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은 일주일의 중간 같은 느낌이다.
사람들은 물이 반이나 남았네!와 물이 반 밖에 안 남았네ㅠ를 구분한다. 물이 반이나 남았네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출근해야 하는 날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반응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아직 반이나 남았네ㅠ가 되거나 반 밖에 안 남았네!를 만드는 차이는 무엇일까? 괜히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출근한다.
월요일에 갖고 있던 그만큼의 에너지는 이미 꽤나 소진되어 아침에 몸을 일으키는 게 쉽지 않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전날에 좀 더 일찍 자는 건데... 하고 후회하며 침대에서 일어나야만 하는 시간을 끝까지 채우고 일어난다. 조금이라도 여유를 부리다간 지하철역까지 뛰어가야만 한다.
지하철에 있는 사람들도, 지하철역에서 나와 회사 건물까지 걸어가는 사람들도 활력이 떨어졌다. 무표정한 얼굴로 핸드폰을 보던지 아니면 땅을 바라보던지. 기분 좋은 듯한 표정으로 회사를 향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 무리들 속에서 괜히 나는 저들과는 다른 사람인 것처럼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애써 발걸음을 가볍게 해 본다.
어째서인지 콜록콜록하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회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때문인 걸까. 괜스레 조퇴하고 싶은 구실을 찾는 것인지, 주변 사람들의 기척에 안 그런 척하면서도 신경을 쓴다. 어제보다 시간이 덜 가는 것 같은 느낌에다가 어제저녁 설거지 하지 않고 그릇에 물만 받아놓은 것까지 생각난다. 퇴근하면 설거지부터 해야지. 하고 다짐하고 나니 아까보다 더 집에 가고 싶다.
메신저를 여니 타 부서 담당자로부터 회의를 요청하는 메시지가 와 있다. 작년부터 진행하던 업무 구조를 새로 구성하는 문제를 의논해야 하는데 하필 이번에 새로 부임한 임원이 이 문제를 눈여겨보고 있단다. 덕분에 담당자들이 모두 몸이 달았다. 조만간 결과물을 들고 올라가야 하는데, 그동안 잘 풀리지 않던 문제가 단순히 임원이 주시한다고 해서 금세 풀릴 리가 만무하다. 오히려 이상한 방향으로 튀지만 않으면 다행이겠다는 생각에까지 미치니 아까보다 더 집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