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산기

서른 여덟 1월에 너를 만나다..

by 권여사

유달리 피곤한 1월이었다. 생리혈이 너무나도 선홍색이고 평소보다 하루 정도 빨리 끝난 게 찝집하기는 했지만, 별 다를 것 없는. 생각해보니 자궁경부 검진을 한지도 오래된 거 같아서 일하고 있는 병원 산부인과 교수님께 진료 예약을 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마침 산부인과 교수님은 동계 휴가를 며칠간 가셨다고 했고, 그럼 다음달에 검사받지 뭐... 하고 2월로 예약을 잡았다. 이후로도 피곤한 하루하루. 이제 막 9살, 10살에 접어든 아이들은 여전히 소소하게 손이 갔으며, 가끔 남편과의 언쟁, 워킹맘으로써의 삶.. 직장과 집을 오가며 한달이 지났다.

2월에 접어들어 나는 점점 더 자주 피곤해 졌고, 피곤해서인지 잠을 설치고, 그래서 식욕이 없어졌다. 그냥 식욕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속이 매우 좋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느끼함 이랄지 불편감. 의사가 된지 12년 남짓, 소화기내과 의사로 산지 5년이 넘었는데, 이런 불편감으로 환자들이 나에게 약을 처방받으러 왔다고 생각하니 그동안 내가 환자들의 고통에 더 공감하지 못했던 것이 반성이 되었다. 소화력은 타고 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속이 좋지 않고 느끼하다니... 라면을 먹으면 나을까, 병원뒤 분식집에서 순두부를 먹으면 나을까... 동네 맛집에서 낙지볶음을 사다 먹으면 나을까... 밤에 기사식당에서 선지국을 먹으면 나을까... 싶어 저 모든 일을 해보았지만, 느끼한 속을 달랠 수는 없었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친구에게 장난처럼 "내가 입덧을 경험해 본적은 없지만, 세상에 입덧이 존재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다"고 얘기하곤 했다. 친구가 "혹시 임신 아니냐"며 묻길래, 그럴 일은 없다고 단호하게 얘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달엔 좀 짧았지만 생리가 있었고, 이번달엔 하늘 볼 일조차 없었으니까. 게다가 이제 겨우 아이들을 10대에 접어들도록 키워놨는데 늦둥이라니.. 계획에도 없었고 꿈도 꾸지 않은 일이었다.

작가의 이전글별다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