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rones, Pinot noir
결이 좀 다르다. 칭찬일지도, 아니라면 독이 될지 모르겠다. 시작은 좀 특이하게 했으니 보통의 경우라면 독이다. 흥미를 유발해서 구입했던 모든 것에는 뒤따라오는 것이 있다. 예를 들면 장난감을 받기 위해 주문했던 해피밀에는 시즌별로 다른 장난감이 따라왔고 포켓몬 스티커를 모으려면 샤니 빵을 사야 했다.
<왕좌의 게임>을 시즌 8까지 정주행 했다. ‘겨울이 오고 있음’을 첫 화부터 마지막 순간까지도 걱정만 늘어지는 이 미국 드라마를 왜 이제야 본 것일까. 새삼 미국 드라마 제작 기술과 작가의 세계관에 감탄한다. 대작이라는 타이틀이 부족하다고 할 만큼 강렬하고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보는 동안, 내일이 없는 것처럼 몰입했다. 몰입하던 세상에는 칼을 든 신부님은 용맹했고 하늘 위에 용은 불을 뿜으며 날아다녔다. 환상에 충분히 젖어 있다 보니 어느새 계절이 바뀌어 있었다. 몇 화 남아 있지 않다고 여유를 부리던 어느 날에는 한 번에 몰아보자고 미뤄놨던 남은 화가 별로 없었다. 속도를 늦출 만큼 진도가 너무 빠른 모양이다.
왕좌의 게임 [피노누아]는 그렇게 드라마의 팬인 한 사람으로서 이미 호감을 갖고 시작한 와인이다. 그래서 시작점이 조금 다르다 따라간다는 것에는 언제나 대가가 있다. 별로일 걸 알면서도 집어 드는 반복된 실수에서 오는 평균적인 데이터를 감내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미국의 피노누아를 좇았다기보다 [왕좌의 게임]의 레드와인을 골랐다.
생각보다, 좋지 않은 기대보단 괜찮았다.
미국의 피노누아가 이렇게 묵직하게 와인 시장에 자리 잡고 있음을 진작에 알았다면 조금 더 경험은 풍부했을까. 피노누아 하면 부르고뉴, 비싸고 고급스러운 취향이라고 마음을 정리했던 시야는 편협했다. 두 번째 미국 와인 리뷰지만 무지함과 부족한 경험에서 아직 미국으로 가는 길에 오르지도 못했음을 실감한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고귀하고 위대한 자였던 유진 초이는 머나먼 미국 땅까지 가 장성해서 돌아왔는데 여전히 미국 와인을 마실 때면 언제나 새로운 짜릿함을 느끼는 어린아이 같아 조금은 부끄럽다. 아직 [오레콘] 피노 스타일과 [캘리포니아]의 피노 스타일을 구별할 수도 없는 단계다.
[오레곤] 지방은 [캘리포니아] 바로 위에 있는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윌러 맷 밸리(Willamette Valley)는북위 45도로 위도가 부르고뉴와 같아 미국의 부르고뉴라 부른다. 그래서 북부에서도 엄청난 양의 피노누아를 생산하고 있고 아직까지는 남쪽인 캘리포니아의 생산량이 높지만 [오레곤]의 생산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전에 미국 와인에 대해 표현하기를 후발주자의 무서움이 바로 이런 와이너리의 대기업화, 그 안에서 경험이 쌓여가는 장인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700년 전 출발한 프랑스와는 600년의 갭이 있지만 이런 속도라면 종류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본질에 대한 차이를 얼마나 더 줄여 나갈 것인가. 조금씩 경험을 쌓으면서 이 정도면, 이 가격이라면 괜찮다.라고 말할 수 있는 미국 와인이 많아지고 있다. 가격과 맛이 언제나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꽤 괜찮다고 느껴질 만큼 복합적인 맛을 보여주면서도 상대적이지만 가격도 좋은 와인을 고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갭이 줄어든다는 건 다시 말해 나라와 지역의 프레임을 조금 내려둘 수 있으면서 마지막엔 충분히 집어 들만하다는 것이 아닐까.
VIVINO : 3.6
Hermitage
@big_be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