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ca Bacara, Time Waits for No one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철학적인 이야기를 담은 [모나스트렐]은 오랜만이다.
‘Time Waits for No one’
‘사람도, 시간도 언제까지고 기다려주는 것은 없다.’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대사이기도 한 이 문구가 이름인 이 와인은 사실, 초면 아닌 구면이다. 3년 전, [핀카 바카라]가 담은 모든 와인의 포도가 유기농으로 인정받았다는 문구에 혹해, 일단 집어 들었고 강렬하다면 강렬한 해골 디자인에 블랙 라벨을 주의 깊게 들여다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입사를 확인하고[Monastrell] 품종과 [Jumilla]라는 와인 산지에 눈이 갔다.
나쁘지 않은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은 생산지가 대부분 [모나스트렐]이었던 [후미야]였고 그곳의 토질에는 품종이 살아남기 유리한 석회암이 섞여있는 땅이었다는 점에서 시작되었다. 그 땅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에선 끝에 묘하게 짠맛이 나는데 한 번 경험하면 오묘한 중독성을 갖게 될지 모른다.
맛의 기억이라는 게 결국 어떻게 이미지화하느냐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어려워 놓칠 수도 있다. 설명만으로는 와인의 맛을 표현하는데 짜다는 말이 스파이시하다는 게 피부로 맵다는데 당장 공감하기 어려운 것처럼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대표적인 특징은 껍질이 두꺼운 만큼 높은 도수와 마시고 나면 입에 남을 진한 탄닌을 보여주는 꽤 무거운 와인이다.
어떤 마리아주도 없이 피로를 달래기 위해 늦은 저녁 와인을 오픈한 날, 방에서 은은한 조명 아래 잔을 빙빙 돌리며 아무것도 없이 와인만을 마시기로 한 날보다는, 붉은 육류를 구워내거나 기름진 입속에서 자기주장을 하는 음식과 매칭 할 때 만족도는 커진다. 다만 오픈 직후의 산미가 튀는 것처럼 경쾌할 정도로 튀어 오르 듯 치고 올라오는 날카로움을 휘발하기 위해 음용온도를 평소보다 조금 낮추고 미리 오픈해 힘을 빼야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 오픈 직후 급하게 따라 놓은 잔을 벌컥 마시게 되면 [모나스트렐]이 주는 가죽 향을 온전히 맡아보기도 전에 취기만 맴돌 수 있어 여유롭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
[모나스트렐]은 프랑스에서 [무르베드르]라 불리고 고향인 스페인에서 항상 세 번째로 중요하게 소개하는 한방 있는 묵직한 품종이다. 그전까지 [보데가 까스따뇨, 헤쿨라]를 여러 번 마셨다. [모나스트렐]에 집중할 수 있는 단일 품종 와인을 위주로 골랐는데 수확량이 적어 블렌딩 하는 경우가 많아 품종 백 퍼센트의 경험 학습이라는 동기가 되어주기도 했다. 스페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고 상대적으로 더 많이 골라왔던 템프라니요에서 출발한 변주가 새로운 품종에 대한 갈증의 시작이기도 했다.
또 유기농이라는 데서 내추럴과 아주 조금이라도 비슷한 특징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이 그렇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생각 없어 보이지만 당시엔 순간 정말 다양한 고민의 결과였다. 초면 아닌 구면이 돼서야 알았다. 빨리 골라야만 했을 긴박함에 생긴 일종의 착오 같은 것은 있었지만
[핀카 바카라]를 다시 만난 건 같은 학교를 다니긴 했지만 그렇게 친하지만은 않았던 동창을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기분이었다. 상대는 알아보지 않았지만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똑똑히 떠올렸다. 게다가 멍하기만 해도 훌쩍 떠나 있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라벨에 한가운데 새겨 넣은 강렬함이라니.
최근 매번 비슷한 선택지에 마침 지루해질 대로 지루해져 있을 때 몇 개의 편의점을 더 둘러보다 만나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조금은 어색하기도 했다. 그동안은 연락하며 지내는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 우연이지만, ‘여기서 다 만나네’
VIVINO : 3.8
Hermitage
@big_be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