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와 소개팅하기
연인을 만나기 위해 큰 마음을 먹고 소개팅을 (시작)할 때 어떤 기분일까? 내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주 복합적인 감정이 존재했던 것 같다. 앞으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 사람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설레임과 떨림과 함께, 어색하고 낯설어 불편한 기분도 공존했다. 혹시 잘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 하룻동안 돈과 시간을 소모하며 괴롭게 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다.
그래서 이런 불유쾌한 경험을 할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보고자, 우리는 사전에 주선자에게 묻게 되는 듯 하다.
각자가 원하는 사람의 형태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여러가지 질문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 사람, 성격은 어때? 나는 파워 E 그 자체인데, 나랑 에너지가 잘 맞을까?"
"나는 키 작은 사람은 이성적으로 잘 보이지 않아서... 그 사람 키는 큰 편이야?"
"장거리는 자신이 없어서 거리가 가까웠으면 좋겠어. 가까이 사는 사람이야?"
나는 상담자와 내담자의 첫만남도 소개팅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시간을 나를 응원하며 파트너로 함께 해야할 존재를 만나는 일이니까. 끝없이 나를 드러내는 깊은 대화를 하게 될 테고, 그렇다면 서로 잘 맞지 않다면 대화의 진전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잘 맞지 않다면 이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자, 그렇게 나에게 잘 맞는 상담자를 찾아보겠다는 나만의 목표와 과제를 가진 채로, 설레면서도 떨리고 어색한 마음으로 상담실에 가게 된다. 그런데 '좋은 사람'을 찾는 과정처럼, '좋은 상담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할까? 무엇을 통해 나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구분해내야 하나?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원하느냐를 아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소개팅을 통해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상담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나의 상담자를 찾는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상담자가 가졌으면 하는 덕목 중 중요한 것 둘을 '전문성'과 '진솔성'이라고 꼽겠다. 그러나 이것이 절대적인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기준마다 중요한 우선순위의 차이가 있을테니까.
1번: 상담에 충분한 전문성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은, 사실 좋은 상담사가 아니라 상담사가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라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상담사도 처음부터 전문적인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고, 충분한 공부와 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지니게 될 것이니...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적어도 비용을 지불받고 상담을 하는 상담사는 방문한 내담자가 경험하는 문제에 전문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느낀다! 그리고 전문성이 부족해 다룰 수 없는 분야에 대해서는 다른 전문적인 상담자에게 케이스를 이동하도록 권유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끔 몇몇 센터에서는 인턴상담사가 무료로 상담을 진행하기도 한다. 대학원을 졸업했더라도 아직은 전문성이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비용을 받지 않고 상담을 제공하는 것이다. 인턴상담사 선생님들의 하나의 강점이라면,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과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크다는 것이 아닐까? 게다가 내가 원하는 부분과 잘 맞다면, 이 상대가 나의 소개팅에서 적절한 짝일 수도 있다.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고, 초심자와 함께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경험하고 싶다면 내게는 적합한 상담자가 될지도 모른다.
다만 이 전문성의 영역에서 가장 중요하게 따져보아야 할 것은, 적어도 이 사람이 정말 제대로 된 과정을 거치고 상담을 하고 있느냐가 아닐까? 심리상담은 아직 법이 없다. 그러다보니 정말 중요한 자격 과정이나 공부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도 상담을 진행하기도 한다.
다행히도 대부분 이 정보는 상담센터의 홈페이지에 적혀 있을 것이다. 어떤 대학원에서 어떤 공부를 했는지, 이후에는 어떤 이력이 있는지, 어떤 자격을 취득했는지 알 수 있다.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니까, 이만큼은 꼼꼼히 따져보셨으면 좋겠다.
진솔성은 또 다른 영역이다. 내가 진솔성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 스스로 상담에서 진솔성을 통해서 라포를 형성하고 관계를 다루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이야기하면서 더 알아보려 하는 것, 상담 관계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대해 진솔하게 표현하고 다가가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내가 선호하는 방식이 그와 같기 때문이듯, 절대적일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 느껴진다. 누군가에게는 지나치게 진솔한 상담자가 어렵거나 부담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사실 완벽한 상담자는 없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만약 본인은 완벽하고, 모든 분야를 다 상담해서 해결할 수 있으며, 흠이 없다고 말하는 상담자가 있다면 피하라고 말하고 싶다. 높은 확률로 좋은 상담자가 아니다. 상담자 또한 하나의 인간일 뿐이다. 스스로도 그것을 통찰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상담을 잘 할 수 있을까!
완벽한 인간은 없으니, 인간으로서 내가 대화하고 싶은 상담자를 택해도 좋을 것 같다. 상담자가 아무리 진솔하더라도, 상담 관계 안에서는 상담자로만 존재해야 한다. 상담자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한다거나(나와 같고 틀리고를 떠나서), 자신의 말만 하느라 경청이 되지 않아 어렵다면, 이것은 당연히 인간으로서도 호감이 떨어지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상담은 '나를 찾는 여정'을 함께하며 길잡이 역할을 해 줄 동반자를 찾는 일이다. 나의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있는 신적인 존재를 찾는 일은 아니다. 이 복잡하고 고된 산행에서 어떤 이가 나의 길잡이 역할을 하며 등불을 들어주면 좋을지, 그렇게 고민해 본다면 보다 찾기 쉽지 않을까?