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gal Uno Malbec
시행착오를 겪을 땐 으레 Shiraz(시라, 쉬라즈)였다. 초콜릿의 풍미, 벨벳, 실크로 설명하고 있는 부드러운 목 넘김 때때로 힘이 넘칠 때면 느껴지는 韓醫(한의) 학의 ‘韓方(한방)스러움’까지 어쩐지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런 설명이 부족한 경험과 이론만이 실제에 가까울 그땐, 그런 오류가 있는 상태로 와인을 접근하곤 했다. 테이스팅 노트를 참고하는 많은 사람들이 ‘서양배’의 맛이라든가 ‘검은 과일’의 향이 크게 와닿지만은 않은 것처럼.
“우리는 ‘나주배’의 맛 밖에는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츰, 그런 판단이 단편적으로는 맞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엔 알 수없이 오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지점에서 낯섦과 익숙함을 느끼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취향이라는 게 점차 그려진다. 사람마다 변화무쌍해서, 달콤하고 편안할 것 같기만 한 설명이 언제나 적중하는 것은 아니라는 교훈으로 바뀌었고, 다른 여러 가지 품종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적어도 그게 Shiraz(시라)는 아니었다.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에겐 맞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마 그런 균형은 와인마다 갖고 있는 잠재력이나 힘의 크기가 어떻냐에 따라 호불호가 결정되는 것을 목격했다. 비교적 쉬운, 그러니까 백 프로의 품종을 정의로울 만큼 진득하게 표현하기보다 조금 흐리멍덩했을 때가 상대적으로 마시기에 좀 ‘편하다’, ‘낫다’로 이어졌다.‘대개’, ‘보편적으로는’, 표현에 주의하지만 비슷한 루틴이 형성되는 건 사실이다. 프랑스 하면 보르도 삼 형제의 콜라보를, 이탈리아라면 Sangiovese(산지오베제)와 같은 토착 품종, 스페인에서는 Tempranillo(템프라니요)를 고른다. 칠레에선 인지도 높은 Cabernet Sauvignon(카베르네 쇼비뇽)을, 그러다 아르헨티나로 넘어오게 되면 ‘아주 일반적’으로 Malbec(말벡)에 도달한다.
그렇게 초기에 시도해 볼만한 호기심을 사는 데 성공할 만한 품종은 단연, 아르헨티나 Malbec(말벡)이었다. 신대륙이 주는 특유의 가벼움이 생기처럼 느껴졌다. 꽃과 흙이 적절히 과하지 않을 만큼 다가오고 탄닌과 바디도 견딜 수 있을 정도였다. 풀바디의 묵직하고 진득한 와인만 마시다, 미디엄 바디의 매력에 일부 동의하기 시작하게 만든 편안함이었다. 짙은 보랏빛이 차이는 있지만 잔에 피를 수혈 해 놓은 붉은빛의 다른 와인과는 다른 특별함이라 말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곱씹어 보면 감초를 물고 있는 것처럼, 오래전부터 머릿속에 있던 Syrah(시라)의 이미지와 겹쳤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주 집어 들 수 있었던 가벼운 스타일의 Malbec(말벡)은 기억에서 생각보다 더 가벼웠고 이미지가 겹치기엔 너무 편안했다. Malbec(말벡)의 이미지는, 그렇게 ‘안티갈의 우노'를 만나기 전까지 하나의 고정된 느낌으로 굳혀지고 있었다. 오크통에 둘러진 금속 테두리를 가공할 생각을 하다니, 그것만으로도 인상적이다. 스테인리스, 강철의 숫자 1이 시선을 강탈한다. 이런 방식의 디자인은 여태껏 본 적 없다.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도하는 건, 주로 스페인의 몫이라고만 생각하던 찰나에 진열된 수많은 와인 보틀 사이에서 [UNO]를 오랫동안 지켜봤다.
스페인어로 ‘1’이라는 뜻의 [UNO]는 ‘유일’보다 ‘최고’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던 것 같다. 병 전체에서 라벨을 대신해 온몸으로 ‘1’을 표현한다. 진심이 느껴지는 인상에 집어 들고 싶었던 날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야, 아르헨티나, Malbec(말벡)의 맛에 어떤, 상을 갖게 되기 시작하면서 보다 ‘새로운 건 없을까’ 하는 호기심이 피어오르고 난 후였다.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지루한 착각을 하기도 했다.
[UNO]는 정확히 그 편견을 깨 주었고, 그간 별러왔던 Malbec(말벡)에 대한 데이터를 점검하게 만들었다. 과연 마트, 백화점, 편의점에서 같은 품종을 꾸준하게 골라, 마셔온 사람이라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UNO]를 골라야 한다. 그건 새로움이 주는 재미, 다른 표현으로 과장된 낯섦을 경험할 수 있게 만들 선택이다.
VIVINO : 3.8
Hermitage
@big_be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