인에게도 아직은 한국이 낯설게 느껴지는 중인 경우가 종종 그랬다. <더 아톰>도 아직은 그런 중이다.


낯선 인상에 反(반) 해, 그다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을 혹은 무리를 번화한 거리에서 스치듯, 심지어 목격만 당하는 것처럼 몇 개의 비슷한 이름의 편의점을 돌아보다 같은 레이블, 겹치는 품종, 통일된 빈티지, 이제는 꽤 여러 병 마셔왔다고 할 만한 알고 있는 맛의 이름들, 이런 것들이 배달 앱을 키는 것만큼이나 지루해졌다. 미리 준비해 뒀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가끔 野戰(야전)을 자처해 보는 것도, 또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는 도전을 즐긴다.


들어가는 곳의 브랜드를 바꿔가며, 혹 같다 해도 몇 개의 지점을 돌다 보면 일정한 규칙이 보인다. 거기에는 정말 가끔, 설렐 만큼 낯선 마주침이 기다리고 있다. 고개를 돌려 라벨을 확인할 때 인상이 주는 와인의 국적, 폰트와 디자인이 풍기는 이미지에서 가늠해 볼 수 있는 정보만으로 먼저, 추측하기를 시작하고 다음엔, 품종을, 그리고 이 와인을 고른 수입사는 과연 어디 일지 맞춰보려는 시도로 이어진다.


이제, 병목을 지긋이 잡고 라벨을 돌려 찬찬히 볼 때면 몇 가지의 추측이, 머릿속 선택지로 놓인다. 편의점까지 이르렀지만 이렇게 낯선 와인이라면 새로이 들어온 것이거나, 혹은 어디서라도 마주칠 수 있기보다 희소한 가치를 좇는 사람들에게 선택받은 와인일 확률이 높았다. 때론 마이너 한 등장이,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더 반갑게 느껴진다.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만 없을 땐 한편으로는 아는 맛이라 치부하고, 고르지 않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기에 진정성 있는 감성을 부여하기엔 희소한 쪽에 마음이 더 끌리는 건지 모른다.


낯선 ‘버터’는 한 번쯤, 골라볼 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아톰’이라는 이름에 특별한 애정이 가는 건 아니었다. 세대가 조금은 달랐고, Atom(원자) 포도의 무한한 잠재력을 과학적으로 접근한 해석을 담은 레이블의 정체성에 문과에 가까운 메커니즘만으로는 더더욱 몰입은 어려웠다. 차라리 射擊(사격) 때 노려보는 표적지, 과녁과도 같이 겹쳐있는 원을 보며 이 와인은 대체 어떻게 미국의 [샤도네이]를 표현하고 있는지를, 비록 온전히 한쪽 눈을 감는, 자연스러운 윙크는 선천적으로 못하지만, 포상을 받는 만발의 사수처럼 틀림없이 맞추고야 말겠다는 반가운 낯섦이 주는 욕구가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


VIVINO : 3.6


Hermitage

@big_b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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