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볼링은 참 쉬우면서도 어려운 스포츠다. 15피트의 어프로치 후에 60피트의 레인을 지나면 10개의 핀이 기다리고 있다. 모두 스트라이크를 친다고 하면 총 12번을 던질 수 있는데, 12번 모두 스트라이크를 칠 경우 300점, 퍼펙트게임이 된다. 스트라이크를 점수판에서 X로 표시하기 때문에 12X는 300점, 퍼펙트게임을 의미하고 그래서 많은 볼링클럽들이 X12 등을 티셔츠에 새기곤 한다. 이론적으로는 쉽다. 항상 똑같이 던지면 된다. 12번의 똑같은 동작을 수행하면 점수는 완벽해진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프로치에 서서 핀을 바라볼 때는 항상 똑같은 자세로 시작한다고 생각하는데 결과는 매번 다르다. 기계적으로 똑같이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1.
영국의 뇌 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의 다큐멘터리 '더 브레인'에서는 재미있는 실험이 나온다. 컵 쌓기라는 게임에서 10살의 챔피언과 대결하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컵 쌓기 챔피언이 뇌의 더 많은 부분을 활용하여 더 빠르게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험 결과는 전혀 달랐다. 컵 쌓기가 생소한 과학자는 뇌에 부하가 걸릴 정도였지만 버벅거리느라 제대로 해내지 못 한 반면, 10살의 챔피언은 일체의 동요도 없이 너무나도 평온한 상태에서도 재빨리 해내었다. 분석해 보면 하나하나가 단순한 동작임에도 불구하고 습관화, 체화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정말로 힘든 과제였던 것이다.
2.
어떤 분야든,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똑같이 반복하는 행위를 계속해야 한다. 보통 이런 것을 연습이라고 부른다. 연습하지 않고서 잘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도박과 같다. 실력은 계단식으로 늘기 때문에 충분한 연습을 통해 다음 단계에 도달해야지만 연습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다. 여기에서 연습의 어려움이 다시 한번 나타난다. 연습과 실력 사이의 상관관계는 꼭 비례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연습 기간에는 효과를 체감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연습에 대한 회의와 불신이 생기기 때문이다. 오직 연습의 필요를 느끼는 사람은 그 지루한 과정을 견뎌낼 수 있다. 그러고 나서야 연습 이전과 이후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3.
직장인 N연차. 똑같은 일상은 계속 반복된다. 회사에서는 비슷한 문젯거리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계속 반복된다. 일상에서나 인간관계에서도 상대방만 달라질 뿐 그 양상은 저마다 비슷하다. 이러한 반복이 무엇을 위한 연습일지는 모르겠다. 일상이 견뎌내야만 하는 짐처럼 느껴진지는 꽤 되었다. 다만 이렇게 정리하며 묵묵히 하루하루를 반복해 내리라 다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