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적인 직원

by 빅브라더

회사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하나의 생명체이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손과 발이 눈, 코, 입이 하는 일을 알지 못 하지만 모두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작동하는 것처럼 각자의 기능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으로 최상화(Maximization)를 달성하고 각자의 성과가 회사의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서두에 전제하였듯 이는 이상적인 모습이고 이상적인 모습이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데이비드 아커의 2009년 작, '스패닝 사일로'에서도 잘 나오지만, 거대 기업을 구성하는 조직일수록 기업 전체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조직의 안위를 중시하는 행태를 보인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자면 '부서이기주의'가 된다.

거대 기업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가 꼭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속한 조직들은 이를 절대 명제처럼 받아들인다. '우리 회사가 망할 리 없어.' 누가 알려주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생각한다. 어쩌면 입사하는 그 순간부터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회사 생활하며 퇴사를 생각할지언정 회사가 망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생각은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안정감이 가져오는 부작용이 있다. 그 부작용이란 회사의 이익보다는 자신이 속한 가장 가까운 조직의 이익부터 생각하는 습성이다.

조직의 이익은 간단하게 말해서 적게 일하고 많은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형태의 성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성과란 평가자로부터의 인정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너 일 많이 하는구나, 잘하고 있구나.'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모순이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과란 회사의 이익이 되는 일을 많이 하고 잘해야 한다일 것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과제를 발굴해서 수행하고 이로서 이익을 창출해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치명적인 결점이 존재한다.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정말로 효과적인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다수의 연합이 필수적인데 문제는 이러한 연합을 구성하기 위한 공감대 형성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왜 직원들은 회사에서 입을 닫는가? 어떤 아이디어를 제시하였을 때 회사 전체의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다듬어서 최적의 부서에 업무 할당을 하게 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반응은 무엇일까? 너무도 쉽게 떠올릴 수 있고 너무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상적인 반응은 다음과 같다. '아 씨, 또 누구 때문에 일거리 늘었네.'

회사의 성과가 곧 나의 성과이고 나의 성과가 회사의 성과라는 공감대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일만 하고 싶은 것이다. 네가 내 일을 도와주고 내가 너의 일을 도와주고, 아니면 내가 너의 일을 도와주고 네가 내 일을 도와주는 관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굳이 일을 벌이지 않아도 나에게 주어진 일만 하면 회사는 월급을 준다. 나에게 주어진 일만 성실히 해내면 그에 맞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사람을 '유별난 사람', '성과와 승진에 몰두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아 저 사람이 나한테 귀찮은 일을 만들지 않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긍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을 놓치기 때문에 느끼는 아쉬움이라고 하자. 더 큰 문제는 조직 사이에 발생하는 반목과 불신이다. 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조직 구조는 복잡해지지만 오히려 이들 사이의 연결성은 긴밀하게 되어야 한다. 그러나 개인과 개인 사이의 연결이 약하지만 조직과 조직 사이의 연결은 그보다 더 약하다. 대부분의 업무 흐름을 살펴보면 먼저 업무를 계획하고 지시하는 부서와 그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가 존재하여 이들 사이에서 상하 구분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관계는 '일을 안 해준다.'와 '일을 던진다.'는 인식을 만들어낸다. 다시 말해, 업무를 계획하는 부서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는 현장의 상황을 모르고 책상물림으로 지시하기만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생각하자. 회사에서 직원에게 월급을 주는 이유는 직원이 월급보다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해 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와야 한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할수록 그 속에 존재하는 조직과 개인들은 회사의 이익보다는 본인의 이익을 생각하게 마련이며 그 이익이란 현저하게 늘어나기 어려운 월급보다는 본인 앞으로 할당될 수 있는 업무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귀결된다.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기 전까지는 수동적인 직원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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