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int Clair, Omaka Reserve Chardonnay
화이트 와인,
보통의 맛에 관한 연구.
평범함이 주는 소중함.
뉴질랜드에서 [쇼비뇽블랑]만 골라왔기 때문에 오랜만에 집어 든 [샤르도네]에 관하여.
화이트 와인을 고를 땐 레드 품종을 고를 때 보다 조금 더 신중해져야 한다.
‘가성비’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어쩐지 경험이 다채로워질수록 화이트 품종의 단가가 체감상 더 높기 때문에 가격을 고려하지 않고 골라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단가란, 행사에 자주 올라오고 데일리로 고를 수 있는 선상에 있는 와인을 말한다. 그렇다고 가격에 대한 논의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고 높고 낮음에 따라 ‘맛 수준의 빈부의 격차가 크게 느껴진다’라는 표현을 많이 쓰게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예컨대, 너무 저렴한 와인을 고르면 탄산수를 마시거나 다른 주류를 고르는 게 낫고, 그렇다고 재밌어 보이는 새로운 걸 고르려면 두 병중에 한 병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언제나 충분한 양의 와인을 고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리적으로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게다가 처음 마셔보는 맛이나 기분 좋은 느낌의 페어링을 경험할 때면 ‘이래서 화이트 와인을 고르지’라던가 처음 와인을 입문하는 사람들이 붉은색, 타닌감 묵직한 레드와인이 주는 인상으로 와인의 이미지를 판단해, 가져올 오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부담 없는 선택이라는 데 다시 한번 동의한다.
그중에서도 뉴질랜드의 말보로 [쇼비뇽블랑]은 판매자에게서 ‘가격 대비 높은 만족도’라는 설명이 따라붙지만 실은 그냥 편안한 맛이다. 부담 없이 즐기고, 물처럼 마실 수 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음식의 맛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물 같은 라거를 기본 Draft로 설정해 놓은 것과 비슷하다.
‘이탈리아의 맥주 Peroni 가 떠올랐다.’
가장 기본적인 플랫한 맛을 경험해야 이후에 찾아올 감동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가장 최근의 경험 중에는 호주의 [19크라임즈] ‘하드 샤도네이’가 그렇다. 상주 고랭지 포도 특구의 ‘캠벨포도’만 먹다가 처음으로 영동의 씨 없는 ‘델라웨어 포도’를 맛본 기분이었다.
호주의 [하드 샤도네]이가 샤넬의 향수 블루 드 샤넬이나, 포멀 한 수트의 풀착장이라면 뉴질랜드의 생클레어, [오마카 리저브 샤르도네]는 캐주얼 정장이나 출근 룩(전투복)처럼 저항 없고 무난한 깔끔한 룩이다. 지금의 뉴질랜드 남쪽 섬 말보로에 처음으로 자리 잡았던 James Sinclair를 기리며 만든 Saint Clair (생클레어)의 [샤르도네]는 어디에도 어울리고, 어디에도 있는, 맛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다만 이 정도 수준을 보여주는 보통의 맛은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 끝에 꽤나 값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 정도도 못하나,’ ‘이것밖에 안 되나’ 하는 질문이 오히려 더 많았다.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만큼, 색채 있다 할만한 짙은 향을 머금고 있지는 않다. 또한 깊게 구운 견과류의 터치감을 기대할 순 없지만 떠올릴 수 있고, [샤르도네]를 담았던 미국산 오크통이 어렴풋이, 아련하게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오마카 리저브 [샤르도네]와의 페어링에서 닭고기, 중에서도 굽거나 훈연을 느낄 수 있는 잘 익힌 닭을 페어링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좀 다르다.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보다 구운 아몬드가 진한 것과 궁합이 좋을 것으로 보이고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어디에도, 단독으로도 무난하면서 편안할 것으로 보인다.
[샤르도네]의 특유의 날카로움을 붙잡아 두면서 은근히 치고 들어오며 포도 자체가 갖고 있는 과실의 풍미를 결코 남발하지 않는다. [쇼비뇽블랑]이 조금 더 활기차고 밝은 성격이라면 샤르도네는 절제한다. 절제하는 데 있어 입안에 어떤 부담도 주지 않고 조심하는 모습에서 누구와 함께해도 괜찮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만큼 얌전하기 때문에, 열정적 칠링은 오마카 리저브 샤르도네를 낯가리게 할지 모른다. 적당히, 음용온도를 조금 높여보는 건 좋은 방법이다.
VIVINO : 4.0
Hermitage
@big_be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