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려나?
다소 흐린 아침. 약간은 촉촉한 공기의 촉감 덕분인지 어제보다는 차분한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상쾌한 기온 덕분에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성큼성큼 걸어도 땀이 나지 않고 운동한 것처럼 상쾌하다.
지하철은 매일 거의 같은 시간에 도착해서 같은 시간에 출발한다. 예측 가능하고 반복되는 일정 덕분에 매일 아침은 비슷한 모습으로 시작한다. 사람들마다 선호하는 객차가 있고 매일 같은 사람들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은 핸드폰만을 바라보게 마련이지만 간혹 책을 읽는 사람도 있다. 그 모습을 보면 '나도 저렇게 책을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책을 읽는 것보다 쉬운 것이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는 것이다. 시끄러운 지하철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 나는 이어폰을 꽂은 채 드럼과 베이스가 풍성한 음악을 듣는다.
지하철에서 내리면 사람들은 같은 방향으로 일제히 이동한다. 삑- 삑- 소리가 나는 개찰구를 통과하기 위해서 누구랄 것도 없이 일제히 줄을 선다. 사람들은 그곳을 통과하여 자신의 일터를 향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무표정하지만 사람들의 움직임에서 긴장감이 느껴진다.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단을 내려다본다. 하지만 나는 괜히 하늘을 올려다본다. 칙칙한 회색빛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 네모난 틈으로 비치는 하늘은 숨통을 트이게 해 준다. 계단을 오르는 그 몇 초 몇 분 사이에서 앞으로 몇 시간 동안은 느끼지 못할 여유를 찾는다.
회사에 도착하면 어제와는 다른, 조금은 침착한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어수선함은 조금 줄고 차분하고 침착하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마우스를 클릭하는 소리가 사무실을 채운다. 탕비실에서 커피 머신이 웅웅 거리는 소리와 함께 커피의 고소한 향이 흘러나온다.
메일함에는 어제 발생한 사건 사고들에 대한 담당자들의 의견과 대응 방안들이 담긴 메일들이 들어와 있다. 찬찬히 제목들을 살펴보면서 마치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 것처럼 일을 하기 위한 상태로 뇌를 서서히 달구어 나간다. '오늘 하루도 쉽지 않겠구나.' 저절로 되뇐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인지하기 힘들 정도로 여러 가지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 정신 차리기도 힘들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한다. '그래, 성장하는 회사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지.'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회사가 도대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일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불평불만이다. "그러게요, 종잡을 수가 없네요." 대꾸해 준다. 옆 사람을 붙잡고 불평하는 그 시간에 일에 더 집중하면 좋지 않을까? 그저 생각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