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길어지고 날씨는 좋아졌다. 일어나야 하는 시간보다 일찍 햇빛이 얇은 커튼을 비추는 게 느껴진다. 덕분에 조금 일찍 깨서 고민한다. 지금 일어나야 하나...?
일주일에서 절반이 지났기 때문에 기운은 몸에 에너지는 떨어졌지만 오늘을 지나면 금요일이 온다는 사실이 묘한 활력을 준다. 신체적 에너지는 줄어들지만 정신적 에너지가 채워지면서 균형을 맞추는 시점이다.
지하철에 사람들도 얼굴빛이 조금은 어둡다. 전날에 야근을 해서일까 아니면 회식을 해서일까. 어쩌면 집에서 조금은 안 좋은 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괜한 망상을 해보면서 이어폰으로 귀를 막는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서 하늘을 한 번 더 올려다본다. 여전히 푸른 하늘. 계단을 올라가면서 상쾌한 공기를 느낄 수 있다.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해 회사 건물에 다다른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후. 한숨을 한 번 내쉰다. 그렇게 떨어진 기운을 끌어올린다.
사람들은 금요일보다는 목요일에 업무를 넘기고 싶어 한다. 왠지 금요일에 넘기면 다른 사람에게 일을 시키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진행이 잘 안 되어서 어쩔 수 없이 주말을 넘기지 않게 하려는 게 아니라면 가급적 목요일에 처리해서 중간 점검을 받든, 다른 사람에게 넘기든 하고 싶어 한다. 그 덕분인지 목요일에는 여러 부서의 담당자들이 이런저런 메일을 수시로 보내온다.
그렇게 화면에 표시된 내용에 집중하다 보면 금세 집중력이 떨어지고 눈이 침침해지는 듯하다. 눈을 떴다 감았다 깜박깜박하다 기지개를 쭉 켠 뒤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잠깐은 쉬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숨을 돌리고 싶어진 까닭에 탕비실로 향한다. 놓여있는 스틱 커피를 뜯으면서 잠깐 고민한다. 왠지 오늘부터는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서 아이스커피로 마셔도 될 것 같다. 집중했던 터라 머리에도 열이 오른 것 같다. 그래, 오늘은 아이스다. 머그컵에 각얼음을 다섯 개 넣는다. 짤랑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커피를 담는다. 시원하고 쌉싸름한 커피가 목을 타고 넘어갈 때 저절로 그래 이거지. 하는 혼잣말을 한다.
커피를 만드는 동안 옆자리에 동료 직원이 탕비실로 들어온다.
"저녁에 퇴근하고 뭐 하세요?"
"집에 가야죠."
"그럼 이따 퇴근하고 맥주 한 잔 하고 가시죠. 이미 몇 명 대기 중이에요."
잠깐 고민한다. 목요일은 피곤한 날이지만 또 오늘 아니면 소소하게라도 회식을 하기 좋은 날도 없다. 그래 내일만 견디면 되지.
"네, 알겠습니다. 어디로 가면 되죠?"
...
자리로 돌아와 다시 자료를 살핀다. 왠지 아까보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